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능사 아니다

대선후보들이 알아야 할 여성노동 해법

윤정은 | 기사입력 2007/10/19 [10:03]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능사 아니다

대선후보들이 알아야 할 여성노동 해법

윤정은 | 입력 : 2007/10/19 [10:03]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여성노동계와 노동전문가들이 심각한 "한국사회 여성노동 현실"을 알리고, 해법과 정책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대선 후보들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성장 처방'과 '일자리 창출' 두 가지 모두 "해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전문가 4인이 대선 후보에게 보내는 제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각 당에서 나온 정치인들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참석했다.

저임금, 고용불안, 사회보험도 제외된 ‘근로빈곤’ 확산

발제를 맡은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 빈곤현상의 특징에 대해서 "노인과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이 높은 상태"이고 "일을 해도 빈곤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의 비율이 높은" 점을 주목했다. 이는 "더 이상 실업대책이 빈곤대책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장지연 연구위원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대선 주자들이 '성장 처방'과 '일자리 창출'을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두 가지 모두 "해답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997년 경제위기 상황과는 현실이 변했고, 현재 당면한 것은 ‘일자리 창출’로는 해결되지 않는 "근로빈곤"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 즉, "수많은 저임금노동자가 빈곤 인구로 쌓여가는 현실"에 천착해야 하며, 노동시장과 복지제도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지연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은 적정 수준의 임금과 고용안정, 사회보험혜택을 누리는 계층과, 이 모든 것을 결여한 취약 계층으로 이중구조화 되어 있는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보장체계의 한계와 맞물리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내다봤다. 이유는 우리 사회보장체계 자체가 "기여한 자만을 수혜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 보험제도"이기 때문.

현재 15세 이상인구의 24%만이 일자리를 통해 사회보험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여성노동자 중 33%만이 고용, 산재, 건강, 국민연금 4대 보험의 보호를 받고 있는 등,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는 사회보험제도로 배제되어 있다. 다수의 여성노동자가 실업이나 재해를 당했을 때 적절한 구제 선이 없어 앞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여성도 독립적인 '연금수급권' 확보할 수 있게

따라서 장지연 연구위원은 여성노동자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과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처지를 감안해, 그간 사회에서 방치되다시피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제도권 내로 포섭"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사회보험 적용 확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및 감독 강화, 비공식노동의 공식화, 최저임금 적용 감독 강화 등을 통해 "모든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제도권 내로 포섭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앞으로 정책방향에서 "남성생계부양자형 복지체계와 남성표준노동자형의 노동시장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모든 여성이 기본적으로 노동자라는 대전제를 가지고, 모든 노동시장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정책의 대상 단위는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재은(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도 "여성들은 사회보장 수급에서 배제되어 있다"면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입각한 '가구단위 사회보장 모형'이 앞으로 '1인 1연금' 즉 여성도 독립적인 '개별연금수급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효성 있는 ‘직무평가’ 필요

한편,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노동자들은 "남성과 비교하여 불이익을 받을 뿐만 아니라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중의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면서, 앞으로 여성노동정책의 초점은 "간접차별의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경우에 결혼, 임신,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후 노동시장에 복귀했을 때 고용형태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점을 설명했다. 지금 노동시장 진입에서는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20대 여성들도, 구조적 차별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경력 유지와 일자리 보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를 확대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효성을 확보하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실효성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은수미 연구위원은 "직무 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이 조항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봤다. 우리 사회의 임금체계가 동일직무에 기초한 것이기보다, 해당 기업에서의 경력 및 연령에 따른 연공급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직무에 기초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지향하면서, 적용 가능한 여성직무 혹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직무분석 및 임금체계 개편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덧붙여 이랜드 계산원과 호텔룸메이드 문제 등 간접고용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비정규직 대책뿐 아니라 간접고용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사내하도급을 차별 시정의 대상에 포함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며, 불법파견에 대한 판정을 엄격하게 하여 외주화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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