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함께 나눌 공간도 빼앗긴 시민들

[시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정안나 | 기사입력 2009/05/25 [02:05]

슬픔을 함께 나눌 공간도 빼앗긴 시민들

[시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정안나 | 입력 : 2009/05/25 [02:05]
정안나님은 <일다>의 운영위원입니다.

23일 오전, 머리를 감는데 바깥에서 “어떡해…”라는 비명소리가 들려서 뛰어나가보니, TV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알리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덕수궁에 모여든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   © 일다

얼마 전 검찰의 조사를 받기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TV로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오랜 시간 검찰의 권력과 싸워온 그가 굴하지 않고 잘 견뎌주길 바랬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글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전철을 타는데,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평온한 일상이어서 그만 눈물이 쏟아졌다.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전직 대통령의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약속된 자리에 나가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광화문에 가보니, 작년 촛불시위에서 많이 보아왔던 경찰버스들과 경찰들이 이미 인도까지 점령한 상태였다. 작년 2월까지 이 나라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죽음에, 이렇게 신속히 경찰버스로 길을 막은 정권의 잔인함에 놀랄 뿐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서글픔에 눈물이 나와 견딜 수 없었다.

▲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 일대는 경찰차들로 완전히 포위됐고, 부근 교통도 통제됐다. © 일다

시청 앞 덕수궁으로 가니 시민들이 국화와 촛불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10배는 족히 넘는 경찰들이 에워싸서 마치 포위된 모습이었다. 나도 그곳에 앉아있는데 무척 두려움을 느꼈다.
 
용산참사 이후, 경찰들이 정말 무서워졌다. 시민들은 겨우 국화와 촛불을 들고 있는데, 경찰들은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을 했다. 시민들은 항의했지만 경찰들은 무시했다. 경찰버스 곳곳에 붙어있는 국화의 의미를 그
들은 정말 몰랐을까?
 
무엇이 그리 무서운 것일까. 아무리 이 정권이 노무현을 미워했고,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한다지만, 그의 죽음을 이렇게까지 두려워할 줄은 몰랐다. 시민들은 그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함께 슬퍼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 하나 둘 모인 것이다.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시청 앞 거리를 이렇게 전투경찰로 봉쇄해버린 이 정권의 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항의글을 적어 경찰버스에 붙였다©일다

낡은 정치를 바꾸고자 했던,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정치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당분간 그와 같은 대통령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이후 칠레를 장악했던 피노체트가 생각난다. 그의 죽음을 슬퍼할 공간마저 빼앗아가려는 자들에게서 우리들은 어떻게 희망을 만들어가야 할지, 너무도 막막하다.

하지만 지금은, 암담한 이 땅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떠난 이를 위해 슬퍼하련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모두 지지한 것은 아니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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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치 2009/06/03 [15:00] 수정 | 삭제
  • 해돌이님도 한번 검찰조사 받아보실래요? 조사해서 아무런 잘못이 없으면 나오시겠지요? 털어서 먼지 안나오면 평소 다니던 냉면집 꼬리곰탕집에서 병원까지 세무조사 들어가 세금폭탄을 안겨드리고 사돈의 팔촌까지 전부 조사들어가도 괜찮으신지요?
  • lovemind 2009/06/02 [15:53] 수정 | 삭제
  • 위의 "대체" 님의 말씀에 십분 공감합니다.
    일다 지지자로서, 이런 기사는 좀 실망입니다.
  • 마녀 2009/05/29 [13:28] 수정 | 삭제
  • 해돌이님은 정말 순진하신 건지, 잘 모르시는 건지 모르겠네요..법때문에노통이검찰에 소환되었다고 아직도 생각하시나요?정확한 증거하나 나오지않은 사실을 아직도 모르시나요?검찰이아직도 그렇게양심적으로 일을 집행한다고 생각하나요?정말 순진하시네요.그리고 가신분들을 욕되게 하지마세요.자살하신분들의 마음을 당신이 아십니까?모욕하지마세요.
  • 장동만 2009/05/29 [05:12] 수정 | 삭제
  • 바보가 천당서 띄우는 편지


    고졸 출신, 자수 성가
    취임 초 부터 ‘그들’은
    바보를 아예 대통령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재임 5년 동안 사사건건
    시비 걸고 발목 잡고
    탄핵까지 들먹거리고
    대통령 ‘못해 먹게’ 했다

    그 바보는 너무나 바보였다
    반 세기 넘게 쌓이고 쌓인
    한국 사회의 각종 악폐들
    어찌 해보려 혼신을 다했다

    정경 유착 / 금권 정치 타파
    권위 주의 / 지역 감정 해소
    서민 옹호 / 정의 사회 구현
    온 몸을 던져 싸웠다

    앙시엥 레짐에 밀착된 그들
    빨갱이다, 좌파 노선이다
    두 눈에 쌍심지 켜고
    ‘노무현 죽이기’를 작심했다


    그 바보가 낙향한 후에도
    ‘노무현 죽이기’는 이어졌다
    뜻있는 일 해보려는 ’雄志’
    그들에겐 눈엣 가시였다

    권력의 시녀 검찰이 나섰다
    무죄 추정의 원칙
    피의 사실 공포 금지의 원칙
    아랑곳 않고 혐의를 마구 흘렸다

    수구 꼴통 황색 신문들
    얼씨구나 신나서 작문을 써댔다
    한갓 ‘혐의’를 ‘사실’인 양 호도
    한국식 인민재판으로 몰고 갔다

    포괄적 뇌물죄 라고?
    그럼, 권력 쥔 너가 누구에게
    점심 한 번 얻어 먹은 것은
    포괄적 뇌물이 아니더냐?

    100만 불? 500만 불? 40만 불?
    그래, 백만 불 집사람이 빌려 썼다
    남들같이 자식 키우고 싶은 母情
    나중에 갚을 셈 치고…

    해외에서 500만 불?
    네 얼굴 보고 준 돈이라고?
    너가 몰랐을 리 없다고?
    ‘정황상’ 그렇다고?

    그들끼리 사업상 주고 받은 돈
    바보 얽어 넣으려 억지 춘향
    어느 권력자 어떤 정치인 이라도
    그 ‘정황상’ 잣대를 한번 대봐라

    國監도 못 묻는 ‘특수 활동비’
    법적 보장된 ‘묻지 마’ 예산
    이를 전용 횡령 했다고?
    역대 대통령에 한번 물어 봐라

    1억 시계 뇌물로 받았다고?
    명품이 뭣인지도 모르는 바보다
    바보가 그런 따위 걸치고
    거드럭 거리는 속물로 보이더냐

    하나님이 물으신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 라도
    그 세상에서 惡과 싸워야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냐고

    바보는 눈물 흘리며 대답한다
    ‘죽이기’를 겨눈 화살 칼날
    방어할수록 더욱 옥죄오는 그 强度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고통 그 시련이 나 하나면
    비록 그 것이 惡法이라도
    감옥이고 어디이고
    즐거이 갔을 것 입니다

    그러나, 나 로 인해 고통받는
    수 많은 주변 사람들 가족들
    차마 눈을 뜨고 볼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힘 없는 바보
    자신을 죽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바보를 껴안으신다
    너의 자결은 순교와 같니라
    한국 역사상 첫 ‘참 대통령’
    이제 너의 진가가 밝혀지리라


    <장동만: 05/25/09 記>
    ://kr.blog.yahoo.com/dongman1936
  • 왜냐면... 2009/05/28 [17:47] 수정 | 삭제
  •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현시점에서 왜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가는, 그 국민들의 현실정치에 대한 생각과 맞닿아있겠지요.
    특히 MB정권에 대한...

    시사자키 방송내용을 함께 들어보아요..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526500004
  • 대체 2009/05/28 [17:32] 수정 | 삭제
  • 기자분께서 생각하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자분의 위치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또 다른 위치에서는 노무현식 민주주의는 전두환, 노태우식 민주주의와 하등 다를바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누가 지금, 왜 노무현을 애도하고있는가"에 대해 일다의 분석기사가 보고싶을 뿐입니다. 설마,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 화사 2009/05/27 [17:35] 수정 | 삭제
  • 잘못한 것이 없어도 법이 잘못되어 있으면 잘못으로 인정되는, 안타까운 '법치 만능주의'인 것 같습니다. 법을 누구의 이익에 따라 관점에 따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결과도 매우 달라지겠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돈을 받았나 아닌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그것이 댓가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의 본질인데, 검찰측도 언론들도 돈을 받았나말았나로만 도덕성을 문제 삼았던 무식한 현실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돈없는 정치인이 정치를 하려면 후원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후원금제도가 없는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돈 많이 벌어놓은 사람들만 정치를 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 비극 2009/05/26 [11:09] 수정 | 삭제
  • 정말 이 나라에 애석한 일은
    돈만 된다면 도덕성이라곤 없어도 된다며
    2mb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비극의 시작은 오래되었습니다.
  • 해돌이 2009/05/26 [10:44] 수정 | 삭제
  • 이 정권이 노무현을 미워한 것이라 생각하는 당신이 더 문제이군요. 잘못한 것이 없으면 검찰이 조사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도둑질한 것이 있기 때문에 겁을 먹는 것이고 검찰 조사에 대해 눈치를 보다가 부인 및 자식들이 검찰에 조사 및 받을 것 같으니 남자답게 처리도 하지 못하고 자살로 나라 망신 시킨 노 전대통령이 너무 미운 것이네요. 그리고 국군의 통치권자가 북한 함정에 총을 발사한 것이라고 연평해전 영웅들을 무시하고 격하 시키는 대통령이 말만 해도 치가 떨리는 것이요. 나와 같이 근무한 전우가 죽은 것이기 때문이요. 제대로 현실을 보세요.
  • 고양이 2009/05/25 [04:20] 수정 | 삭제
  •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해 수만 명이 조문을 하러 다녀가는데, 경찰병력을 최대한 풀어 벽을 둘러쌓는데 예산 낭비하고, 조문객들을 배려한 간이화장실 하나 설치해주지 않는 이 정권, 이 곳이 사람 사는 세상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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