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판매직 노동자, 할인마트의 계산원, 고속도로 휴게소의 판매직, 호텔 서비스 노동자,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점원 등 우리 사회에서 곳곳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서 일하는 노동으로 인해 각종 질병을 겪고 있다는 보고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은 산업재해 정책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
민주노총과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이 지난 19일부터 대형할인마트 중심으로 시작한 ‘의자 놓기’ 캠페인은 유통.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이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서비스 여성노동자는 대부분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면서, 서서 일하는 고통과 감정노동까지, 이중 삼중의 고통에 갇혀 있다”며,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잠깐이라도 앉을 수 있게 된다면, 억지웃음과 시늉을 하지 않고 고객을 향해 진정한 웃음을 지으며 노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77조(의자의 비치)에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때에는 당해 근로자가 이용할 있도록 의자를 비치하여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 따라서 사업주는 규정에 따라 매장에 의자를 비치하고, 서비스노동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비스연맹, 서울지역 백화점 중심으로 실태조사 서비스연맹 김민정 여성부장은 “대형할인마트를 중심으로, 미조직된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의자 놓기’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며, 또한 “전문가들이 3월말까지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여성을 중심으로 근로실태조사를 계속해 4월말까지 마무리 하고,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은 작년부터 ‘의자 놓기’ 캠페인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관련 정책을 지원하는 모임을 꾸려왔으며, 여기에는 여성사회학자, 산업의학전문의, 법률전문가, 인간공학전문가 등이 결합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근로실태조사는 서비스연맹 소속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여성노동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고, 의자에 앉을 수 있는지 여부와 화장실, 휴게실 등의 노동환경, 그리고 건강증상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구조, 화장실 위치와 개소, 식수의 제공여부, 휴게실 조건 등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10~20명의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서서 일하는 동안의 근육피로도를 실험 조사해 이후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비스 여성노동자를 존중하자’는 고객캠페인 될 것 한편으로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는 일은, 먼저 고객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고객들에게 친절하다는 이미지나 인상을 주기 위해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이 서서 일하도록 강요를 받기 때문. 근로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대고객서비스라는 명분 뒤에는 하지정맥류, 다리와 발의 근골격계질환, 심혈관계질환, 조산이나 유산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가려져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여성노동자들을 ‘세워놓은 관행’이 “서비스 노동을 천시하는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의자 캠페인’이 “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 대해 무시하고 핍박해도 무방한 대상이 아니라, 존중해야 할 노동자임”을 알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것 또한 중요한 활동이다. 서비스연맹은 “서비스 노동자들 스스로도 앉아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사업주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을 잘 알려주어, 불필요하게 서서 일하는 것을 줄여나가자는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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