철도청은 ‘여승무원 직제’를 없애라
새마을호 여승무원 사건에서 주목할 것
서민자 | 입력 : 2005/01/03 [00:05]
<필자 서민자님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상근활동가입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철도청의 새마을호 계약직 여승무원의 계약해지가 논란이 됐다. 철도청은 근무경력이 2년이 넘은 31명에게 12월 31일자로 해고 통보를 했고, 계약해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1년 재계약’이라는 미봉책으로 일단락 지었다.
이 사건은 정부기관인 철도청의 고용정책, 특히 여성인력 정책과 여성노동자에 대한 인식 수준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 사건이다.
철도청에는 운수(역무, 수송, 차장 등), 운전(부기관사, 기관사), 전기(신호, 전기), 차량(검수), 보선(선로보수, 시설) 등 매우 다양한 업무가 있다. 그러나 담당업무 어디에서도 ‘여승무원’과 같이 성별을 구분한 경우는 찾을 수가 없다. ‘남역무원’, ‘여검수원’, ‘남기관사’란 말은 없는데 유독 ‘여승무원’은 존재하고 있다.
철도청의 운수 업무에는 역무와 수송, 차장(남자승무원) 등이 있다. 차장의 경우에는 역무 업무를 거친 뒤에만 시험자격이 주어지며, 열차 승, 하차 관련 업무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 이는 여자열차승무원이 하는 업무와 100% 동일하다.
현재 철도청의 차장은 전원 남성이다. 새마을호의 경우 1980년대 철도청의 고용직 직제를 폐지하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새마을호 여승무원을 뽑기 시작했다. 물론 이 당시 새마을호 여승무원은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운수 업무에 역무와 수송 차장 등이 있는데, 굳이 ‘차장이 하는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별도로 ‘여승무원’이라는 직책을 두고 채용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나 철도청이 여성의 채용비율을 높이고자 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차장, 승무원내의 여성채용할당을 하지 않고, 별도로 여자승무원을 따로 뽑은 것일까?
‘여승무원’이 의미하는 것
1998년 철도청은 여승무원의 면접시험 시, '반소매 상의에 스커트 차림'을 요구하고 '응시자 한 사람씩 일정 거리를 걸어 보라. 뒤돌아보라'는 등 업무 능력과는 관계없는 행동을 요구했다. 이 때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의 항의와 시정요구를 통해 면접 시 여성 면접관을 포함시키고, 근무 복장에 바지를 추가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약속 받기도 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안전한 열차 승, 하차와 안전 운행을 위한 ‘안전 서비스’가 아닌 ‘여성의’ 서비스에 중심을 두고 있는 철도청의 성차별성이 나타난 사건이다. 서비스는 여성이 하기에 적합하고 여성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철도청의 의도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계약직 여승무원 채용 당시 “18세 이상 30세 미만의 미혼 여성”이라는 자격요건에도 성차별성과 연령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올 3월 26일 고속철도(KTX) 여승무원 350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전하는 소식의 제목은 ‘고속철에서 만나요, 최고의 서비스로 모십니다’였다. 350명 전원이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여성의’ 서비스가 최고의 서비스라는 발상은 과연 누구의 입장에 기반한 것일까?
철도청의 성차별 인식이 ‘여승무원’이라는 별도의 직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이 직제를 언제든지 해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3년 전 여승무원 직제를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이, 여성노동자를 단기 노동력화한 철도청의 여성고용 정책이 오늘날의 ‘새마을호 여승무원 사건’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근무기간이 2년이 넘은 여승무원만을 대상으로 해고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도입하려는 비정규직 법안이 ‘3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한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법안이 도입되기 전에 해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정책 대상의 1순위는 여성노동자다.
성차별적인 고용정책으로 인해,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으나 철도청의 정규직 직제에 포함되지 않은 여승무원. 불합리한 철도청의 고용정책으로 인해 불안정한 신분과 저임금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철도청은 답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상하고,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시급히 지금의 계약직 여승무원을 정규직화해야 할 것이다.
철도청이 밝힌 여승무원 직무를 정규직화해서 별도의 여승무원 직제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승무원(차장)의 직제로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그 동안 성차별적인 고용정책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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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 2005/01/06 [01:45] 수정 | 삭제
- 생각 2005/01/05 [19:48] 수정 | 삭제
- ㅋㅋㅋ 2005/01/05 [06:03] 수정 | 삭제
- gsd 2005/01/04 [23:33] 수정 | 삭제
- ...... 2005/01/03 [22:21] 수정 | 삭제
- gsd 2005/01/03 [19:26] 수정 | 삭제
- 초록 2005/01/03 [11:56] 수정 | 삭제
- ㅇㄴㅇ 2005/01/03 [08:40]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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