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러움 느끼게 하는 작업환경 호소

동우화인켐 사내하청 여성노동자들의 일터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8/06/19 [04:12]

수치스러움 느끼게 하는 작업환경 호소

동우화인켐 사내하청 여성노동자들의 일터

조이여울 | 입력 : 2008/06/19 [04:12]
“어두컴컴한 작업실에서 목 한번, 어깨 한번 돌리 새 없이 죽어라 필름 불량만을 찾아야 했고, 어깨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라인 전체 잔업을 강요 받아 병원도 갈 수 없었습니다. 무언가 모를 가스냄새 때문에 토를 한 적도 있었고, 머리가 지끈거려 죽을 지경입니다.”
 
“작업시간 중 화장실에 한번 가려면 화장실 출입증을 받아 가야 하는 수치스러움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차라리 방광염에 걸리고 말지 하며 생리현상을 참아가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청정일(청소)을 하시는 분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3~4년입니다. 그 동안 휴가라는 것을 한번도 써본 적이 없었고, 여성노동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생리휴가 한번 써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생리휴가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려준 적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 받지 못했던 1970년대 공장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2008년 현재, 여성들의 입을 통해 증언되고 있다. 다름아니라 삼성전자의 LCD 편광판 필름을 제조하는 협력사이며, 매출액이 1조 5천억에 달하는 큰 기업인 동우화인켐의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화장실출입증, 유해물질사용, 교대근무제 강요
 
사실상 원청이 하청업체의 노동자 규모와 급여를 결정하면서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는 사내하청 문제는,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악화시키고 고용불안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원청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그 이익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착취가 발생하는 구조인 것이다.
 
동우화인켐의 경우 사내하청은 삼우공무, 신우종합관리, 씨씨엠텍, 육육운수 등 여러 개인데 비정규직 인원이 1천명에 달한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달 26일 노조를 결성하고 동우화인켐 측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강제로 실시되는 잔업과 특근, 화장실출입증과 체크표, 주간에 일하는 여성들에게 교대근무제를 실시한 것, 일방적인 상여금 삭감 등을 철회하라는 내용이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1년짜리 계약직으로 소모품처럼 일하며 소모품처럼 대우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6월 12일에는 평택공장에서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했는데,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위험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 고희철 사무국장은 “4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밀폐된 크린룸에서 검품을 하며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용액을 사용하고 정체 모를 가스를 마시며 구토와 두통을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사측에 “크린룸내 유독가스 유해물질의 성분을 공개하고 유해물질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횡령 금품갈취…제왕군림하던 관리소장 고발
 
한편 노동조합은 19일 오전 12시에 동우화인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며, 하청업체 중 하나인 신우종합관리의 청정담당 소장인 허모씨에 대해 인권유린, 금품갈취, 차별, 폭언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허 소장에 대한 고발 내용은 믿기 힘들 정도다. 청소 일을 하는 50~60대 여성들에게 반말과 협박을 일삼으며 뇌물을 요구하고, 소장 임의로 상여금을 떼고, 의료보험료를 이중 공제하여 횡령하고, 이 건물 저 건물로 “뺑뺑이”를 돌리는 등 여성들을 괴롭혀 금품을 상납하게 하고, 잔업을 마친 퇴근 시간에 정규직 버스에 함께 타지 못하게 하고, 새벽에 출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등 황당한 내용이다.
 
여성노동자들이 이처럼 기가 막힌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노조를 결성한 이후인 최근에야 드러났다. 고희철 사무국장은 “(걱정할까봐)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소장의 권한이 하청 안에서 절대적이기 때문에 개인왕국”을 만들 수 있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상여금을 임의로 떼고 급여를 지급하거나 보험료를 횡령한 것은 원청인 동우화인켐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허 소장 개인에 대한 경찰고발과 동시에 “동우 측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겠다” 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위원회 2008년 소외계층 매체운영 지원사업의 보조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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