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노동자 방광염 많아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건강-2
윤정은 | 입력 : 2007/12/21 [01:42]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 유통업체 등 서비스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과 일상적으로 대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들 노동자들의 업무와 노동환경,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은 미흡하다. 앞으로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쉬지를 못하고, 화장실에 못 갔어요. 중간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손님이 있으면 참게 되고. 하루 종일 화장실에 한번도 안 간 적도 많고, 가더라도 한번 정도. 장시간 동안 서서 일하니까 집에 들어가서 보면 발이 퉁퉁 부어요. 그렇게 일했더니, 소변 볼 때 뒤끝이 찌릿하고 아프고…” (33세, 서비스직종 경험자)
서서 일하는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노동환경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면 ‘휴게실과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장시간 한자리에서 비슷한 동작으로 서서 일하는 특성상 “잠시라도 앉을 수 있는 의자나 발을 뻗고 앉아 쉴 수 있는 휴게실”이 필요하고, “화장실 이용이 편리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방광염 많아
‘휴게실’과 ‘화장실’ 문제는 서비스유통 노동자들의 건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현재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설문한 결과 “휴식시간과 휴식공간이 부족하고, 화장실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 중에 방광염 이런 거 많아요. 되게 많아요. 고객 상대하다가 갈 수는 없잖아요. 고객 밀릴 때는 못 가요. 참아요. 그리고 화장실이 몇 군데 없고 멀리 있다 보니… 물을 안 먹어요. 화장실 안 가려고. 그렇게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제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다들 그래요. 백화점 문화가 좀 낙후되어 있어요.“ (H 백화점)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와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으로 조사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안전보건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직종 여성노동자들은 화장실을 자주 이용할 수 없어서 “물을 안 먹는” 등의 방법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화점, 대형할인마트에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이처럼 화장실을 제때에 못 가는 노동조건으로 인해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변이 방광 속에 오래 머무르면 세균감염이 잘 되어 방광염을 일으킬 수도 있고, 드문 경우지만 신장에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가까운 거리에 이용 인원을 고려해 화장실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화장실 휴식” 운동
국외의 경우, 서비스유통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조건으로 ‘작업장 내의 화장실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비합리적인 이유로 노동자가 화장실에 가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화장실 수에 대해 직원 15명까지는 1개, 35명까지는 2개, 55명까지는 3개, 80명까지는 4개, 110명까지는 5개, 150명까지는 6개, 그리고 40명씩 증가할 때마다 1개씩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주요 안전보건 의제로 “화장실 이용을 위한 휴식 시간의 확보”를 꼽고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백화점, 슈퍼마켓, 닭고기 가공공장, 식품 및 음료수 노동자 등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 RWDSU는 “화장실 휴식”(bathroom breaks)라고 부르는 운동을 펼쳐왔다. “화장실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며,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인원에 맞게 개수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조합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장시간을 한자리에 서서 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법으로 정하고 있는 화장실 휴식 및 이를 위해 적절한 화장실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화장실 휴식’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고, 계속 고객을 상대하고 면접해야 하는 서비스 직종 여성노동자들에는 화장실에서 갖는 휴식시간이라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한국도 화장실 설치기준 마련해야
한국과 국외의 유통서비스 분야 노동형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비교 조사하고 있는 민주노총노동안전보건위원회 김신범 위원은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식수의 문제나 화장실의 개수와 조건에 관련한 국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근로감독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법적인 화장실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자유에 대해 명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휴게실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만, 화장실 설치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다. 김신범 위원은 “법적인 화장실 설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당장 법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조항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비스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현장을 방문하고 조사해서, 정부와 사측에 법 집행과 이행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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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2008/03/02 [15:18] 수정 | 삭제
- 아스피린먹고 2007/12/24 [15:59] 수정 | 삭제
- 잎새 2007/12/21 [10:25]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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