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바이오 연료를 확대하려면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⑫

이강준 | 기사입력 2008/08/25 [16:42]

착한 바이오 연료를 확대하려면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⑫

이강준 | 입력 : 2008/08/25 [16:42]

[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이강준님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사회에서 바이오 연로를 둘러싼 쟁점들
 
차량 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주요 언론사와 전문가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화력발전소와 자동차연료에 집중돼있고, 무엇보다 자동차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기획기사 등을 통해 팜이나 자트로파나 등 바이오연료 개발의 중요성을 알린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기업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도록 은근히 종용하기도 한다. 나아가 제 3세계 바이오연료 개발이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임을 설파한다. 즉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는 것이 화석연료를 대체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고유가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처럼 알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언론은 바이오 연료가 갖는 어두운 측면, 즉 바이오 연료 개발이 인도네시아 등 팜플렌테이션을 통해 진행됨으로써, 인권이 유린되고 원시림이 사라지며, 화전(火田) 등으로 인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해 지구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을 앞다투어 소개한다.
 
또한 바이오 연료 개발에 따라 식량작물의 재배면적이 축소되고, 결국 국제 곡가가 상승하여 아프리카 등 최빈국들의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문제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이런 이중적 보도행태로 인해 일반인들이 혼란에 빠지고,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정부의 바이오 연료 개발정책과 기업의 투자는 급속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고약한 것은 ‘나쁜 바이오 연료’ 즉, 제 3세계 팜플렌테이션 개발은 국내재벌 등에 의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착한 바이오 연료’ 즉, 국내 유채라든지 폐식용유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디젤은 ‘에너지재벌’의 통제 하에 고사 직전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바이오 연료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이고,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어떻게 형성돼있으며, ‘착한 바이오 연료’를 확대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화석연료 대체보다 차량 운행량 감축이 ‘먼저’ 

▲ 에너지 대체보다 에너지 소비 감소가 더 중요하다.  © 일다

어떻게 하면 나쁜 화석연료를 착한 대체연료로 바꿔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자동차 중심의 물류·교통체계를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통해 한 섬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기분야에서 에너지독립을 이룬 사례가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안 돼 이 섬에 석유발전소가 다시 가동했다. 정부보조에 의해 설치된 값싼 태양에너지가 생산되자, 주민들이 앞 다투어 대용량의 가전제품을 들여놓고, 전기를 마구 쓴 결과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대체하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과정에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함께 시민사회가 성숙해가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다.
 
현재 정부가 제출하여 국회에 계류 중인 ‘2008년 제 1차 추가경정예산안’은 유가급등에 따른 ‘민생예산안’이다. 총 4조8천654억원으로 편성된 추경안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는데, ‘국도대체 우회도로 건설 등 교통혼잡해소 지원 3천5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산업단지 진입도로, 항만 배후도로, 국가지원 지방도 등 3천631억원’을 추가 편성한 것이다.
 
고유가로 서민경제가 힘드니까 도로를 뻥뻥 뚫어 서민들의 기름값을 절약시켜 주겠다는 의도다. 도로중심의 교통물류체계를 철도와 대중교통체계로 바꾸어가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도로를 신규 건설하여 자동차운행을 유도하는 것이 MB정부의 고유가 대책인 것이다.
 
독일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BUND의 에너지담당 활동가 베케르(Thorben Becker)는 “운송에 있어 연료원만 보면 안 되고, 구조와 이동성을 봐야 한다. 즉 도시구조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전거와 카쉐어링 등도 고려해야 하고, 덜 사용하면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료가 무엇인가’보다 ‘개발방식이 정의로운가’의 문제
 

▲ 오랑우탄으로 분장하고 인도네시아 팜 플랜테이션 개발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 Greenpeace / Gisone

바이오 연료를 둘러싼 쟁점은 결국 질문을 다시 던져보아야 한다. 즉 ‘무엇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인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한 바이오 연료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팜을 활용한 대체연료를 개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유럽 등에서 바이오 연료 대체 목표치(2010년까지 10% 대체)를 맞추기 위해 동남아시아의 팜플렌테이션을 확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은 동남아 팜플렌테이션 개발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바이오 연료 대체 목표치를 5~7%대로 낮추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소위 ‘지속성 규정’을 제정하는 한편 유럽과 지구적 차원에서 이를 정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 지속성규정은 ‘바이오 매스의 재배와 바이오 연료의 온실가스 수치에 대한 허용기준’을 담고 있다. ‘단작을 하지 않고, 생태 다양성을 유지하며(특히 열대 우림 보호), 유전자 조작기술 사용하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유럽의 지속성규정 외에도, OECD 가입국은 원주민의 인권과 환경기준 등이 명시된 ‘투자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나아가 ISO(국제표준화기구)는 ‘사회적 책임(SR)표준’을 제정했다.
 
수출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관계와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순위 몇 위, 1인당 GNP 얼마라는 표상만 좇고 있는 형국이다. 개발과 성장의 이면에서 고통 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조차 무시하고 있다. 적어도 이런 이슈가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바이오 연료의 ‘안정성 논란’과 정유업체의 이해관계
 
한편, 바이오 연료와 관련해 실체 없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는데, ‘안정성 논란’이 그 중 하나다. 화석연료는 안전하고 식물연료는 불안전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유럽과 미국, 브라질 등에서 식물연료 100%로 달리는 차들은 무엇인가?
 
바이오디젤의 경우에 영하 20도 이하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정도인데, 적어도 한국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다. 또 바이오디젤 20%와 경유 80%를 섞은 BD20의 경우, 기존 차량의 장비를 교체할 필요 없이 그대로 넣고 달려도 전혀 이상이 없다. 오히려 연비가 좋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바이오 연료의 안정성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유업계의 이해관계다. 바이오 연료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정유업계이다. 바이오 연료 시장이 확산될수록 화석연료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행법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가 정유사에 납품하여 BD5나 BD20을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의 생사여탈권을 경쟁관계에 있는 정유사가 쥐고 있는 셈이다.
 
2007년 현재 20여 개의 바이오디젤 생산업체가 산자부(현 지식경제부)에 등록했고, 생산능력은 80만 톤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와의 계약판매를 통해 9만 톤만을 공급했다. 더구나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한 곳은 8개 업체에 불과하다. 게다가 SK에너지의 경우 계열회사인 SK케미컬을 통해 바이오디젤 업계에 뛰어들어, 중소업체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자원을 순환시키는 지역에너지 체계를 만들자
 

▲ 인도네시아 팜 플렌테이션은 열대밀림을 밀어내면서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 환경정의 제공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이 갖는 정치경제적 특징은 정부가 에너지재벌에 대해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류세 등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가지고 몇몇 재벌의 해외석유탐사와 개발에 융자를 제공하고, 그것도 탐사가 실패했을 때 갚지 않아도 되는 ‘성공불융자’의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명백히 재벌특혜이다. (관련기사: “MB의 해외자원개발, 대기업만 배불려”)
 
게다가 정부는 해외유전 및 광물개발을 위해 1조1천200억 원을 포함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 국내외자원개발 예산 6천464억원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예산을 추가로 편성한 것이다. 반면, 이번 추경안에 신재생에너지는 불과 1천750억 원이 편성됐다.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과정이 정의로운가 여부에서 ‘착한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는 구별된다. 즉 어떤 에너지원이냐보다, 어떻게 생산-유통-소비 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역에너지체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림부는 지난 4일 ‘제2녹색시대를 연다’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 내용 중에는 겨울철 유휴논을 활용해 2012년까지 4만 5천ha에 유채를 재배해 바이오디젤 원료로 삼겠다는 계획이 있다. 일단 이번 농림부의 발표는 그 동안의 시민사회의 주장을 반영한 전향적 계획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시민사회에서는 자원순환형 지역에너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즉, 벼와 유채 이모작을 통해 식량작물과의 충돌을 피하고,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주며, 생산된 유채기름을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에 공급하여 GMO 콩기름 대신 안전한 유채기름으로 대체하고, 사용하고 남은 폐식용유를 정제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한 다음, 이를 다시 농기계 등에 이용하여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다.
 
즉, 국내 2모작을 통해 재배한 유채기름과 폐식용유 수거체계를 통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자는 전략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휴경지 및 2모작 지역 중 현실 가능한 유채재배 면적을 모두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송용 경유소비의 6.3%를 대체할 수 있다. 여기에 폐식용유 수거체계까지 결합할 경우, 10%대의 경유를 국내에서 생산한 착한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에너지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지식경제부가 재벌중심의 프레임 안에서 화석 및 원자력산업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한, 우리는 석유중독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기 어렵다. 무엇보다 에너지 문제는 경제성의 논리에 앞서 정치의 문제다. 국가의 에너지정책의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과 예산 등 수단을 동원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국 정치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과정이 그러했고, 오스트리아의 지역에너지체계도 그러했다. 재벌중심의 나쁜 화석에너지의 굴레에서 치유불능의 상태로 몰아갈 것인지, 아니면 석유중독의 상태를 수술하여 전향적인 정책으로 전환할 것인지의 선택에 있어서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 착한 에너지는 가능하다. 다만 이를 가로막고 있는 나쁜 에너지의 정치-경제-사회적 카르텔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다지 2008/08/28 [15:43] 수정 | 삭제
  • 많이 찾아 읽고 배워야겠군요..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