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내 인생의 비밀’

재즈 가수를 꿈꾸는 지민

케이 | 기사입력 2007/04/09 [23:52]

‘노래는 내 인생의 비밀’

재즈 가수를 꿈꾸는 지민

케이 | 입력 : 2007/04/09 [23:52]

벌써, 지민과 처음 만난 지 햇수로 6년째다. 그리고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지도 꼬박 만 오년. 결국 나는 지민을 처음부터 그녀의 노래로 기억한 셈이다. 노래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노래와 함께라 그녀는 더 멋지다.

그런 지민과 새삼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만났다. 평소에 만나면 시덥잖은 수다를 떨며 낄낄거리는 사이라 짜임새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기가 조금은 수줍었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그녀의 정수와 마주친 것 같았달까.

“이젠 수줍지 않아”

지민은 이제 무대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섰을 때, 더 이상 수줍지 않다고 한다.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긴장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두근거림에 가깝다고.

최근 -그러니까 지난 3월 말- 그녀는 다니던 음악 학원의 일년 정규 과정을 마치고 졸업 공연을 했다. 그 무대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흠뻑 빠져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 영감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그녀가 오년 전 노래를 부르기 위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보여주었던 어쩔 줄 모르는 모습과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던 눈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다. 사라졌다기 보다는, 자기 안으로 갖은 두려움들을 다 녹여 낸 듯한 느낌.

지민의 어머니는 얼마 전 그녀에게 “네가 요즘처럼 행복해 보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의 말씀을 내게 전하는 그녀는 충만해 보였다. 나 역시 그녀 어머니의 말씀에 십분 공감한다. 매일같이 너댓 시간 밖에 못 자고 열두 시간 넘게 연습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지민은 피곤해 보이기보다 오히려 에너지에 넘쳐 보였다.

그녀의 홈페이지는 지난 일년 내내 ‘영감이 찾아 오길 기다리지 말고, 그저 열심히 하라’ 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해 냈다. 노래 실력이 월등히 나아졌다는 게 그걸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이 노래에 대한 애정이 깊어짐에 따라 더욱 긍정적으로 변해 갔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게으름 없는 노력이 동반되었다는 것. 그로부터 그녀가 노래와 함께 살기 위해 ‘그저 열심히 했다’ 는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삶의 ‘귀곡성’과 직면하기

졸업 공연에서 지민이 부른 노래 중 한 곡은 'The Jodi Grind' 란 곡이었다. 가수 나윤선이 부른 버전으로 그 노래를 불렀는데, 굉장히 강렬한 느낌이었다. 곡 중간에 그걸 부르는 사람이 거의 ‘끽끽거리는’ 소리를 내야 하는 노래. 보컬이 곱고 아름다울 수 없고, 도리어 듣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로 무서운 소리를 내야 하는 노래. 그 곡은 그랬다. 나는 그와 관련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왠지 우문일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물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거나 결코 편치 않아할 노래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저번에도 이야기 했었잖아. 나윤선 씨 공연 보러 갔다가 한참 아름다운 노래들을 예쁘게 부르던 나윤선 씨가 어떤 곡에서 정말 너무 무서운 소리를 내더라고. 나는 그 때 문득 눈물을 흘렸거든. 아, 저렇게 노래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싶었어. 나도 놀랐어. 그 노래에 눈물이 나는 데.”

“그게 어떤 깨달음 같은 걸 준 건가?”

“생각해 보니까 알겠더라고. 세상의 예쁘고 밝은 면, 그것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사실 모든 것에는 무섭고 어두운 부분이 있는 거잖아. 그런 부분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감동했던 것 같아. 맞아, 저런 것도 있었지, 싶고. 예쁘고 밝은 걸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귀곡적인 걸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는 게 어쩌면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고 그만큼 더 정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고. 그래서 졸업 공연 때 그런 느낌을 생각하면서 Jodi를 불렀다고 해야 하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예전에 지민이 나의 글쓰기에 대해 조심스레 도움말을 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습작한 소설들을 보여 주면서 어떠냐고 그녀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이런 말을 해 주었던 것이다.

“있잖아, 나는 그렇더라고. 조용하고 평온해 보이고 무리 없어 보이는 가운데 드러나는 되게 무겁고 어두운 거, 그런 거에 충격을 받게 되더라. 그리고 그 충격에 감동하게 되고. 예쁘고 아기자기 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 사이에 숨어있는 그 이면의 무언가에 새삼 감동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게 사람 사는 거니까.”

그래 맞아,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때의 저 말을 나는 시시때때로 맘 속에서 꺼내 보고 있다.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진실. 직접 꺼내어 말하기 어려운 질척하고 비틀린 마음.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당연하다고 믿는 것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전혀 다른 진실. 누군가가 드리운 아름다운 포장이 가리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아픔, 슬픔, 고통, 그리고 간절한 바람.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겠구나, 라는 느낌도. 그런 이야기를 내게 던져 주는 이런 친구가 있어서 나는 용기를 내고 씩씩할 수 있다. 그래서 고맙다, 는 마음까지.

‘삶의 노래 진실의 노래’를 배운 곳, 노래패

아무래도 그녀가 몸담았던 대학 노래패 활동이 그녀에게 미친 영향 또한 만만한 게 아닐 것 같아 노래패 활동에 대한 생각을 물어 봤다. 너에게 노래패 활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고. 그랬더니 그녀는 그건 ‘사람’이었다고 얘기한다. 집회 현장에서, 학교 내 자치 단체가 여는 각종 학내 활동의 장 속에서, 신입생들과 처음 만나는 ‘새내기새로배움터’ 자리에서. 그 노래들과 사람에 대해 더불어 배웠다고.

그렇게 민중가요를 배우고 사람들과 함께 부르면서, 지민은 정말이지 음악을 배웠다기보다 관계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같이 활동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술 마시면서 부대끼고 연습하면서 상처 받고 다시 서로 다독이며 추스르고. 그게 자신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감정적으로 빡세게 노래하기’. 그 노래들의 가사가 담고 있는 내용을 뼈 속까지 체화해서 부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그녀는 노래패 활동을 통해 배웠다. 정말 노래의 내용처럼 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해야 비로소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그 노래들을 부를 수 있었다고.

진심으로 고생스럽게 노래 부르기.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노래 부르기. 그렇게 부를 수 있게 노력하기. 그러한 배움들은 본격적으로 재즈를 배우기 시작한 일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민의 마음을 관통하는 믿음 중에 하나라고 한다.

나에게 재즈란

지민이 특별히 재즈에 끌린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멜로디와 리듬을 따라 쭉 가는 게 기본이 되는 여느 음악과는 달리 하나의 뿌리를 중심으로 해서 자유자재로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다른 음악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일 수 있겠지만 합주하는 순간, 공연하는 순간 다 같이 즐기지 않으면 더더욱 의미가 없는 게 바로 재즈. 아무리 여러 번 맞춰 본 곡이라도 정작 무대에서 연주하기 전에는 그 날 그 무대에서 어떻게 그 곡이 연주될지 멤버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열린 음악. 지민은 그래서 재즈가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즉흥이 중요시되는 것이 재즈라는 음악이라면 그 자유로운 공간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민은 아직까지 자기가 해 온 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이미 너무나 멋진데도, 그렇게 얘기한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더 기대해야 할까. 앞으로 그녀가 하는 더 멋진 음악을 들을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니, 진심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기쁘다.

학원의 일년 코스를 수강하면서 음악은 내 인생의 비밀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그녀. 와, 넌 벌써 인생의 비밀을 찾아낸 거냐, 그거 엄청 대단해 보여. 왠지 존경스런 마음에 마구 부러워했더니 그녀는 히히 웃으며 가볍게 대꾸했다.

“인생의 비밀을 다 알았다는 게 아니라, 내가 풀어야 할 비밀이 무언지 알았다는 건데~ 그냥 그런 거야.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사람들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이게 나의 비밀, 뭐 이런 느낌?”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 소망해 본다. 우리 지민이가 찾은 인생의 비밀, 그 비밀인 음악이 그녀가 헤쳐 갈 수많은 삶의 고비마다 그녀로 하여금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하고, 그걸 통해 어려움을 푸는 열쇠를 얻기를. 그리고 그 길에 내가 좋은 친구로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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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nspeace 2007/04/20 [15:24] 수정 | 삭제
  • 링고에서 지민씨 노래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편집장'이라고만 알고 있다가, 그런 완전히 흠뻑 취한 필로 노래하는 걸 들으니 정말 충격적이고 멋졌던 기억이 나네요..

    부러워요ㅠ_ㅠ
  • 솔로 2007/04/14 [10:52] 수정 | 삭제
  • 인터뷰한 분 음성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
  • N 2007/04/12 [15:42] 수정 | 삭제
  • 저는 지민 님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훌륭하게 노래하셔서...
    많은 분들이 지민 님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 커이 2007/04/11 [23:16] 수정 | 삭제
  •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니
    어떤 사람인지 대단해 보여요
  • sori 2007/04/10 [12:31] 수정 | 삭제
  •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인터뷰 기사에는 이 분의 공연을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는지 정보도 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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