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여, 늑대만큼만 하자.”
9월 1일 여성가족부가 개설한 성문화 개선 캠페인 홈페이지 ‘화이트 타이’(www.whitetie.co.kr)에 개시된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제안이다. 애니메이션에 따르면, 늑대는 음흉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일부일처제를 철저히 지키고 가족을 잘 보살피며 자신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지 않는 ‘신사’다. 따라서 남성들도 “늑대만큼만 하자”는 것이다. 이번 성문화 개선 캠페인의 주된 주제는 반성매매 및 남성중심적인 성문화 개선이다. 홈페이지에는 성매매와 관련된 여러 기사와 탈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그런데 성매매 근절 및 성문화 개선을 위해서 남성들의 ‘신사도’가 필요하다고 광고하는 것엔 동감하기 어렵다. 성매매 문제를 개개인의 인성으로 환원하면 접근하기 어렵다. 구조화된 성 산업과 술자리 문화, 여성 집단의 노동 및 빈곤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잠재적인 성구매자’의 윤리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신사도’가 대안인가? 우리 사회에서 ‘여자에게는 잘해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이미 일상적인 문화의 한 부분이자 암묵적으로 성차별적 기능을 발휘한다. 여자와 남자를 질적으로 다른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신사도에 따르면 여자는 보호 받아야 할 존재이자, 아울러 ‘여자다운 여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여성가족부는 남성 성구매자들에게 대중적이라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늑대’라는 소재를 채택하고, ‘앞선 남자의 근사한 생각’과 같은 기업 광고 이미지를 차용했을 것이다. 대중성을 역점에 두었는지, 여성가족부에선 전문 광고기획사에 의뢰해 퍼포먼스까지 했다고 한다. 도우미 여성들이 거리와 술집에서 할증이 비싸니까 어서 집에 가라고 권하거나 지하철에 늑대 탈을 쓴 남성들이 여성 승객에게 선행을 베푸는 등의 내용이다(“남성들이여, 늑대가 되자, 늑대를 닮자”, 문화일보 2005년 9월 1일자) 그러나 ‘늑대’가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가족을 잘 보살피기 때문에 닮자는 내용은 꺼림직하다. 일부일처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성매매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 이전에 가족주의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이전부터 성매매를 가족을 침해하는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며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던 보수 진영의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무래도 일부일처제 및 건전한 가족문화 조성을 중심에 두고 성매매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 이런 어색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화이트 타이’ 홈페이지에는 많은 남성들이 항의 글을 게시하고 있는데, 남성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 전반적인 주장이다. 어마어마한 성 산업의 규모와 수많은 피해여성들의 사례 앞에서, 개개인 여성들이 “창녀” 기질이 있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을 보면 여성가족부가 상당한 고심을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캠페인은 여러 모로 아쉽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성을 존중하는 신사도나 ‘앞선 남자의 근사한 생각’이 아니다. 일부일처제 지킴이도 아니다.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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