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재산권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하 여성의전화)이 주창해온 부부공동재산제를 비롯한 여성재산권운동의 방법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비판적 성찰을 할 것”이 요구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를 통해 여성운동진영 내에서 부부재산제에 관련해 ‘부부공동재산제’와 ‘별산제’로 대비되는 입장이 존재해온 것이 확인됐다. 토론회 자리에서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여성의전화가 주장하는 “부부공동재산제 개념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여성의전화는 토론회 바로 직후인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여성단체의견’을 내고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부부별산제”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여성의전화, ‘재산권 행사 못하는 아내 많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별산제냐, 부부공동재산제냐’로 정리할 수 있다. 여성의전화는 부부공동재산제를 입법화하는 활동뿐 아니라, 그동안 부부공동명의운동을 이끌어오기도 했다. 현행 민법의 별산제 규정이 법적으로 명의를 가지지 못한 부부 한쪽, 많은 경우 여성들의 재산권을 침해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전화는 현행 별산제 하에서도 부부 공동의 재산에 대해 부부공동명의로 등록하자는 운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별산제 원칙에 명확히 반대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최순영의원과 함께 ‘부부공동재산제’ 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별산제는 부부 각자 자신의 재산을 소유하는 것으로, 자신의 재산은 자기 명의로 해 소유 및 처분할 수 있다. 여성의전화는 “별산제가 합리적이고, 법의 취지는 좋지만” 우리 사회에선 대부분 남편 명의로 재산이 등록되어 있어서 여성(아내)들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폐해가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부가 혼인 중에 있는 한 모든 재산을 부부 공동의 것으로 추정하고, 재산의 관리나 처분 행위에 대해서도 부부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여성의전화가 주장하는 ‘부부공동재산제’ 개념의 핵심이다. 그러나 부부공동재산제를 반대하는 측은 “모든 재산을 부부 공동의 것으로 하는 부부공동재산제는 곤란하다”고 보고 있으며, 재산분할 시 원칙으로 제시되는 ‘절반(50%)에 해당하는 균등분할원칙’에도 반대하고 있다. “다양한 조건에 의해 가사노동의 가치와 재산형성 기여도가 다른데” 별다른 논리나 고려 없이 무조건적이고 “일률적으로 절반”이라고 못박을 수 없다는 논리다. 별산제 주장, ‘부부’아닌 ‘개인’을 재산권 주체로 이에 대해 허난영 여성의전화 가족팀장은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은 부부 공동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혼인 중 재산분할 시에 5할(절반)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같이 공동으로 이룬 재산에 대해선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것은 여성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뿐 아니라 부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균등재산분할’이 논리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허 팀장은 “최순영 의원안인 부부공동재산제에는 부부재산약정이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부부별산제, 수정별산제, 완전공유제를 당사자들이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며, “페미니즘 진영에서 왜 일률적으로 반이냐고 질문하는데, 부부재산약정을 두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왜 관심을 안 가지는가?”라며 반문했다. 반면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이박혜경 회원은 “별산제 하에서도 부부간 재산계약(약정)을 맺는 것과 공동명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별산제 또한 부부 공유 개념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 별산제 하에서도 “구제책으로서 이혼시 재산분할청구제도를 두고 있고 재산을 가지지 못한 여성을 구제하고 있다”며, “(앞으로) 혼인 중 재산분할권을 인정해 여성들이 혼인 중에도 자기 명의로 재산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박혜경씨는 자녀 등 가족이 함께 사는 주택의 처분에 대해선 배우자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해서 별산제의 원칙을 최대한 살리고, 여성들이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갖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별산제의 미흡한 부분은 수정 보완해 나가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선 이번에 입법 예고된 법무부 안에서도 ‘주거 건물에 대한 처분제한’이나 ‘혼인 중 재산분할제도’ 신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박혜경씨는 여성단체들도 인정하듯 별산제 취지가 좋다면 취지를 살리고 고쳐서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여성단체들은 부부공동재산제를 주장하는가?”라고 물음을 제기했다. 전업주부와 여성노동자, 노인여성의 경제권 실제로 지난 27일 토론회에서는 부부공동재산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가져올 결과에 대해선 각계에서 우려가 표명되기도 했다. 토론회 후에도 조순경(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재산권 주체를 부부로 설정하는 것”에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다. 부부공동재산제는 “재산 형성이나 분할에 있어서 가족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는데, 부부 중심으로만 이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사회 현실을 감안한다면 재산을 형성하는 데 부모나 다른 가족구성원의 역할이 큰데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순경 교수는 배우자 상속분 내용에서나 재산균등분할에서 ‘가사 및 양육 노동의 대가’라면 “여성노인들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는데” 부부 중심으로만 얘기되고 있다며 “(이런 경우) 부부 각각의 부모도 재산분할 청구권을 가져야 하고,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일부는 정기금으로 부모에게 분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박선영(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지난 토론회에서 여성의전화 등이 주장하는 ‘재산분할균등원칙’에 대해서 “여성내부의 차이와 개별 구체적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비판하며 “균등한 분할을 선언하는 것은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박 연구위원은 “재산을 부부가 공유한다는 부부재산공유제”는 여성 개인이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가진다는 차원이 아니라 재산권의 주체를 부부로 설정해버림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현아(서울대 법대) 교수는 “부부공동재산제가 재산이 없는 배우자 혹은 전업주부를 보호하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반면 경제활동을 하는 기혼여성에겐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설 자리를 좁히고, 현실적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비가시화 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진정한 여성의 경제력의 신장 측면에서 보면 여성이 재산을 가지고, 세금을 낼 경제적 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재산권운동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입법 예고된 법무부의 민법 개정법률안에 대해 여성단체가 입장을 밝힌 것에 이어서,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이와 의견을 달리한 찬반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여성운동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