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샘 성적표가 왔는데 알아? 미적분이 F야.
(I just saw that Sam got an F in calculus.) 부인: 알아요. 성적표 봤어요. (I'm aware, Jack. I get a copy of his report card too.) 10월 4일 MBC에서 방영한 외화 <투모로우>에 나오는 대사다. 원어인 영어 대사를 보면 남편과 부인 사이에 존대나 하대가 없지만, 우리말로 더빙하는 과정에서 남편은 반말을 하고 부인은 존댓말을 하는 관계로 바뀌어버렸다. ![]() 가장 빈번한 예는 위의 사례처럼 남녀가 부부관계나 연인관계로 등장할 때, 남성이 반말을 하고 여성이 존댓말을 하는 경우다. 모니터링 대상 영화들 중 남녀가 연인 또는 부부로 등장하는 영화는 15편인데 그 중 80%에 해당하는 12편의 영화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견됐다. 남녀 커플이나 부부 사이에서만 아니라, ‘악당’과 여성들과의 관계에서도 여성들이 존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더빙을 한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됐다. ‘외화다시보기모임’은 특히, 영화 속 나쁜 캐릭터인 ‘악당’을 향해 주인공(남성)을 비롯한 모든 남성들이 반말을 하지만, 유일하게 여성들만 존댓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계급이 다른 경우에서조차, 성별에 따라 존대와 하대를 하는 등 성차별적인 더빙이 이루어졌는데, 그 사례로 영화 <파프롬 헤븐>에서 백인 집주인 여성은 흑인 정원사 남성이나 흑인 가정부 여성에게 존대를 하지만, 백인 집주인 남성은 정원사와 종업원을 비롯한 누구에게나 하대를 하는 것으로 더빙됐다. ‘외화다시보기모임’ 회원들은 이 같은 외화더빙 모니터링을 통해, “원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존대와 하대가 한국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차별적인지 알 수 있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성차별적 의식에 기반한 번역”이 성차별 의식을 더욱 확산시키고, 우리 사회에 차별적인 언어사용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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