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말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회사들의 영업에서 종종 있어왔던 소위 ‘2차 접대’ 부분은 이제 확실한 범법행위로 취급돼, 회사의 영업을 떠나서 개인의 인생에 막대한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이 법의 시행으로 한국 기업의 접대문화가 바뀔 수 있으리라는 개인적인 기대도 있었다. 그렇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보면 법 시행 1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도 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안 걸리면 되지요. 그리고 단속 나오면 우리가 미리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 유흥업소 측 영업담당들이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고 회식비용 “50만원 이상” 부분에 대한 처리도 걱정하지 말라며 손님들을 안심시킨다. 50만원 이상 회사에서 비용처리를 하게 되면 상세내역을 제출해야 하므로 미리 상품권이나 소위 ‘카드깡’을 통해 접대비용을 마련하거나, 유흥업소에서 알아서 시간차 결재나, 다중 사업자 등록을 통해 50만원 미만으로 처리하는 술수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2차 접대부분도 007영화를 방불케 하는 엄호 및 위장행세 등으로 예전과 동일하게 행해지고 있다. 영업 업무, ‘성 접대’는 기본? 7여 년 동안 IT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일해온 필자는 올해부터 영업업무를 병행하라는 인사명령을 받았다. 평소에 준비하고 있던 부분이라서 별로 부담은 되지 않았지만, 지난 회사생활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머리 속에 떠올리자면 그리 유쾌하고 즐거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거래를 해온 업체 담당자가 아침부터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전날 밤에 있었던 회식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았다. 내가 바로 그 전날 밤에 업체 담당자를 만나 일 얘기를 한 터라 귀가 쫑긋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다름 아닌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후, 여성 접대부와의 2차 비용을 왜 주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사장은 다른 방법으로 그 비용에 대한 처리를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통화를 마칠 수 있었다. 사장은 향후 발생한 영업 건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하는 우려에서 그렇게 처리한 듯했다. 업체담당자가 불법적인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도 2차 접대 운운하며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기업이 한국에서 내 놓으라 하는 굴지의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2차 접대, 다시 말해 성 접대 문화는 이렇게 만연해있다. 사실 이런 유사한 일들은 회사 생활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것이라, 그리 놀랍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안 되는 게 어딨어요. 다 아시면서…” “남자는 같은 일을 저질러야 친해진다.”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회사 성격상 대부분의 업무는 고객과 상대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고객과 같이 술자리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소위 ‘여성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 단란주점, 룸 살롱 등에도 가끔 가게 된다. 영업대표인 경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도중에 가끔씩 영업에 영향력이 있는 고객사의 직원들과 함께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찾게 된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같이 짝을 이루고 있던 접대부와 소위 ‘2차’(성매매)를 가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까지 보거나 들은 내용을 통틀어서, 여성 접대부와 2차에 대한 제의에 말로 거절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결코 완전히 거절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신입사원 시절 여성 접대부와의 2차에서는 빠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상사로부터 별로 좋지 않은 말들과 압력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열외는 없다’라는 근시대적 군대용어 한 마디로 그 날 접대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미니 승합차에 탑승을 하고, 인근 모텔로 이동한다. 각각 짝을 지은 남녀가 모두 각기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야 개인의 의지를 인정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여자친구랑 유흥업소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어서 회식자리에 동참을 거부했으나, 이 또한 무시당한 채 끝내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한 기업문화 자리잡아야 이것이 좋지 않은 관행인 줄을 모두가 다 알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상하게도 이러한 경험(성 접대)을 고객사 직원과 함께 공유하게 되면, 평소 업무진행 과정에서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가졌던 불평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효과(?)를 얻다 보니, 고객과의 회식 및 여성 접대부를 동반한 접대문화는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효력이 있는 영업방식의 하나로 자기 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사의 위치에 따라 프로젝트 별로 아예 전담 유흥업소를 지정해서 영업을 하기도 한다. 단편적으로 소개한 현실들 속에서, 필자는 그 동안 잃어버렸던 기본적인 권리들을 되새겨 본다. 회사를 벗어난 다른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다수 의견’에 밀려서 버려지는 소수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씩 개인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또한 남성직원들끼리 범법 행위를 공유하는 이러한 관행들은 여성직원들을 회사 전반적인 문화에서 배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업무상 문제해결 방식과 영업방식이 원칙적이면서도 발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술과 접대, 심지어 ‘성매매’라는 범법행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한국 기업들의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와 운영을 전면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를 삼아야 할 일이다. 지금 기업문화는 ‘회사에 가면 죽는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병폐들이 산적해 있다. 자기를 실현하는 노동을 할 때 사람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기업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기업의 접대문화부터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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