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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되고 있는 농협광고의 내용이다.
네 가족이 순서대로 무등을 타고 있다. 남자 위에 여자, 여자 위에 자식 둘. 이 4인 핵가족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골목을 걸으면 모델 김정은이 “힘드시죠?”하며 손을 내밀어 자식 두 명을 자신의 어깨 위로 옮긴다. 농협이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부양하는 아버지의 힘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남성을 생계부양자로 상정한 보수성에 대한 비판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화면 속에는 저 멀리 가족을 짊어진 여성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눈에 희미한 여성의 모습이 부각될 리 없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든 아버지의 모습을 무등 태워주기에 비유한 농협광고는 요즘 들어 보기 드물게(?) 노골적으로 가족주의를 지향한다. 일설에 따르면 불황일수록 광고들은 가족주의에 기대어 따뜻한 이미지를 통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한다고 한다. 1997년부터 방영된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광고는 가족주의 광고의 대표적인 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등 참신하고 세련된 기법을 사용한 이 광고는 부인에게 비상금을 들켜서 그 결과 4인 가족이 행복한 저녁식사를 했다거나, 여름 밤 아이들과 부모가 놀이를 하면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낸다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 나쁠 리 없다. 그러나 농협광고나 삼성광고는 남자가 생계를 부양하는 중산층 4인 핵가족이 ‘정상적’이고 행복한 것이라는 “아우라”를 강력하게 발산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이 있다. 한부모 가족도 있고, 장애인 공동체처럼 목적에 맞게 구성된 비혼 공동체도 있고, 법적으로 결혼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함께 사는 게이, 레즈비언 커플도 있다. 결혼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모두 저런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4인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는 중산층의 안전한 테두리 안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는다. 맞벌이 여성들의 경우 여성의 일과 양육을 양립하는 문제는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다. 물론 광고더러 현실을 재현하라는 요구를 할 수는 없다. 어차피 광고는 특정 제품의 이미지 홍보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홍보가 현실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보수적인 내용일 때는 문제가 있다. 광고는 광고로만 끝나지 않는다. 4인 핵가족의 형식이 이미 해체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주의 광고들은 4인 핵가족이 정상이며 기준임을 암묵적으로 유포한다. 특히 이런 광고들이 카드 사나 은행처럼 ‘재산’과 관련된 광고라는 점은 꽤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는 기본적으로 남편이 부양하는 핵가족을 중심 모델로 하고 있다. 결혼해서 자식을 두는 경우 여러 가지 제도적 혜택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결혼을 거쳐서 재산을 모은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다. 여성노동자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훨씬 낮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현실, 레즈비언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빨간 옷을 입은 아이들이 “아빠 힘내세요~”를 외친 비씨카드 광고나 한국투자신탁증권의 “부자아빠” 광고는 가족주의적일 뿐 아니라,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전제한다. “부자아빠” 광고가 나올 당시 부자가 아니라서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힘없는’ 아버지들의 고백이 상당했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 생계부양자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 또한 들리지 않았다. 이처럼 가족주의 광고들은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족의 현실을 은폐한다. 가족주의 광고, 이제 좀 그만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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