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육아, 가사, 간병 등의 ‘돌봄노동’은 가족 내 거의 여성에게만 무급으로 전담됐다. 여성계의 ‘돌봄노동 사회화’에 대한 주장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가 맞물려, 현재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사업들을 쏟아내고 있다. ‘돌봄노동’이 유급화, 사회화 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은 일정 부분 성과가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빠져있다. 이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상황과 입장에 대해서 사회적인 평가와 고려가 극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 사회적 일자리 규모 대폭 늘려 현재 ‘돌봄노동’ 사회화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2006년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아이 돌보미 제도’를 들 수 있다. 이는 여성들의 출산 후 양육과 직장 양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과제로서 부모의 필요에 따라 개별가정을 방문하거나 일정 장소에서 아동을 돌볼 수 있도록 도우미를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이외 노동부의 저소득 빈곤아동 보호와 교육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보조교사 지원을 비롯한 대전시, 용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고 있는 가사 간병 도우미 등 사회적 일자리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 또한 사회적 일자리 관련 예산을 대폭 늘여 지난해 1691억 원에서 2006년도엔 2909억 원으로, 대상인원도 6만9천명에서 13만4천명으로 확대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일자리 규모와 지원이 대폭 늘어났지만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신분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로 지정된 한 공부방 주임교사로 있는 강효정 주임교사는 노동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에 대해 “저임금과 임시직의 활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저임금과 임시직’으로 특징지어지는 한국의 사회적 일자리에 대해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해미(국회도서관 입법정보 연구관)씨는 “스웨덴은 새로운 일자리를 사회적 서비스에서 창출하며, 대부분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노동시간이 긴 편이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다. 또한 (노동자로서) 복지혜택에서 결정적인 손해를 입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국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정책과 비교해서 지적했다. 보육교사 대우 10년 전 상황과 같아 사회적 일자리로서 보육업무는 여성계에서도 여성들의 육아부담 경감과 여성사회진출 확대의 계기로 삼으려고 하고, 정부는 ‘돌봄노동’ 중에서도 보육정책에 집중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정책 안에서 수요와 공급문제에 대한 고민은 있어 보이지만, 정작 보육업무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처우나 보육노동에 대한 가치평가가 고려의 대상이 된 흔적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육교사들의 노동상황은 열악하기로 소문나 있다. 1997년 서울지역 민간시설의 53.5%가 월평균급여 60만원 미만의 저임금이었는데, 10년이 지난 현재도 급여수준이 그대로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는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지만, 2005년 현재 1호봉 기준으로 연봉 1천5백만 원이 안 된다고 조사됐다. 여성들이 대거 집중되어 직종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저임금’이다. 전국보육노조 이윤경 사무처장은 현 정부가 보육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공보육시설 확대나 아동 수에 따라 지원금을 주는 보육의 시장화 정책”으로는 “보육교사 임금이 제대로 책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돌봄노동의 가치는 경제적 생산성이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과 관련 있다.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지만 사회 내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노동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보육뿐 아니라 가사나 간병 노동자 또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일반 사설 알선업체에서 일자리를 제공할 경우 임금이 시간당 5천원을 넘지 않으며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수입도 들쭉날쭉하다. 물론 업체에 소개료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간병도 건강보험료 급여항목으로 가사서비스의 경우 화상이나 유리, 칼에 베이는 등 항상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법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나 산재, 건강보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간병도 환자 옆을 장시간 지켜야 하고 정신적 육체적 힘이 많이 드는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간병노동자에 대한 건강권이나 급여 현실화는 한번도 공론화 된 적이 없다. 서울대병원노조 간병인지부의 정금자 지부장은 “간병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의료비에 해당하는 간병비를 환자가족들에게 전적으로 부담하는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간병노동자는 기본 24시간 일해 5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8시간 일하면 일당 1만6천6백 원을 받는 셈이다. 여기에서 유료간병소개업체에 월 5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고 간간히 알선업체 직원에게 뇌물을 쥐어줘야 일자리 소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금자 지부장은 “간병노동도 의료행위의 일부로 보고 건강보험료에서 급여항목으로 추가해서 전액 지원하는 것과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간병인의 훈련, 환자 사고를 책임지는 것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 요구했다. ‘돌봄노동’ 정당한 업무평가 이뤄져야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가정에 파견하는 아이 돌보미’, ‘저소득층 가사 간병 서비스 지원’ 등의 각종 사회적 서비스들은 모집해서 이틀에서 일주일간 교육 후 바로 투입되는 사회적 일자리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 실업문제와 ‘돌봄노동’ 사회화를 같이 해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시간당 3천1백 원이라는 최저임금으로 책정되는 임금, 일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하는 불안한 신분의 저임금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돌봄노동’ 사회화 정책의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저임금화 문제는 여전히 ‘돌봄노동’이 여성들의 일자리로 성별화되어 있는 것과 관련 있다. ‘돌봄노동’은 사회적으로 한번도 남성들의 노동이었던 적이 없다.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노동들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가치가 정당하게 재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돌봄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매기고, 적정 급여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성별분업이 더욱 보수적인 방향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 여성가족부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의무화를 통해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성별 임금차별이 해소가 없는 현재 노동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로 보인다. 보육, 가사, 간병 등이 여성들의 노동이고 숙련이 필요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아도 마땅하다는 사회분위기에서 ‘돌봄노동자’들의 저임금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정당한 업무평가 시스템 도입이 병행돼야 하고, 이에 따라 노동가치가 정당하게 산정되어, 노동자의 처우개선 및 임금 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는 한,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는 저임금으로 여성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정으로 직접 파견해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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