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는 공방’을 찾아

편리만 좇아온 세대, 이제 다른 선택지를 향해

오오츠카 아이코 | 기사입력 2009/11/10 [18:22]

‘전기 없는 공방’을 찾아

편리만 좇아온 세대, 이제 다른 선택지를 향해

오오츠카 아이코 | 입력 : 2009/11/10 [18:22]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동하는 냉장고와 청소기 등 독특한 발명으로 알려진 일본의 후지무라 야스유키씨. 9월, 도치키현 나스에 있는 후지무라씨의 ‘전기 없는 공방’ 견학을 통해, 발명가라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시대가 낳은 창작자(creator)’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전기 없는 세상으로의 초대
 
전기 없는 공방은 구로기소 역에서 차로 약 15분, 작은 냇물이 흐르고 산채가 나고 반딧불이 날아다닌다는 약 3천 평 대지 안에 있다. 견학을 주최한 곳은 ‘깨끗한 물과 생명을 지키는 합성세제 추방 동일본 연락회’. 공방 외에 태양빛과 단열재를 활용한 채소밭, 오두막, 몽골 유목민의 집인 ‘게르’ 등 전기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  일본 도치키현 나스에 있는 후지무라 야스유키씨의 ‘전기 없는 공방’    © 페민 제공 사진

“이 일대를 전기 없는 공원으로 만들고 싶어 2007년에 수도권에서 이사를 왔다. 스트로베일(단열효과가 뛰어난 볏짚을 압축하여 블록형태로 만든 것)로 만든 전기 없는 카페 B&B,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주택도 짓겠다”고 구상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월 2회 갖는 견학 외에 태양열을 이용한 조리기인 ‘솔라 쿠커’(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싶은 사람은 젖은 쓰레기 건조기로 이용해도 좋다) 등을 직접 만들어 가져가는 홈메이드 에너지 워크숍도 열리고, 본격적으로 창업이나 발명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도 수시로 개최된다.
 
견학은 아들 겐카이씨의 안내에 따라 공방견학, 제품소개와 전기 없이 볶아서 간 커피, 율무차를 맛보며 후지무라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
 
2주 만에 집을 짓다
 
▲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왕겨제거기.  ©페민
그의 발명품 중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왕겨제거기’도 있다. 쌀은 산화방지를 위해 냉장보관을 하지만, 이를 위해 연간 소비되는 전력은 원자력발전 1.2기분이나 된다. 왕겨를 그대로 보존하면 냉장할 필요가 없으니 “왕겨제거기로 집에서 먹을 양만큼만 현미로 만들어 먹자”는 취지에서 발명했다고 한다.

 
9월부터는 4명의 제자가 후지무라씨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목수일은 초보지만 10월 중순부터 네 명이서 ‘전기 없는 왕겨하우스’를 2주 안에 만드는 워크숍(3일간은 일반인도 참가함)에 도전한다. 건축 확인 절차가 필요 없는 돔 하우스 스타일의 2.5평 방 한 칸짜리 집으로, 이웃집 땅과 쌀 농가의 왕겨(단열에 뛰어나다)를 활용하니 예산은 겨우 6만 엔 든다” 하니, 시골에서 사는 사람에겐 매력적이다.
 
후지무라씨는 “혼자서는 할 수 없어도 동료가 있으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지 않고 만들면 실상 돈도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전기 없이 사는 법, 목수일 등 여러 기술을 갈고 닦아 1년 후에는 네 명이 시골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개발도상국이야말로 전기 없는 생활이 필요해”
 
후지무라씨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발명하는 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쓰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몽골의 유목민을 위해 한여름에도 5도까지 냉각되는 ‘전기를 쓰지 않는 냉장고’(방사냉각 등의 원리를 이용)를 개발하자 “이제 주식인 양고기가 썩지 않겠다”며 이용자들은 기뻐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는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태양열을 이용한 음료수 살균장치(비용은 약 300엔, 약 3천800원)를 개발했다. 모두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를 사용했고, 지역 기업에 제조기법을 전수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본에서도 발명의 노하우를 공개하여 누구든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전부 안전한 소재를 사용하므로 건강이나 환경을 해칠 걱정도 없다”고 하니 철저하다.

“우리 세대는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 편리해지는 것만 좇았지만, 다른 선택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후지무라씨의 강한 신념이 전해졌다.


※<일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언론 <페민>의 11월 5일자 기사입니다. 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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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소장 2019/11/03 [16:05] 수정 | 삭제
  • 배우고 싶네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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