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극복 아닌 ‘준비’ 필요

인구감소에 맞는 지역계획 세워야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6/11/22 [06:43]

저출산 고령화 극복 아닌 ‘준비’ 필요

인구감소에 맞는 지역계획 세워야

조이여울 | 입력 : 2006/11/22 [06:43]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을 제정, 개정하거나 정책을 세울 때 저출산 고령화 정책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서 평가하도록 하는 ‘저출산·고령화 영향평가제’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법과 제도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 받게 되는 것이지요.

‘성차별 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요구가 오랜 기간 지속된 후에야 ‘성별 영향평가제’가 이제 막 도입된 것에 비하면,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여론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여성고용차별 문제를 비롯해 성매매 등 심각한 여성인권 사안과 관련해선 정부 각 부처가 의지를 모아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무척이나 어려웠는데, 저출산 고령화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기획예산처, 심지어 여성가족부까지 적극적으로 손발을 맞춰 펴나가겠다고 합니다.

‘평등권’ 무시하는 출산장려책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나갈 때, 다른 법 제도들도 함께 방향을 맞출 수 있도록 살피고 조정해나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영향평가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시행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저출산 고령화 정책의 방향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앞다투어 출산장려 정책들을 내놓았습니다. 아이 셋을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발상부터 시작해서, 주택공급에 출산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건설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맞벌이 부부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는 재경부의 ‘소수 공제자 추가공제’ 폐지(다자녀 가구 추가공제로 전환)안 등이 그것이죠.

교육부도 나서서 교과서에 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가정을 표현한 삽화에서 1자녀 가정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걸 막겠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저출산 대책으로 부처 내 미혼남녀에게 데이트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해 비웃음을 샀던 보건복지부는, 불임시술이 여성의 몸과 아이의 몸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도 파악하지 않은 채 불임부부에게 불임시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각 지자체들의 출산장려책은 한술 더 뜨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다복왕 선발대회를 한다거나, 세 자녀 이상 가정에 ‘가족사랑카드’를 발급해 할인혜택을 준다거나, 역시 세 자녀 이상 가정에 임대아파트 우선입주권을 준다거나, 두 자녀 이상 교원에게 인사에 반영되는 가산점을 준다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이 모든 출산장려책이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평등권’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평등을 위해서는 아이를 낳았건 낳지 않았건,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삶의 조건을 면밀히 살펴 예산을 책정하고 공정하게 분배해야 합니다. 빈부 격차를 비롯해 각 사람들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아이를 많이 낳았다는 이유로 혜택을 준다면, 결국 사회양극화와 빈곤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입니다.

일과 가정 양립? 여성노동권 관심 밖

한편으로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이라며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양 선전하고 있습니다. 몇몇 여성단체를 비롯한 여성운동가 또는 학자들도 이에 솔깃해서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일조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여성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국가기구에서 ‘성차별’이라고 판정까지 내린 KTX여승무원 외주화 문제에 대해 노동부가 ‘불법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을 보면, 정부는 여성의 노동권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급격히 비정규직화, 간접고용화 되어가고 있는 여성노동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여성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게 만들까 고민하는 정부가 무슨 수로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겠습니까.

오히려 결혼 장려와 출산 장려를 통해, 결혼과 가족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는 한국사회 구성원들을 다시금 보수적인 가족 가치관 속에 밀어 넣고, 여성의 몸을 ‘아이를 낳는 도구’로 바라보는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향과는 정반대되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저출산 대책에, 여성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행정기구인 현재의 여성가족부마저 합세했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출산과 관련한 정책은, 사회 구성원들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만 제시하면 됩니다. 그런데 과연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각종 저출산 정책들이 이에 합당한지, 점검하고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산에 대한 선택권은 출산을 하고자 선택하는 것뿐 아니라, 하지 않고자 선택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지요.

고령화 문제를 출산정책으로 풀어선 안돼

문제는 저출산이 아닙니다. 인구 감소를 가져올 저출산 현상이 ‘위기’로 작용한다는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입니다. 만약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한다면 국가 발전 방향과 관련해 다른 방식과 모델을 상정해볼 수도 있고, 실제로 다른 국가 예를 통해서도 ‘인구 수’와 ‘국가경쟁력’이 반드시 비례한다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생태적이고, 미래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그러합니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는 반면 사람들의 소비는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몫은 그만큼 줄고, 우리 사회의 미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인구가 줄면 생산이 줄 것이라고 염려하지만, 소비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지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적정선을 이루도록 하면 됩니다. 또 많은 이들이 노동력이 부족할까 걱정하는데, 왜 수년간 심화되고 있는 심각한 실업난을 해소하고 완전 고용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고령화의 속도 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대별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지요. 관건은 지금의 시기에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과 여성과 십대들에게 ‘평등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고령화 정책이 나아간다면, 세대별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사회양극화와 성차별을 해소하는 길이 될 수 있지요.

그런데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고령화 사회 대응책은 실제로는 대응이라기보단 출산율을 높이는 쪽에 보다 중심을 두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정부가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을 늘려 인구감소를 막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시키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몹시 우려됩니다. ‘저출산·고령화 영향평가제’ 역시 온 나라의 법과 제도들을 출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비하는데 쓰여선 결코 안 될 일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비롯해 ‘저출산·고령화 영향평가제’ 실시에 있어, 한 가지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각 지자체들은 ‘시도별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 계획들이 고령화 사회와 시도별 인구감소를 고려한 발전계획인지, 아니면 지금보다 시도별 인구규모가 더 커질 것을 예상한 ‘개발’위주 계획인지 평가하여 이대로 가도 좋은지 판단해야 합니다.

인구감소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지 않은 채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가 규모위주, 개발위주의 정책을 펴나가게 되면, 앞으로는 진정 ‘위기’ 상황이 닥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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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정양숙 2006/12/04 [17:16] 수정 | 삭제
  • 극복이 아닌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산아제한정책만큼이나 무식한 출산장려정책을 바라볼때 마다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돈으로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은 정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저출산이 극복한다고 극복되는 것이었으면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는 프랑스나 일본 등의 출산율이 올라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저출산의 속도를 줄이거나 현 출산율을 유지할 정도였지,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쓴 미국이나 호주처럼 출산율이 증가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에서 세제불평등이나 출산권 등에 대한 고려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저출산 정책의 경우에도, 부유한 다자녀 가정에 대한 중복 지원 등 세제 불평등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이슈라고 하니, 정책이라는 것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죠.

    단지 기대하는 것은 출산율 저하라는 현상이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성계와 노동계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집장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고령인구, 비정규직, 여성, 청년실업자, 이주노동자 등의 고용처우 개선이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면 우리사회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가족친화와 관련되어서 희망적인 사항은 그렇습니다.
    일하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겠죠.

    참고로 2007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과제는 고령화 대책이라네요.
    누군가 더 적극적으로 '준비'의 관점을 관철시켰으면 합니다.
  • 겁나게. 2006/11/26 [00:31] 수정 | 삭제
  • 지금도 인구가 많아서 ..곤란할 지경인데..
    어쩌자고 , 자꾸 낳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어렵네....

    인구가 감소 돼어서 문제가 생길땐 그때고....
    주거문제도 그렇고 경제형편도 그런데...웬 ? 뜬금없이 다 출산이여 ?

    내년도 못 보면서...몇십년을 본다고 ?
    개가 들어도 웃는다!

    다분히...여성표를 의식해서....염병을 떨고 있으나,
    낳을 사람은 낳을 것이고...아닌 사람은 ..아녀...

    문제는, 시집 잘 갈려고...무조건 집을 떠나는 여자들 땜에.
    농촌 지키는 ..노총각의 고민을 덜어야지...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여자에만 유리한 논리를 펴서는 안돼는 것이지...
    어디 ? 여자가 말여 ? 애 낳는 공장이여 ?

    국가에서 돈 준다고 애 낳게 ?

    그러니까...너희들이 겁나게 밀어주었던 이 정권이 ...쪽박 차는거 아니겠어 ?
    하나같이....탐관오리들만 모였더구먼....
  • yeoja 2006/11/26 [00:23] 수정 | 삭제
  • 지난번에 신문에 나온건데 한국의 `性 격차 지수'에 남녀간 출생성비도 포함되는걸로 나왔는데 남아가 많이 태어나는게 여성에 결과적으로 손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남아선호사상을 보여준다는 측면은 있는것 같아요

    한가정에서 한자녀만 낳게되면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출생성비가 남자아이가 많이 태어날 것 같아요, 중국과 한국이 출생성비에서 남자아이를 많이 갖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 가정에 한자녀만 낳는 것보다는 두자녀 갖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세자녀 이상 갖는 것까지 장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고 실제로 인구과밀로 사회적 문제도 많죠
  • miomio 2006/11/24 [13:59] 수정 | 삭제
  • 출산을 하는 것도 선택권이지만 하지 않는 것도 선택권이란 말씀에 동감합니다.
    출산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권리도 있어야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하지 않을 권리도 있어야 하는데, 주위 시선이나 압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면서, 주위에서 애 낳으라는 압력이 더 세지는 것 같습니다.
    애를 하나도 아니고, 둘 낳아야 하고, 많이 낳을 수록 좋다는 얘기들 많이 하는데요..
    애가 그냥 생기고, 그냥 큽니까.. 그거야 다 사람 나름이고 애들 나름인데, 좋으면 좋은대로 사는 거지 왜 모였다 하면 애를 많이 낳으라고들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KHS 2006/11/23 [10:10] 수정 | 삭제
  • 좋은 의견을 제시해주셨네요.
  • orion 2006/11/23 [10:06] 수정 | 삭제
  • 춭산장려책을 꼭 나쁘게 볼일은 아닌데요.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출산장려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요.
    한국이라고 출산장려책이 나오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
  • 쓰리빠 2006/11/22 [18:22] 수정 | 삭제
  • 좋은 기사 감사~
    근데 애들 많은 집에는 주택에 대해 혜택을 주는건 좋지 않을까요? 물론 돈이 쫌 있는 사람들이 애들 많이 낳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좀 빼놓고
    돈없는데 애들 많이 낳는 사람들한테는 좀 더 넒은 집이 필요할 듯해요
    물론 이 기사가 무조건 적인 평등을 주장하고자 하는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걍 이런 생각이 드네요.
  • 2006/11/22 [15:32] 수정 | 삭제
  •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설명이네요.
    글은 업어가도 되겠지요?
    종종 들러서 많은 도움을 받고 갑니다.. 이만총총
  • real 2006/11/22 [13:05] 수정 | 삭제
  • 저렇게 마구잡이로 애를 낳게 만들기 위해 정책을 펴다니.. 한심하고 놀랍고 그러네요.
    근데 이해가 더 안 가는 건, 여성가족부가 왜 저출산 문제에 나서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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