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오일, 미래연료로 적합한가?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⑧

이정필 | 기사입력 2008/07/24 [18:09]

팜오일, 미래연료로 적합한가?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⑧

이정필 | 입력 : 2008/07/24 [18:09]

삼성과 SK 등 한국 대기업들이 바이오연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는 에코에너텍과 가야에너지와 같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대두를 수입하거나 국내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했다.
 
대기업들의 최근 행보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 보조를 맞춘 것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여 원료기지를 확보하고 있는데, 현재 인도네시아, 라오스, 필리핀 등에 작게는 1만ha, 많게는 100만ha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바이오연료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고 현지 주민들의 인권과 지역환경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연료 생산의 긍정과 부정, 두 개의 얼굴에 대해 논쟁이 진행 중인 것이다. 바이오연료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생산과정에서 지역의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건강권, 인권을 침해한다면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독일정부, 바이오디젤 인증제 통해 팜오일 규제
 

© Greenpeace / Oka Budhi

바이오연료의 생산과정에서 드러난 부작용에 대해 국제사회는 논란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도 해나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비추어 본다면, 충분한 논의 없이 이익만을 좇아 한국 대기업들이 바이오연료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은 이미 ‘지속가능에너지 관리규정’을 제정하여 동남아시아의 팜오일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린피스<Cooking the climate>와 지구의 벗<Losing ground> 등 국제NGO들과 동남아시아 현지 주민들이 그간 지적해온 팜오일 생산과정에서의 열대우림 파괴, 동식물 멸종, 저임금 노동력 착취 문제들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바이오디젤 인증제’를 실행하여, 팜오일을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정책지원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들 조치내용들을 향후 EU 또는 WTO 차원으로 확대하여, 통일적인 국제적 규제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다수의 초국적기업과 국가들은 여전히 대규모 팜 플랜테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팜오일 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값싼 노동력, 저렴한 토지 임대료 그리고 각 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계획 등으로 팜오일 개발에 매력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팜오일은 최근에는 바이오디젤로 각광받고 있지만, 지난 150년 동안 식용유와 아이스크림, 마가린, 비누, 샴푸,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돼왔다. Unilever, Cargill, ADM, Gloden Hope, Sinar Mas, P&G, KRAFT, Nestle, McCain, Pizza Hut, Burger King, Cadbury Schweppes, Danisco가 팜오일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초국적기업들이다.
 
팜오일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4%씩 성장하여 지금보다 2배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부터 인도네시아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최대생산국이 됐다. 두 나라의 생산량을 합치면 세계 팜오일 생산의 90% 정도이며, 이는 바이오디젤의 20% 정도 되는 수치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는 인도네시아 주민들
 

▲ 인도네시아는 이미 고대 열대우림의 65%가 사라졌다.    © Greenpeace / Natalie Behring Chisolm

지난 5월 26일~6월 6일까지 10일간, 에너지정치센터와 환경정의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감시단체인 Sawit Watch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바, 수마트라, 칼리만탄 지역의 팜오일 플랜테이션 현장을 조사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68년에 12만ha였던 팜오일 플랜테이션이 1978년에 25만ha, 1998년에 300만ha로 늘더니, 2005년에는 600만ha로 확장됐다. 연간 1090만 톤의 팜오일을 생산하여 그 중 75%(20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획과 외국기업 투자상황을 종합해 보면, 수마트라 784만ha, 칼리만탄 750만ha, 술라웨시 150만ha, 파푸아 30만ha, 총 1984만ha의 열대우림이 플랜테이션 용도로 개발될 예정이다. 한반도만한 면적의 열대우림이 벌목되거나 불타 없어지게 된다.
 
현재도 농촌주민들과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아예 사라지고 있는 형편인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열대우림 근처에서 살고 있는 현지 주민들은 플랜테이션 확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우리 땅은 애초에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우리의 유산이다. 문제는 회사가 우리의 동의 없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현재도 주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원주민들과 기업들 간에 충돌이 생기는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정부기관이 국토 전체를 관리하지 못할 정도로 광활한 열대우림 지역이 존재한다. 대부분 땅은 지역사회와 원주민들의 관습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관리되고 거래되어 왔다. 땅에 대한 관습적 권리는 헌법에서 인정되는 권리이지만, 여타 법률과 규제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땅과 숲이 정부기관에 의해 플랜테이션 기업 등 제3자에게 이전될 때, 관습적 권리는 무시되고 광활한 열대우림은 플랜테이션 기업에 의해 파괴되고 마는 것이다.
 
부패한 권력과 결탁해 확장되는 팜 플랜테이션
 

▲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어 연기에 둘러싸인 아이들  ©Greenpeace / L. Lily

수하르토 독재정권은 1970년대부터 세계은행, 유럽과 아시아 개발은행의 지원을 받아 팜오일 플랜테이션을 확대해왔다. 정부관료들은 개발지로 선정된 지역사회에 대해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도록 협박하거나, 수익성을 과장해서 회유했다. 그 대가로 주민들은 개인경작지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분만을 할당 받았다.
 
정부는 노른자위 땅에 해당하는 inti 땅 몇 만에서 몇 십만 ha를 기업과 기관의 소유로 인정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주변부 plasma 땅 2ha만을 해당농부들에게 할당한다. 그마저도 정부의 이주정책, 즉 자바 등 인구가 많은 지역 농부들을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이주시킨 정부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주민들이 있으면 2ha의 일부도 빼앗긴다.
 
반면, 수하르토 정권 이후 퇴역한 장교들은 주 정부와 의회, 정당에 임명되었는데, 이들이 ‘지역 마피아’를 형성했다. 그리고 1970년대 오일 붐 기간 동안 지방정부로 들어온 중앙의 다양한 발전기금을 활용해 플랜테이션, 벌목, 건축회사의 기업가로 변신했다. 게다가 청년조직 또는 다른 기관과 관련되어 있는 ‘준공무권 또는 준군조직’(para-statal)에 속하는 쁘레멘(premen, 갱스터) 출현이 일반화되어, 이들 역시 각종사업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주민들의 저항을 억압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폭력정치와 금권정치의 유산은 플랜테이션에 진출한 외국자본과 결합하여 강력한 플랜테이션 동맹체제를 구축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국가의 직간접적인 개입이나 운영형태가 사유화되고 있으며,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나 합작투자의 형태를 띠면서 점차 사적 부분으로 넘어갔다.
 
농촌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은 과거 강력한 도시퇴거 정책의 영향으로, 도시빈민으로도 살아갈 수도 없다. 플랜테이션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전통적으로 점유하던 자신들의 땅을 잃고 빈농이 되거나 미숙련, 저임금노동자로 살거나, 섬과 섬 사이 또는 농촌과 농촌 사이를 배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다.
 
끼니 해결도 어려운 소농들의 삶
 

▲ 원시 열대우림과 팜오일 플랜테이션으로 파괴된 지역 간 대조를 이룬다.   © Greenpeace / Ardiles Rante

2ha의 땅으로 살아가야 하는 빈농들 또한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기업과 기관 소유의 플랜테이션들은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싼 상업융자로 대출을 받아 일부만 갚고, 강제로 모집된 빈농들에게 당연한 것처럼 일부 비용을 전가한다. 그리고 임차된 토지가 만기되더라도 지역사회가 믿었던 것처럼 농민들의 소유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농들은 대기업의 규모의 경제와 비교하면 자립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영세하다. 배수시설과 축대를 설치할 수도 없고, 팜오일 묘종 역시 기업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한다. 팜 열매는 48시간 내에 공장으로 운송하여 공정에 들어가지 않으면 열매의 질이 급격히 떨어져 등급이 낮아진다. 그런데 소농들은 자체 운송할 교통수단도 없어, 강제로 배치되는 협동조합(KUD)과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팜오일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엄두도 못 낸다. 팜오일 생산지가 4천 ha가 안되면 경제성이 없을뿐더러, 법에 의해 공장을 지을 수도 없다.
 
빈농들을 더욱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관리가 부실해 비에 쓸려나간 도로를 통해 어렵게 공장으로 열매를 가져가도 inti에서 온 열매를 우선 접수한다는 사실이다. 트럭을 길게 세워 놓고 추가비용을 징수하고 별도의 뇌물도 내야 한다. 한 달에 두 번 수확을 하니 열매를 수확하고 운반하는 전쟁을 한 달에 두 번씩 치러야 하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소농들이 inti의 기업이나 기관과 직접 계약하지 않았더라도, 그 기업과 기관에 자신의 열매를 팔아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더 좋은 거래상대를 찾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열매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대토지와 공장 대표자들이 주도하는 주정부 위원회에서 판매가격이 결정돼 헐값에 열매를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소농들은 직접 참여할 수도 없고 어떤 대표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마저 기업과 기관의 이익을 대변한다. 공장 입구에서 어렵사리 납품하면, 간이영수증을 받고 나중에 협동조합을 통해 평균 2ha 땅에서 50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협동조합 운영비와 화물차운송비, 선적비, 운전사사례금, 안전비용 그리고 줄 세워서 받는 대기비용에다 저축도 공제한다. 공제가 너무 많아 농부들은 “비밀세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열매가격으로 kg당 500루피(약 5 센트) 중 30%가 빚 갚는데 쓰이니, 빚을 갚는 데만 18년이 걸릴 정도다. 2ha로는 생계유지도 힘들어 농장 밖에서 별도 노동을 하거나 다른 토지에서 일해 벌이를 보충해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쌀 구입할 돈이 모자라면 집 주변의 신콩(고구마의 일종)을 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미래연료는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 살펴봐야
 
무엇보다도 팜열매는 재배시작 후 3~5년이 지나야 비로소 생산되고 8년 후에야 이익이 남기 때문에, 농민들은 8년이란 세월을 견뎌야 한다. 심은 지 25년 후에는 대부분 열매생산이 불가능하고, 너무 길게 자라 수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벌목하거나 고사시켜 다시 심어야 한다. 저축한 돈이 부족한 대부분 농부들은 개간과 묘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열매 수확 전 3~5년까지 생존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에서 농부들은 도저히 빚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
 
1970~1990년대의 수하르토 정권 아래서 지역사회는 분노를 삼켰지만, 민주화 이후 그들은 자신들의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오일팜 플랜테이션 지역은 토지 분쟁에 휩싸여있다.
 
친기업적인 법과 제도들이 피해주민들을 외면하는 사이, 갈등은 증폭되었다. 41건에서 479명 고문, 14건에서 12명 사망, 21건에서 25명 납치, 77건에서 936명 체포, 25건에서 가구 파괴 및 방화, 30만 ha 이상 숲 파괴 및 화재. 이 수치는 1998년 중반부터 2002년 초반까지의 팜오일 관련한 갈등만을 집계한 것이다.
 
팜오일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옥수수, 대두 등도 마찬가지로 바이오연료 생산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무조건 미래의 연료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기후보호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분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원칙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한국기업들 또한 석유정점과 고유가 시대에 어울리는 친환경 산업을 원한다면, 진정 지구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공부해야 할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독일정부가 바이오연료 사업에 대해 제3세계의 자원을 수탈하고, 기후변화라는 명목과 달리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정책을 철회한 것은 귀감이 되고 있다.



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이정필님은 에너지정치센터 영상.미디어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팜오일 플랜테이션 현장을 방문해 바이오연료 생산과정이 현지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고해주셨습니다. 다음 기사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생산의 영향 중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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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두 2008/09/06 [10:30] 수정 | 삭제
  • 맛아요.. 저도 팜플랜테이션 확장을 반대하는 캠페인에서, 비누나 세제 화장품의 주요 원료가 팜오일이라는 것을 보았어요. 쓰는 사람이야 좋겠지만, 제3세계의 밀림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선 대안적이라고 할 수가 없나 보더라고요..
  • 김문정 2008/09/05 [15:37] 수정 | 삭제
  • 저는 친환경이라 해서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코코넛, 팜오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둘을 빼고 올리브오일만으로도 만들기도 하지만요. 그럼 이 코코넛, 팜오일도 문제가 있는건가요??? ㅜㅜ 친환경인줄 알았는데, 참 여기저기 주의해서 살피지 않으면 오히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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