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0만원, 알바 겸하지 않는 사람 구함’

모 대학의 학과 사무원 채용공고

은아 | 기사입력 2006/12/26 [18:31]

‘월 70만원, 알바 겸하지 않는 사람 구함’

모 대학의 학과 사무원 채용공고

은아 | 입력 : 2006/12/26 [18:31]
얼마 전 00대학 00과 사무원 공고가 났다. 과거 사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던 지라 요즘은 근무 여건이 어떤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채용공고 안내문에는 버젓이 모집인원에 “여 1명”이라고 되어 있고, 급여는 “월 7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타사항으로 “학과 얼굴로서 학과 강사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께 친절하신 분”을 원한다고 되어있고, “근무시간 업무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근무시간 이후 무리한 알바를 겸하지 않는 분 우대”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며칠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 공고 게시물은 사라졌다. 대신 새로 채용공고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급여는 “75만원”으로 수정되어 있었고, “근무시간 업무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근무시간 이후 무리한 알바를 겸하지 않는 분 우대”라는 말은 삭제되어 있었다.

다른 과의 경우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00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사무원”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여러 과에서 낸 사무원 채용공고를 볼 수 있었다. 확인해보니 00과의 게시물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대개 성별을 “여성”으로 명시하고 있거나, 나이제한이 있었다. 많은 경우 만 30세 미만이고, 만 25세 이하인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여성노동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학의 사무원 채용공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여성직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오래되었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 00대학의 경우 학과 사무실에는 보통 조교 1명과 사무원 1명이 일하는데, 높은 학력을 요구하고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조교는 남자와 여자 모두 일하고 있는 반면, 과 사무원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여자이고 20대 초 중반이다.

이유는 학교에서 과 사무실 사무보조 역할을 하는 사무원이 나이가 많은 것을 꺼려하고(속된 말로 ‘부려먹기 어렵다’는 이유로), 교수나 강사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사람을 원하며, 그 역할은 ‘여성’이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사회적 편견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급여 70만원으로는 집세나 물가가 비싼 대도시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근무시간 이후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 않기를 요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학과 사무원이 하는 역할을 일반 기업에서 할 경우, 급여가 100만원 이상이고, 단순 업무를 맡고 있다 하더라도 정규직으로 고용된 경우엔 근속수당이나 상여금이 지급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임금은 훨씬 더 차이가 날 것이다.

얼마 전 비정규직보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법안의 주요한 취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학과 사무원을 비롯하여 대학 내 사무원들은 모두 일용직 노동자로, 즉 전원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학내 사무원 직만을 한정해서 본다면 비교할만한 정규직 노동자의 대우라는 것 자체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사무원 가운데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여전히 성별에 따라 업무를 나누고 임금과 승진에서도 엄연히 차별이 존재한다. 법이 제정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뿌리깊은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 성차별이 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안에서 다양한 계층(성, 학력, 연령 등)에 대한 평등감수성이 자리 잡히지 않는다면, 아마도 비정규직보호법안이 발효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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