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노력’으로 완성되는 자녀?

육아서가 요구하는 것

수연 | 기사입력 2005/05/23 [18:42]

‘엄마노력’으로 완성되는 자녀?

육아서가 요구하는 것

수연 | 입력 : 2005/05/23 [18:42]
서점에 하루가 머다 하고 출판되는 육아관련 책자들. 초보엄마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도우미다. ‘옛날 우리가 애들 키울 적에는……’하며 시작되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잔소리(?)는 뒤로하고, 요즘 엄마들은 인터넷과 육아서를 통해 아이 기르기의 지혜를 구한다. .

육아서는 일류대지침서?

우리 아이는 ‘미운 7살’이다. 7살이니만큼 유치원 생활, 친구 관계, 대화하는 법, 감정 다스리기, 놀기 등등 나름대로 바쁘고 복잡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를 위해 육아서를 찾아 서점을 훑어 보았다.

“공부 습관 10살 전에 끝내라”, “아이 안에 숨어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 “평생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공부 저력”,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한국 토종엄마의 하버드 프로젝트” 등등. 아이의 공부에 관한 책들이 압도적으로 눈에 띄었다.

대부분 이러한 공부 노하우(know-how) 류의 책들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집에서 공부 습관을 잡아 주고 도와주지 않으면 성적이 좋지 않아 결국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논리로 끝을 맺는다. 엄마의 노력만큼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녀교육 성공은 곧 일류 대 진학이라는 공식을 전파한다.

아이들이 일류 대학을 목표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심지어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 높아, ‘아빠 재력, 엄마 정보력, 아이 재능’ 3박자 라는 뉴스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 기대어 일류 대 지상주의와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교육방법들이 ‘본받아야 할 지침서’로 나와있는 것이다.

아이 미래는 엄마에게 달렸다?

이 책들을 읽고 있노라면 엄마로서 한없이 부족하고 당장이라도 공부를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끊임없이 우리 아이가 남보다 못하다면…이란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되면서 이러한 교육서라도 읽어보고 실천하면 안심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서들은 전업주부에게만 한정될 뿐이다. 맞벌이 엄마나, 한부모 가정이어서 집에서 아이의 공부습관이나 공부에 대한 정보를 남보다 적게 얻는다면,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저녁 때까지 어린이 집에 맡기게 되면 오로지 어린이 집 커리큘럼에 따를 수 밖에 없고, 피아노 같은 시설이 필요한 활동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집에서 어른이 상주하면서 보살피지 않는 이상 그럴 여유가 없다. 아이가 유아기에도 일하는 엄마들은 갈등을 하지만 취학 연령이 되면 더 고민이 깊어진다.

아이의 성적 올리기에 열과 성을 다하는 교육 현실과 일류 대에 들어가야 미래를 보장 받는다는 사회적 믿음이 이런 책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공식들이 사회에 만연한 이상, 나도 아이의 공부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의 능력에 맡겨야 할 것인가. 만약 내 욕심(?)으로 나의 일을 계속한다면 혹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던 일도 못했다는 자책이 남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의 인생을 걱정하고, 계획하고,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육아서들이 아이들의 삶의 과정과 결과를 아이들 당사자도 아니고, 아이 아빠도 아닌, 오로지 ‘엄마’에게만 집중시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엄마가 관리하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가 없다는 위협감마저 느끼게 한다.

진정한 교육은 아이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살아나가는 것은 결국 본인이 아니던가.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나갈 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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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ndit 2005/05/29 [19:07] 수정 | 삭제
  • 아이들의 몫이 있다는 것을요.
    그것을 남겨두는 것이 교육이라고요.
  • 2005/05/28 [00:00] 수정 | 삭제
  • 핵심은.. 아이에게 투자해야한다는 인식을 심어서 장사를 하고 싶은 육아서 출판사들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아이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해줄수있는 사람은 엄마가 아닌가요............. 이 사회의 가정의 형태는 ... A형태 아빠가 직업인엄마주부...혹은 B형태 맞벌이...이 두가지 구조이고..... C형태 아버지가 살림을하고, 엄마가 돈을 버는 형태는 별로 없잖아요............................이들 육아서의 대상은, 아이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할수있는부모인데, 결국 A형태의 엄마들이 그들의 마케팅 대상인것이죠........... 만약 우리나라가 C형태도 많다면, 아빠도 역시 마켓팅대상으로 삼았을겁니다................ 그들이 무슨 성적 편견을 지니고 있다기 보다는 그것이 돈이 되기때문이죠.
  • 송송송 2005/05/26 [00:37] 수정 | 삭제
  • 애잘키우고싶은 애아빠입니다. 좋은글 올려주신걸 우선 감사드립니다.
    한국사회에서 아직은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통념이 일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속에서 엄마들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 알것 같읍니다.
    아빠들도 물론 육아에 관심이없지는 않지만 언제나 핑계거리가 생기는것 같읍니다.
    잛은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바른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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