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돈, 돈’ 한다. 한국으로 돈 보고 왔다.”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베트남 여성에 대해 한국남편이나 그의 가족들이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1577-1366)에는 베트남 여성들이 친정을 돕는 문제나 ‘해외송금’ 등으로 가정 내 갈등이 발생해 상담이나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가정 내에서 생기는 경제적 갈등은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와 의사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부계사회 한국, 모계사회 베트남…문화 차이도 커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가 2007년 8월 중에 베트남여성 관련상담 863건을 분석한 결과, 168건(19.46%)이 통역지원을 문의해 “부부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사소통에 많은 장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다음으로 146건(16.92%)이 부부갈등, 97건(11.24%)이 이혼 및 법률상담, 가정폭력(10.54%), 가족갈등(9.96%) 등의 내용이었다. 전체상담 중에서 ‘기타’ 영역의 상담이 17.48%로 두 번째로 비중이 높았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해외송금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혜(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 소장은 24일 유엔인권정책센터가 마련한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출국 전 정보제공 프로그램의 경과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통계를 밝히고,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친정을 돕는 문제로 인한 갈등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남편이나 그의 가족들은 “베트남 여성들이 돈 보고 왔다. 그러니까 돈이 없으면 우리를 무시할 것이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고,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여성들을 감금하고 통제하려고만 하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결혼 가정 내의 이러한 갈등에 대해 강 소장은 먼저 “문화와 풍습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달리 “베트남이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이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 “특히 딸은 친정을 책임지고, 결혼 후에도 가정경제는 딸과 사위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베트남 풍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주여성에게 아내와 며느리 등 많은 역할을 한꺼번에 기대”하면서 “남편과 한국가족들이 일방적인 입장과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심각한 갈등관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경제권 갖지 못하는 아내들 “남편 보수 몰라”
그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어 살면서 경제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많은 베트남 아내들이 “부부인데도 남편의 근무지와 보수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한다. 게다가 이주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들의 경우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통제하고 겁을 주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강 소장은 부부간 갈등이 시부모나 한국남성의 가족들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금전 문제도 시부모가 관리하기 때문에 갈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가족의 ‘며느리’ 대하는 태도와 간섭도 문제 베트남 현지 전문가들도 ‘한국인들이 베트남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베트남에서 대만, 한국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전문상담을 해 온 트란 홍 반(Tran Hong Van, 남베트남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씨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가족간 갈등이 많이 생기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문화차이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문화에 따르면 여성이 결혼을 하더라도 시집을 보낸 것이 아니라 사위를 얻는다고 여긴다”면서, “시집 부모뿐 아니라 친정 부모도 부양해야 하고, 시집이나 친정에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베트남 문화라고 말했다. 트란 홍 반 씨는 “그러나 한국사회는 베트남과는 달리, 결혼한 여성은 ‘내 것’이라고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 며느리에게 시댁을 위해서만 부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주여성들은 이런 문화적 차이를 잘 알지만, 언어소통 문제 때문에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혜 소장 또한 베트남과 한국은 “부모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베트남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간섭하지 않고 잘못된 경우에만 자식에게 말하며, 특히 결혼한 자식의 가정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데, 한국은 시댁 식구들이 많이 관여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위원회 2008년 소외계층 매체운영 지원사업의 보조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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