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미소짓게 하는 노래
음악하는 여자, 소히(Sorri)
이지민 | 입력 : 2008/01/11 [01:17]
내가 소히를 처음 본 것은 “빵”이라는 클럽에서였다. 그녀는 몸에 비해 약간은 커 보이는 기타를 능숙하게 연주하며 노래를 했는데, 그녀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참 신선하면서도 따뜻해서 인상에 오래도록 남았다. 공연을 몇 번 보았지만 그 모든 공연에서 그녀는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음반으로 나온 그녀의 음악은 내 일상을 더 빛나게 채워주었다. 그녀의 첫 앨범을 사고 공연 스케쥴을 체크하고 다음 앨범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마음으로 소히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들을 얻어 돌아왔다.
“섞여 있는 모양을 닮고 싶어요”
“어렸을 땐 부끄럼 많이 타고 그랬어요. 발표도 잘 못하고. 되게 소심했거든요. 근데 친구들이랑 놀 때는 노래하면서 노는 걸 좋아했어요. 그 당시 티브이에 김완선이 나왔는데 그 사람만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기분이 이상해지는 거에요. 나도 저기에 서고 싶은 기분 같은 게 들었어요.”
그녀의 음악적 삶은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쌓아온 것에 가깝다. 그녀가 흑인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클럽의 락음악에 심취하고 현재 솔로뮤지션으로서 하고 있는 음악에 가장 가까운 브라질 음악에 오기까지의 여정에는 부지런히 음악을 사랑해 온 그녀의 고민이 담겨있다. 흑인음악이 본격적인 음악적 열정을 열어주었다면 클럽의 락뮤지션들은 그녀에게 흉내내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음악’의 가치를 새겨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브라질 팝 MPB(Musica Popular Brasileira)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는 섞인 모습의 매력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음악에는 훵크, 흑인음악, 아프리카적인 것과 백인적인 것, 포르투갈적인 것, 락적인 것이 모두 섞여 있어요. 섞여 있다는 게 좋았어요. 뭔가 특정한 장르를 고수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이 음악을 내 음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브라질 음악을 한다기보다는 브라질 음악의 섞여 있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많이 아끼면서 가난하게 살면 괜찮지 않을까”
꾸준히 인디판에서 음악을 해 온 소히라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있을 터였다. 어떻게 하면 예술을 하고자 하는 여자가 지속적으로 예술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지망생들이 두려워하며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발을 뗀 사람으로서 그녀는 어떤 고민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까.
“경제적인 문제 같은 경우는 쉽지 않아요. 한국에서 음악하는 사람 중에 자기 음악만으로 돈 벌어서 사는 사람이 몇 프로나 될 지. 저는 가끔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어요. 불과 1년전만 해도 이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돈에 대해서, ‘돈=시간’이라는 것에 민감해졌다고 할까. 내가 쓰는 이 돈이 몇 시간짜리다, 뭔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걸 못하게 만드는 돈이다, 라는 개념이 확실해졌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음악을 꾸려나갈 수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간에는 음악도 제대로 못하고, 공연하면 항상 망하고. (웃음) 그래서, 궁색해질까봐 걱정이 되긴 하는데, 많이 아끼면서 가난하게 살면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요.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어머니 같은 경우는 결혼하라고 그러세요. 며칠 전에는 막 크게 싸웠어요. 어머니는 저 보고 이기적이라고 하고, 나는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 하면서 싸우고.”
그리고 그녀는 뮤지션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한국 대중음악의 기형적 구조에서 단지 살아남는 것뿐만 아니라 그 구조를 어떻게 더 공정하게 바꾸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다.
“음악으로 돈벌기,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판을 뒤엎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해요. 그렇게 하면 아주 부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모두 조금씩은 먹고 살게 될 거에요. 마포 FM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홍대주변 클럽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MP3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왔죠. 어쨌든 MP3은 테입에서 시디로 가듯이 거쳐야 하는 과정일지 몰라요. 하지만 그 판이 공정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싸이월드에서 음악을 사면 싸이월드의 수익에 비해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몫이 터무니없이 적어요. 이런 판을 뒤집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이미지가 그렇게 되는 게 좋아요”
여성영화제, 월경 페스티발 등 여성주의 행사에서 자주 공연하는 그녀는 여성주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 일다의 몇몇 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도 작년 여름 새만금 락 페스티발에 반대하는 ‘살살페스티벌’ 공연에서였다고.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모 여성뮤지션이 ‘자신의 이미지가 여성주의와 연결되는 게 곤란해서’ 여성주의 행사에 출연하는 것을 고사한 일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소히는 ‘저는 제 이미지가 그렇게 되는 게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과의 여성주의 모임을 1년이 넘게 꾸려나가고 있다.
“여성주의 모임 하는 게 있어요. 음악하는 친구도 있고, 글 쓰는 친구도 있고,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만들어진지 1년 됐는데, 각자 스타일 조율하느라고 1년이 갔어요. (웃음)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요. 올해부터는 세미나도 할 계획이고요. 처음 모인 건 위안부 관련해서 공부해 볼까, 작곡도 하고 글도 쓰고 해서 서로 보여주고 하자고 한 게 계기에요.”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고 이 원칙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고민은 이 지향을 나누고 발전시키고 또 그것을 통해 결과물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통로 자체가 귀하다는 것이다.
“여성주의 관련해서 같이 음악하는 사람들이랑 갈등이 있죠. 저는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은데 같이 음악하는 친구들이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반여성적인 얘기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 없고 변화를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죠. 소통이 잘 되어서 여성주의적인 공연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은데.”
하지만 그녀는 귀한 통로를 조금씩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계기들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그녀의 부지런한 탐색과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경이라는 친구를 만났어요. 이번 월경 페스티발에 혼자 나와서 음악 틀어놓고 랩을 했던 남자에요. 저도 그 때 처음 만났는데, 이 친구는 원래 힙합음악을 했던 친구이고 저와는 퍼커션으로 같이 공연도 하고 있어요. 이 친구는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고, 무슨 말을 해도 소통할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고 말해주니까 너무 힘이 나죠. 2집 앨범을 그 친구랑 같이 작업할 예정이에요.”
재밌는 일상 얘기 같은 음악
여러 사람이 각자의 삶을 살듯이 자신의 음악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소히. 일상에서 친구가 해 주는 재밌는 얘기로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음악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단다. 그녀의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미소짓다’의 뜻을 가진 건 그런 생각에서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느낌들로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필요한 자리에서 커다란 에너지로 연주해내고 있다. 자신의 음악을 위한 연구와 노력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 자신의 원칙을 계속 다듬어나가고 있는 소히의 부지런함은 무감각해진 일상을 살고 있는 내게도 실마리를 준다.
소히는 한 달에 1~2회 정도 홍대 주변 클럽 ‘빵’에서 공연한다.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와 건강한 기타연주를 직접 볼 수 있다. 요즘은 2집에 들어갈 신곡들을 주로 연주한다고 한다. 그녀의 앞날과 예술가를 꿈꾸는 여자들의 앞날이 재밌는 영감으로 가득 차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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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2008/01/21 [18:38] 수정 | 삭제
- 소야 2008/01/18 [20:51] 수정 | 삭제
- 로마 2008/01/13 [19:58] 수정 | 삭제
- milktea 2008/01/13 [02:11] 수정 | 삭제
- 유오가현 2008/01/12 [16:17]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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