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배] 여자와 자고 나면 반말?
번역극 속의 남자들
독자 | 입력 : 2007/04/07 [17:59]
지난 주말에 공연을 하나 보았습니다. 가벼운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였어요. 처음 만난 남녀 주인공은 조심스레 다가가며 가까워지는 중이었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지요.
중반까지는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같이 자고 나자 남자는 ‘반말 쓰겠다’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반말을 찍찍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저는... 했어요” 하는 극도의 존댓말을 계속 했고요.
게다가 여자주인공에게 의존적인 전 애인도 등장했는데, 여자는 최소한 전 애인과 평등한 관계거나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관계(미숙한 전 애인을 돌봐주는 상태였으니까)인데도, 그 남자에게까지 존댓말을 쓰더군요.
남자주인공이 여자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기분을 나빠져서 더 이상 극에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와서, 이런 일로 기분 상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공연의 원작인 영어에는 반말도 없고 존댓말도 없습니다. 물론 한국어로 번역하기 까다롭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성격이 나쁜 남자 인물들이 반말을 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어울리는 상황도 있겠죠. 하지만 평범하고, 정중하고, 착한 남자배역까지 개념 없는 반사회적인 인물로 만들어버리는 번역가들은 뭐지요?
예의를 차려야 하는 상황은 물론, 험악하게 상대와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도 겸손하게 존댓말을 하는 여자 인물들은 또 어떻습니까. 번역물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욕지거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악당에게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고, 심지어는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에게까지 존댓말을 써가면서 따지려고 애쓰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선 번역가가 번역한 대로 자막이나 더빙이 나가게 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에서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 이상한 화법을 쓰고 있는데도, 혹은 상대 인물들이 불쾌하고 버릇없게 나오는데도 울컥울컥하지 않는 것인지?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에서, 혹은 여러 차례 공연되는 동안 수정될 만도 한데 말입니다.
남자가 여자와 자고 나면 일방적으로 반말을 써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번역가들을 공개 수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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