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범 상담받으면 기소 안한다?

여성단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확대방침’에 우려

정이은 | 기사입력 2005/05/27 [18:02]

가정폭력범 상담받으면 기소 안한다?

여성단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확대방침’에 우려

정이은 | 입력 : 2005/05/27 [18:02]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지난 26일, 법무부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확대방침에 대해 ‘상담조선부 기소유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란 가정폭력 범죄자에게 전문가 상담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기소하지 않는 검찰의 처분을 말하며, 현재 일부 검찰청에서 실시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을 비롯한 많은 여성단체들은 이 제도가 가정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보다는 가정을 유지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또한 가정폭력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여성을 더 강한 폭력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호중 교수(법학)는 “가정폭력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범죄이며, 그 특성상 장기적으로 지속될 위험성이 매우 큰 범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정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이 가해자에게 온정주의적이고 그 처리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실시되면 가정폭력 범죄를 가볍게 처리하는 검찰관행을 더욱 굳히게 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확대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고 가정폭력의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법 제도와 더불어 객관적인 사건처리 기준을 갖추는 일”임을 강조했다.

토론회 참가자들도 이 같은 전제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가정폭력 범죄행위자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현재 1건도 없는 감호위탁 시스템 마련과 보호처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토론회를 계기로 “법무부를 비롯한 각 부처 및 관련기관에서는 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진정으로 가정폭력이 근절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보호와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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