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체벌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학교에선 연일 체벌을 둘러싼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체벌 금지냐 폭력과의 구분이냐를 놓고 열띤 토론도 벌어지고 있다.
한동안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학교폭력’ 문제에서 교사체벌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 채 ‘일진회’ 관련 논의가 주를 이뤘다는 점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터라,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 문제로서 교사체벌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는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체벌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는 ‘위계’ 체벌 문제에 대해 접근하려면 체벌이 일어나는 상황과 이를 둘러싼 배경에 대해 분석해 보아야 한다. 체벌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는다면 그것은 ‘위계’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부모들은 많이 있지만, 역시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부모에게 체벌을 가하는 자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이 잘못을 했다고 판단했을 때 체벌을 가하는 교사들은 많이 있지만, 교사가 잘못을 했다고 판단했을 때 체벌을 가하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폭력남편들은 아내가 ‘맞을 짓을 해서’ 때린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사회는 이를 체벌이 아닌 폭력으로 규정하지만, 폭력남편들은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아내에게 체벌을 가한 것이라고 정당화시키고 있다. 반면 이들 남편으로부터 구타 당하는 아내의 경우,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남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남편에게 체벌을 가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즉 위계 관계, 힘의 역학관계에서 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아래 있는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이 ‘양육’과 ‘교육’의 장에선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체벌이 행해지고 있는 이유는 교사와 학생 간 위계와 힘의 역학관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폭력으로 규정하는가, 교사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는가의 여부는 우리 사회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직결된 문제다. 폭력의 특성은 ‘모방’과 ‘전염성’ 학교폭력을 근절하고 예방하려면 ‘학교폭력 예방하기’ 플래카드를 교문 앞에 걸어서 될 문제가 아니라, 폭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고 그 속성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폭력은 위계 관계와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그 속성의 특징은 ‘모방’과 ‘전염성’이고, 이를 통한 ‘폭력의 내면화’이다. 학생들 간의 폭력행위에 있어서도 폭력을 가하는 당사자들은 나름의 이유를 들이댄다. 피해학생의 언행이 자신이 세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때리는 것이다. 특히 타인에 대해 집단적인 폭력을 가하는 학생들은 그 방식에 있어서 교사가 학생들을 체벌하는 것과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얼차려’ 시키고 몽둥이를 들고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행위가 그것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가하는 폭력에는 ‘말 안 들어서’라는 이유가 붙는데, 교사들이 체벌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폭력을 배우고 익힌 학생들은 점점 더 강도 높은 폭력행사를 해나가며 학생들 사이에서 ‘우열’을 가린다. 최근 모 교사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로는, 폭력학생들이 예전엔 교사 체벌에 대한 불만을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이나 후배를 괴롭히며 풀었지만 최근엔 직접 교사를 상대해야 소위 ‘맞짱을 떠야’ 학생들 사이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폭력행위를 체벌로 규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가에 있어서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다. 체벌금지의 원칙이 가져올 교육효과 물론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체벌 없이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교사들의 호소도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에게 매를 들었던 교사보다 한 마디 말로 기를 죽이거나 무시하는 교사, 편견이 가득한 가치관을 설파하는 교사가 더 무섭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체벌을 정당화하는 논거가 될 순 없다는 생각이다. 학생들 간에 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 이를 특정한 개별 사건들로 볼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유발하고 전염시키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교사가 교사체벌을 금지하는 원칙을 세운다면 ‘체벌의 도구’를 들고 교실에 들어서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고, 학교라는 교육의 장에서 모든 폭력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교육’효과가 클 것이다. 이미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폭력을 학습하고 체벌에 길들여진 학생들을 대하려면 현실적으로 교사체벌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입장은, 보다 나은 현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체벌 없이 가능한 교육환경과 체벌 아닌 대화로 가르치는 것이 가능한 교육 현실은 학생들의 변화에 따라 교사들이 조절해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체벌이 없어져야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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