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이 기자들을 불러 접대하는 자리에서 여기자의 가슴을 만지며 성추행 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그 상황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성추행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제지를 하기 전까지, 상황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을 것이란 생각에 소름이 돋습니다. 최 의원을 두둔하는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아도 곧바로 증명되지만, 사실 정치인들과 성폭력적인 문화는 가까운 사이입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아 ‘정치인과 성폭력’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모 여성단체 장 성추행 사건입니다. 이 때도 우 전 지사가 선거를 앞두고 해당 여성을 자신의 편으로 구슬리기 위해서 집무실로 불러들였던 자리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자신이 잘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 성추행을 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건의 피해자는 진술하기를, “지사가 친근감의 표시다,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제스처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제주도지사 성추행 사건 민간진상조사위원회’도 “자신의 성적 행동이 여성들에게 호감을 주거나 정치인으로서 인기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오판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일명 ‘정치적 스킨십’인데, 그러고 보면 선거유세를 하는 정치인 중 유권자 여성들에게 유독 몸을 비비대며 느끼한 말들을 인사랍시고 건네는 경우를 종종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병적인 증세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머리 속에 평등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남자와 ‘다른’ 존재이고, 남자보다 ‘못한’ 존재이며, 남자를 ‘위한’ 존재라고 보는 것입니다. 성폭력 범죄가 ‘권력’(위계)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도, 정치권에 성폭력적인 문화가 깔려 있다는 것도, 이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인격적 존재가 아닌데 성폭력이 무슨 문제겠습니까.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 향기에 취하고 싶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한광원 의원)인데 말입니다. 성구매 습관이 곧 성폭력 문화 문학과 낭만을 논하는 남성들이 성폭력에 대해, 여성의 인권에 대해 그토록 무심하고 무지한가에 대한 과제를 풀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의 머리 속은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습관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연희 의원이 ‘술집 주인인 줄 알고 그랬다’고 변명한 내용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닙니다. 술집에서 그러한 일들은 언제든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사실 술집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남성들 모이는 곳마다 벌어지는 일입니다. ‘접대’라는 이름으로,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안마사’라는 이름으로, 기타 등등의 이름으로, 여성의 몸을 감상하고 만지고 구매하는 일들이 얼마나 쉽단 말입니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성의 60% 가량이 성 구매를 한 적이 있고 최근 1년간 5명 중 1명이 성 구매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돈을 줬다는 것을 빼고는 ‘성추행’과 똑 같은 행위들-타인의 옷을 벗기고 타인의 몸을 만지고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만지게 하는-은 성 구매에 포함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성기 삽입이나 사정과 관련된 행위 정도만을 의미하지요. 그러니 과연 여성의 몸을 돈으로 주물럭대거나, 돈 대신 접대(향응) 받은 한국의 성인/미성년 남성들의 전체규모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한국사회의 접대문화와 한국남성들의 술 문화는 성매매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남성들에겐 여성의 몸을 자기 옆에 두고 주무르는 습관이 배어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는 남성이 어떻게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성매매 문화는 남성들로 하여금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기껏해야 2등 시민’이라고 생각하도록 길들입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노골적이든 은근하든 말입니다. 성매매 문화에 길들여지고 습관이 밴 사람들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 범죄자가 되고, 주위에서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인권을 자신의 그것만큼 존중하는 사람은 타인의 성을 구입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인권을 자신의 권리보다 하위에 두거나 무시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성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적, 사적 공간을 막론하고 만연해있는 성폭력 문화는, 여성의 몸을 이용한 접대문화, 술 문화, 성매매 문화에서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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