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원인과 대책, 부계가족중심 탈피해야

노동시장의 불안정한 지위가 원인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1/02 [23:50]

저출산 원인과 대책, 부계가족중심 탈피해야

노동시장의 불안정한 지위가 원인

박희정 | 입력 : 2006/01/02 [23:50]
여성의 사회진출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는 일부 시각에 대해 ‘취업’ 자체가 아닌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의 불안정한 지위’가 그 원인이라는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분석은 여성노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광복 60년 기념 제7차 종합학술대회 한국여성학회 보고서 <세계화 시대, 한국여성주의의 발전과 과제>를 통해 발표된 “‘저출산’과 한국 모성의 젠더정치”라는 논문에서 황정미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율 저하의 원인에 대해 여성의 교육수준과 능력 향상으로 인한 사회진출 증가로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여성의 인적 자본 향상과 취업의 증대가 출산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상식’은 분석의 수준에서 좀처럼 입증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정미 교수는 “한국은 여성의 인적 자본이 취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매우 특이한 사례로써 고학력 여성의 취업보다 저학력 여성의 취업률이 더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통계자료를 근거로 “한국여성의 취업패턴이 가족의 생애주기에 따라 뚜렷한 경력단절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많은 여성들이 “20대에 취업하였다가 결혼, 출산, 육아기에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며 40대에는 다시 일을 갖는 생애”를 살아가고 있으며, 특히 “자녀 양육기 이후에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가족 소득의 보전을 위해 하향취업과 저임금 불안정 직종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

황 교수는 “가족형성에 따라 유급노동과 양육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고용형태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잘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임금근로자 10명 중 7명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 중 여성들이 시간을 조절하거나 양육노동을 양립할 수 있는 파트타임 노동이나 재택근무는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비정규직 일자리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에 가교인가 함정인가”에 관해서 “많은 논란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최근 여성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가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고용형태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비정규직 증가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고용지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한 지위는 곧바로 사회정책에서의 취약적 지위로 연결된다는 것이 황 교수의 분석이다.

이어서 “한국 가족은 생존의 단위이자 계층 상승이동을 꾀하는 전략적 투자의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혼여성에게는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역할이 요구된다”며, “이러한 부담 하에서 성공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모성과 유급노동을 조절하거나 선택하는 전략과 협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결국 “자녀를 적게 낳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저출산고령화의 결과 보살핌을 받을 사람은 늘어나고 생산노동력을 담당할 인구가 줄어든다는 점만 우려하는 것 또한 (남성중심적인) 편파적인 시각”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현실적으로 보살핌을 담당해 온 아내, 딸 며느리 역시 줄어들며, 빈곤한 여성일수록 유급노동의 압박으로 인해 보살핌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와 관련해 “저출산의 원인진단이나 대응정책 마련이 지나치게 부계중심 가족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보살핌이나 모성의 역할과 관련한 젠더 정치를 새롭게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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