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공중목욕탕에 거의 가본 적이 없었다.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 손을 잡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내가 혼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친구들이 간혹 산행을 끝내거나 여름에 땀을 흘렸을 때 함께 목욕탕에 가자고 한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빠져 나왔다.
목욕탕에 가기를 꺼린 것은 나의 벗은 몸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살이 찐 몸이 내가 보기에도 미웠고, 창피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몸에 큰 상처도 있고, 피부도 좋지 못해서 한 마디로 외모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여름에 피서를 가서도 배 부위가 노출되는 일 없이 조심을 했고, 옷으로 몸을 다 감싸고 있을 때에서야 안심을 했다. 얼굴과 손 정도만 노출이 되고 겉옷이 비집고 나온 살을 가려준다는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간혹 가다가 나보다 살이 더 찐 여자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거나 여름에 수영복 차림으로 있는 걸 보게 되면 그런 당당함이 부럽다거나, 담담하게 지나치기보다는 내가 다 민망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별로 좋게 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몸매에 대한 얘기나 특히 피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짜증이 나고, 기분이 우울해지곤 했다. 그러다 최근에 누군가가 나를 확 바꾸어버리는 계기를 제공해줬다. 얼마 전 알게 된 친구였는데 내 친한 친구의 학창시절 친구였고, 콘서트에 같이 갔다가 나와도 친해지게 됐다.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해서 몇 번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볼 기회가 생겼다. 그 친구는 꽤 예쁘고 늘씬하게 생겼지만 아마 나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은 좀 안타깝다고 생각할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목 부위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몰라도 화상을 입은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친구가 목을 가리지 않고 다니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조금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속으론 몸의 어느 부위까지 화상을 입은 것일까 궁금했다. 부위가 크지 않다면 몰라도, 만약에 배 주위를 다 덮은 거라면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그 친구가 연애는 어떻게 할까, 섹스를 할 수는 있을까, 상대방에게 미리 이야기를 하게 될까,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는 달리 그 친구는 정말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고, 나와는 달리 연애도 잘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주말에 친구들이 만나게 됐을 때 그 친구는 회사 끝나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겨워서 사우나 갔다 왔다고 하면서 약속 장소에 나왔다. 남이 내 몸을 보고 흉 볼까 두려워서 공중목욕탕에도 한 번 가지 못하는 나에 비해서, 그 친구는 정말 자신의 몸에 있는 상처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고 자신감 있고 부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 친구 앞에서 나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나는 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이렇게 꽁꽁 감추려고만 했을까.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내가 어떻게 생겼든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닌데, 왜 다른 사람들 시선에 그렇게 신경을 썼을까. 당당하고 쾌활한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내 몸에 대해서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내 몸에 대해서 창피해하기보다는 신경을 끄는 편이 낫고, 신경을 끄는 것보다는 애정을 가지고 봐주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들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나씩 바뀌어가는 것 같다. 아직도 신체가 노출되는 일이 낯설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만간 아무렇지 않게 나도 공중목욕탕에 가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외모 관련기사목록
|
일다의 방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