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씨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좋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인터뷰 약속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한번 생각해봤다.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어땠나를.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그를 이렇게까지 행복한 느낌으로 이끈 것은 “춤”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냐? 라고 물었을 때는 춤이었어요. 할 수 있을 때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주한 시간 동안 선아씨는 “내 안에 있는 어떤 리듬이나 움직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춤에 관련한 얘기뿐이었다. 춤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진학을 결심한 이래, 현재 그는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험 준비로 여념이 없다. “춤이 곧 나구나”
그리고 이십대가 되어 다른 진로를 택해 공부하면서 춤은 취미 정도가 되었다. “재즈댄스”를 배우기도 했지만, 춤 추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보며 괜한 고민도 많았다. “춤이 마치 저의 욕망 같고, 춤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춤을 추러 다니면서 이제 춤은 안 하겠다, 내려놓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춤을 좋아하는 자신을 단죄하는 시간도 있었고, 춤을 선택하기까지 번민의 시간을 거쳤다. 그러나 이제 선아씨는 “춤은 나의 도구”라고 말하고, “춤이 곧 나”라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너무 힘들 때 춤을 못 추겠더라구요. 감정과 상관없이 춤을 출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춤이 나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나의 춤이 나를 위로하고, 내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의지를 가지고 경쾌한 움직임을 하니까 감정도 따라오더라구요. 나 스스로를 치유한 경험이랄까. 물론 춤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수단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자기를 도울 수 있고 좀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감추고 싶은 부분도 춤을 보면 감출 수 없죠.” 수요시위, 할머니들 앞에서 춤을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몰랐고, 이 시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몰라도 된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살아왔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부끄러웠죠.” 또 부끄러웠던 이유는 타인의 고통, “남에게서 전해들은 얘기와 주제”를 춤으로 표현하고 자기 속으로 소화하고 타인과 교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게 많다”며 그는 부끄러운 미소를 다시 지었다. 춤을 추면서 “나를 더 많이 발견하고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하는 선아씨. “내 안에 갇혀 있던 여성성을 발견한 경험이 있었어요. 집안에서 맏이로 컸는데, 가정에서 요구 받았던 모습은 씩씩하고 의지적인 모습이었죠. 춤을 추면서 보니, 제가 부드럽고 예쁜 거 좋아하는 사람인 거에요. 그 동안 그런 저를 무시하고 부끄러워했던 거죠. 그리고 내 안에 힘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몸이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저를 잘 모르는데.” 버려진 자전거를 타고도 마음이 부자인 하루하루
최근에는 버려져 있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버스 값도 아낀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 곳에 버려져 방치된 자전거라서 살펴보니, ‘Hi 서울’이 붙어있어 구청서 관리하던 자전거 같아 전화해봤더니 ‘알아서 쓰라’고 하더란다. 바퀴 빵구난 거 때우고 손을 좀 봐서 잘 타고 있다. “주변에 유기된 게 있으면, 저희 같은 사람들에겐 좋죠”라며 그는 막 웃었다.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니 아까운 줄 모르고 막 버리고 사는 것 같다고. 그는 주변에 버리진 책상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은 주워다 손질해서 쓴다고 했다. 아쉬운 게 많을 텐데도 지금은 “춤만 계속 출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밖에 없다.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인데, 힘든 게 있다면 외로운 거, 고독한 거 같아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를 의심할 때, 그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그러나 점점 더 확실해져요. 이게 내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춤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 이선아. 그와 헤어지면서, 나의 움직임과 내 속에 있는 리듬감은 뭘까. 지금 내 속에 든 것들을 춤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나올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발걸음이 경쾌한 리듬감을 타고 한결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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