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래층에 사는 훈이 어머니의 방문을 받았다. 훈이 어머니의 손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야채꾸러미가 들려있었다. 동생 현희와 공부를 할 때도, 그녀는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는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걸 내게도 종종 나눠주곤 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나와 공부를 하지 않게 된 뒤에도 잊지 않고 가끔씩 아이들 편에, 혹은 직접 이렇게 들고 오곤 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중학생인 현희와 수년을 함께 공부했고, 고등학생인 훈이와도 몇 개월간 공부를 해, 그 집 아이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훈이는 어느새 멋진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어, “너무 멋있잖아!”하며, 칭찬을 해주었더랬다.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라며 훈이 어머니께 들어오라고 권했더니, 어머니도 선선하게 들어와 앉으셨다. 그리고 며칠 전 만난 훈이가 너무 멋있어졌다는 말씀도 드리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화제 삼았다. 훈이는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정말 나른한 학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거라고는 없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선생님, 훈이가 체육도 잘 못하면서 체대에 가겠다네요! 안 된다니까 스트레스로 장염까지 걸리고, 그래서 요즘은 운동을 시키고 있어요.” “그래요? 훈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겨서 정말 기뻐요! 게다가 아프기까지 한 걸로 봐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 것 같네요.” “어휴! 그냥 자기가 좋다니까, 시키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전망도 없는 걸 시킨다고 하고….” “전망으로 말하면, 다른 것들은 뭐 전망이 있나요? 꼭 무슨 대단한 운동선수를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요즘은 사회체육도 많이 발달해 있어, 다양한 스포츠 관련 일을 할 수도 있고 또 뭔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일을 스스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죠! 저나 남편은 그저 아이가 원하고, 하고 싶다니까 시켜주자는 생각이에요.”
여전히 꿈을 위해 노력하면서 생각하게 된 건, ‘이렇게 원하는 걸 위해 애써도 그 꿈을 이루기 힘든데, 자기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그 꿈을 이룰 수가 없겠구나’ 하는 것이다. 꿈을 향한 추진력은 그것을 원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 시절, 자기가 뭘 원하는지, 그 꿈을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다가,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실패를 딛고 다른 꿈을 생각한다면, 그것의 출발점은 결코 ‘0’이 아니다. 또 실패와 실패를 거듭할 때조차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시 찾아내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들이 의미 있는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느새 옛날에 포기한, 실패했다고 생각한 바로 그 꿈도 끌어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느 순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훈이가 꿈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만으로도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그가 더욱 씩씩하고 용감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잘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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