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여행? 美대사관에 줄만 안설뿐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여행자정보 제공 논란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8/05/22 [06:14]

무비자여행? 美대사관에 줄만 안설뿐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여행자정보 제공 논란

조이여울 | 입력 : 2008/05/22 [06:14]
지난달 19일 한.미 양국은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訪美) 중에 획득한 “유일한 성과”로 알려지기도 한 양해각서의 내용은, 홍보와는 달리 “비자면제” 조치라 하기 어렵고 VWP가입을 위한 전제조건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위험을 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비자면제” 아니라 전자여행허가제 통해 입국심사
 
VWP을 통해 여행자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를 얻을 수 있지만, 이 조치는 전자여권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인의 신상정보 등을 전자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전자여행허가체계”를 이용해야 한다는 선결조건이 있다.
 
미국 방문을 원하는 개인은 미 정부의 전자여행허가제(ESTA) 사이트에 접속해서 본인의 신원 정보를 입력한 뒤, 입국 허가를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새로 신설된 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입국자격 심사를 받는 것이므로, “비자면제”라든가 무(無)비자 제도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VWP는 90일 이하의 관광, 방문인 경우에 국한된다. 현재 방문비자와 관광비자가 허용하는 체류기간인 180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 이상 체류하는 경우나 유학, 취업, 취재, 이민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 미국 입국이 거절된 사례가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육로나 배를 통해 입국하는 경우 역시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또한 주당 18시간 이상 수업을 받는 학생의 경우에도 학생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VWP에 의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유학이나 취업, 체류 등의 비자로 전환할 수 없으며, 타국가로 가서 현지 미국대사관에 신청해야 한다.
 
여행자 정보공유 등 “보안강화” 부작용 우려
 
사실상 VWP는 양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안 강화”를 기대하는 목적이 크다. VWP 가입을 위해 충족시켜야 할 전제조건들 역시 미국이 전면 가동할 계획인 출국통제시스템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쇠고기 협상에 이은 또 하나의 굴욕협상”이라는 지탄이 나오는 것도 일리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 교환”과 관련된 것이다. “여행자 정보공유”, “테러리스트 경계대상 명단”, 그 외 “양측간 공유하기로 합의하는 정보”를 포함하며, 타방 정부 내에서 추가적으로 배포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다.
 
여행자 정보를 비롯해 양국이 공유하게 될 개인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외교통상부에 묻자, 관계자는 “미국정부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전자여행허가제)”이고,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순 없는데, 협의하고 있는 바로는 입국신고서에 있는 내용 정도가 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양해각서에 따르면 양측은 신원확인을 위한 정보뿐 아니라 “형사 및 법 집행 관련 사안, 국경 보안 및 출입국 관련 사안, 이민정책 및 자료와 관련된 추가 정보를 공유”하며 “사전승객정보시스템 및 여행예약기록” 역시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김승욱 활동가는 “개인의 전과기록이 공유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측은 VWP가 한미 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한국에서도 사회적으로, 국회에서도 토론과 의견 개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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