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에 화재가 난 이후 시설 개선이 이루어졌더니, 월세가 올라서 쫓겨난 사람들이 생겼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노후한 주택들을 개량하는 사업이 이뤄진다고 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모든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 공간에서 쫓겨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류정순 소장은 쪽방과 같은 열악한 주택조차도 아쉬운 사람들, 즉 당장 몸을 의지할 곳이 필요한 “주거불안층”을 위해서 정부가 실태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200만 가구 훌쩍 넘어 2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와 2006년 주거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추산했을 때, 현재 국내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약 200여 만 가구라고 발표했다. 김혜승씨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여성가구주’ 비율이 높고 ‘고령’가구가 많으며, 교육수준도 낮은 특성을 보였다. 시설기준에 미달하는 임차가구의 경우, 소득대비 주거비 비율이 37%에 달하는 등 낮은 소득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남철관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거불안층’의 문제를 지적했다. 여관 등 숙박업소나 고시원 등을 전전하는 가구들은 정부의 실태조사에서 아예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주거면적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정부조사에는 포함되었지만 최저주거기준 추계에는 누락된 판잣집과 비닐하우스, 움막 등의 거주 가구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국내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200만 가구를 훨씬 상회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 필요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부는 저소득 계층을 위한 주거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대책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각종 주거지원제도들에 최저주거기준 및 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지원과 관련한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들이 주거지원 대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대상임에도, 우선지원 할 수 있는 근거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각종 주거지원제도가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저소득층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치적 상황에 따라 건설과 중단을 반복해 온 탓에 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또 주택규모가 클수록 임대료가 비싸게 책정되어, 부담능력이 없는 저소득 가구는 입주 자체에 제약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국민주택기금에 근거한 저소득영세민 전세자금대출과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 또한 실제로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에서 혜택을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한다. 자치단체에서 융자지원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에서 담보나 보증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의 경우 융자를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홍인옥 연구원은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소득수준을 감안해 차등화하고,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게 임대주택 입주와 전세자금 지원의 우선자격을 부여하는 등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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