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에서 작은 한식점을 경영하는 박모(53)씨는 “개업한 첫날부터 이 동네 유지라고 하는 손님이 찾아와서 자기한테 잘 보여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신체 접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반사로 남자손님으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홀 옆에 붙어있는 “방에 가서 같이 자자”며 박씨의 몸을 끌어당긴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옆자리에서) 식사하는 다른 여자손님한테도 남자들이 집적대는” 일이 있어서, “나가라”고 돈도 안 받고 내쫓는 등 단호하게 대처했더니, “음식이 맛이 없다는 둥 동네에 나쁜 소문과 험담이 돌아 최근까지 손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나라당 최연희(현 무소속) 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해명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거센 반발과 파문을 일으킨 이 발언은,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과 더불어 이들 여성들이 얼마나 심각한 성희롱에 노출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성적농담, 욕설, 술 마시기 강요, 폭행 최근 한 연구조사에서 음식점에서 고용돼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손님이나 업주, 동료들로부터 성희롱을 비롯한 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여성연구소가 서울시 소재 10인 미만 한식점업 여성 피고용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업 여성노동자들의 25%가 손님으로부터 언어적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성희롱이나 폭행은 10%가 넘는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이 손님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문제는 ‘반말 및 욕설 등 비인격적인 대우’, ‘불쾌한 성적 농담’, ‘폭행’, ‘술 따르기, 술 마시기 강요’, ‘불쾌한 신체 접촉’, ‘데이트 등 성적 요구’ 등이다. 전국의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150만 명 정도며, 여성은 100만여 명으로 전체 70%에 이른다. 그러나 소규모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성희롱을 비롯한 각종 폭력과 모욕적 언행으로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으나, 별다른 사회적 간구책과 노력이 없는 실정이다. 연구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연구소 신경아 연구원은 “손님이 많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고용되어 손님과의 접촉이 잦은 시간제 근로자나 홀 근무자가 더 많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시간제로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는 손님으로부터 성희롱나 모욕적 언행을 경험해도 주위에 도움이나 구제를 청할 방법이 없고, 신분적 취약성으로 인해 업주나 동료로부터도 비인격적 대우나 폭행, 성희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의하면, 식당에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13.7%가 업주로부터 폭행을, 5% 이상이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을 겪고 있다. 또 13% 이상이 동료로부터 반말 등 비인격적 대우를, 10% 이상이 술과 관련된 성희롱을 현재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간제 근로자들은 신분의 취약성과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해 손님과 업주, 동료들로부터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고문 게시, 성희롱 예방교육 등 대책 마련해야 한국여성연구소 연구팀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되고, 근로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직장내 성희롱 방지 및 처벌에 관한 법은 사업장 내 상사나 동료 등 사용자나 종업원들의 관계에 국한되어 있어서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성희롱은 포함되지 않은” 문제점을 짚었다.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업장 내 일상적인 문화를 바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한국여성연구소 박기남 연구원은 고객, 업주, 동료에 의한 성희롱을 포함한 성희롱 전반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예방하기 위한 ‘고지(告知)’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식점 내 일정한 곳에 성희롱에 대한 정의와 예시, 경고문을 게시해놓아 성희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사업주의 책임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고지(告知)에는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가 방치함으로써 여성근로자의 피해가 더욱 커지지 않도록” 사업주의 적극적 대응에 대한 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0인 미만의 소규모 음식점과 같은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확대되고, 별도의 프로그램이 개설되어야 하는 점도 지적됐다. 사업장의 규모와 영세성으로 인해 개별 사업장에서 교육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지역 차원에서 강의를 개설하여 사업자와 근로자들이 교육을 받도록 순회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노동부가 수행하기 어렵다면 지역 여성노동단체들과의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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