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여간 촛불집회의 자리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서곤 했습니다. 언론인의 사명감도 있겠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가 처음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보다는 집회에 참여하는 단 한사람으로서, 촛불 하나로서, 자연스럽게 거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성을 촉구한 10대들의 촛불 우리는 촛불을 쉽게 꺼뜨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10대들이 밝혀서 건네준 촛불이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가 맨 처음 열렸던 날, 1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청계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숙연해졌습니다. 우리들의 지난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도 뉴타운 개발, 대운하 건설, 민영화 등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논의조차 못한 채, ‘나와 내 가족만 더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었지요. 선거권을 가진 젊은 세대들의 상당수는 아예 선거에 참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세대들에게 10대들이 촛불을 밝혀준 것입니다. 어쩌면 기성세대들의 이기심과 무기력감, 타성에 대해 불을 붙여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10대들의 목소리를 이어 받아, 시민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와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너도나도 촛불을 들었습니다. 촛불집회에 오면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들, 음식과 물을 가져와 나누는 사람들, 피곤함도 잊고 광장과 직장을 오가는 사람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논의하는 여성들…. 촛불집회에는 민주주의가 있고, 민심이 있습니다. 산에 올라가서는 못 듣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촛불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거짓말을 하고, 불법집회라고 몰아세우고, 배후세력 운운하고,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사람들 앞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언론에 압박을 가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려 들고, “추가협상”을 했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결과를 내놓더니,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민심을 읽어야 할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어리석고도 얄팍한 행동에, 이제 시민들은 너무나 상심하여 눈물을 글썽입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정치인들로 인해 앞으로 이 사회가 어떻게 될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산에 올라가서 수많은 촛불을 봤고 사람들의 소리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보고, 들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산에서 내려와서, 평화로운 소통을 원하는 국민들의 접근을 막은 장벽들을 걷어내고, 시민들을 위협하며 연행하는 경찰들을 경찰서로 돌려보내 본분을 다하게 하고, 그리고 나서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그렇게도 무서워서 철통같이 막고 강제연행을 하는 것입니까. 표심을 얻고자 할 때는 한 사람이라도 더 악수하려고 시장 통으로 나서지 않았습니까. 당신들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두 달 여 동안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촛불을 함께 켤 때, 우리는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의 의견을 통해 많은 정보를 나누고 공유했습니다. 촛불은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타고 계속 번져나가고 있고, 우리 일상과 사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들도 언론인도 지난 날의 습성을 버리고 촛불 하나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거리에 서십시오. 촛불은 거짓과 변명이 아닌, 더 나은 현실을 만들 수 있는 좌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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