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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종합대책’에 대해 여성의 입장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정책이 ‘여성들의 권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일과 양육의 병행’ 문제를 꼽고 있고, 이는 상당부분 여성노동자의 권리와 관련이 있지만, 막상 내놓은 출산정책을 보면 과연 여성노동권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출산정책은 말 그대로 아이를 하나라도 더 낳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을 증대시킨다던가, 성 평등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 기본적인 관심이 있지 않기 때문에, 출산정책이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어떠한 정책은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더 불리하게 될 수도 있다.” (유해미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여성 노동시장 참여가 전제돼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출산대책은 직접적인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 다자녀가정 주거지원, 민간육아시설 지원 및 보육료 자율화, 유치원 종일제 운영, 직장보육시설 및 산전후 휴가 확대, 불임부부 시험관아기 시술비 지원, 출산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조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1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정옥 한국여성민우회 팀장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선전휴 휴가가 보장되지 않고, 육아휴직은 생각도 못 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일과 양육 병행’ 정책에서 다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작년 한 해 동안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 관련 상담(264건) 중 임신출산과 관련한 성차별이 59.5%(임신출산해고가 31.8%, 임신출산불이익이 27.7%)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임신출산으로 인한 차별상담은 매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측은 발표했다. 한편, 유해미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기존 노동시장에 있는 여성들이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것은 고민하는데,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문제는 간과된 것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 연구관은 “남자 혼자는 애를 더 나을 수 없다. 지금처럼 저임금, 불안정 고용상태에서는 둘이 일해야 하는데, 그게 충족되지 않으면 출산이 늘 수 없다. 즉,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그런 고민까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수당, 민간보육 지원은 잘못된 방향 유해미 입법정보연구관은 여성들이 평등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보육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출산정책으로 ‘직접적인 보육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고 ‘민간보육시설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정해진 재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첨예한 문제에서 일차적으로 공보육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양극화’ 현상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정책에서는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대해 기본보조금을 지원하고 보육료를 자율화하는 등 민간보육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보육에 있어서의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유해미 연구관은 “여성가족부가 민간보육 지원을 공적 지원의 형태로 확대할 수는 있지만, 공보육의 수준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저소득 층에 결정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보육비와 교육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 일각에선 유럽에서 출산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성공적인 사례로 프랑스의 예를 들고 있지만, 구체적인 양상을 보면 여성의 입장에서 ‘좋은 사례’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유 연구관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실업문제가 높기 때문에 (출산정책이) 여성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양육과 관련된 ‘수당’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다. 임금을 적게 받는 노동자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자신이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경제적 효과와 비교했을 때 집에서 아이를 보는 편이 유리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여성들의 노동시장참여율은 더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선 다수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유해미 연구관은 “여성의 입장에선 단순히 양육지원이 아니라, ‘성 평등’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가능인구에 ‘여성’이 포함되어 있나 한편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저출산 종합대책 검토보고>안을 통해 “저출산은 도대체 어떤 위기이며 왜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경제성장을 위한 출산율 제고’라는 정책 기조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과 여성, 장애인, 노령인구에 충분한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지 않으며, 이주노동자의 영주화를 허용하지 않는 배타적인 이주정책을 유지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하다고 진단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불임부부의 시험관아기 시술비’에 전체 소요재원 중 영유아 보육, 교육지원 다음으로 많은 약 3.9%를 투여한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저체중아나 미숙아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고, 입양 등 불임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폭넓게 제시하고 지원 방식을 다각화하지 못한 채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출산과 자녀양육의 중요성, 가족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교과서를 개편하고 사회 인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개인의 다양한 생애 설계와 행복추구권을 고려하지 않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여성인권, 특히 임신, 출산과 피임, 낙태, 성생활을 포함한 인간의 재생산 과정에서 여성의 의사결정권과 건강권, 그리고 이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반 사회적 지원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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