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공동기획으로, ‘녹색일자리’에 관한 기사를 연재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위기 시대를 맞아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정부 중심의 녹색뉴딜계획 등 극히 제한된 논의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녹색일자리를 둘러싼 국내외 다양한 이론과 실천을 소개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향을 제시한다. 필자 한재각님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이다. -편집자 주
2008년 UNEP는 ‘녹색일자리’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를 발간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그 즈음 이명박 대통령도 광복절에 ‘녹색성장’을 언급했고, 우리 사회에서도 녹색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녹색일자리가 노동시장의 주변부에 머물거나 밀려난 저임금, 저숙련의 취약계층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구환경도 구하고 경제적 삶도 향상될 수 있다고 소개되고 있는 ‘녹색일자리’. 과연 저소득층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녹색일자리는 ‘토건분야 단순노무 or 첨단기술분야’? 지금으로선 녹색일자리는 취약계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9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가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녹색일자리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정책에는 녹색성장을 통해 만들어질 유망 녹색일자리로 ‘탄소거래중개인’, ‘기후변화대응 분석가’, ‘그린카 설계개발자’, ‘석탄액화기술 연구원’ 등을 예시하고 있다. 대부분 고학력과 고숙련을 요구하는 고임금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취약계층의 손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정부의 녹색성장이 한편으로 4대강 사업과 같은 토건주의에 기반을 두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첨단기술에 목매다는 기술중심중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토건 분야의 단순 노무직이 아니라면, 정부의 녹색일자리 구상은 취약계층이 접근하기 힘든 첨단기술 분야에 편향되어 있다.
미국 녹색일자리 운동을 주도했고 백악관의 환경특별보좌관으로 입성했던 반 존스가 <그린칼라 이코노미>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보자. “언론에서 ‘미래의 그린경제’니 ‘미래의 그린직업’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중략)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캘리포니아의 비밀연구소이리라. (중략) 폼 나는 고글에다 녹색의 연구원제복 차림의 멋진 박사님들이 이상하고 뭔가 대단해 보이는 기계의 다이얼을 돌리고 있다. 이제 그만 꿈을 깨자. 그린경제의 핵심기술은 ‘코깅 건’(재료의 이음새나 틈을 메우는 도구)이다. 수십만에 달하게 될 그린칼라 일자리는 미국의 건물들을 하나하나 단열효과가 높아지고 에너지효율성이 좋아지게끔 리모델링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차지할 것이다.” ‘녹색경력 사다리 훈련’ 등 미국의 연대활동 사례 반 존스가 강조하는, 저소득 계층에게 녹색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미국의 ‘아폴로 동맹’(Apollo alliance)의 지역활동에서 두드러진다. 달 착륙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위해 전 사회가 협력한 아폴로 계획처럼, 녹색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전 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아폴로 동맹’. 기업, 노동조합,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국적 연대기구일 뿐만 아니라, 지역차원에서도 조직되어 있다. 그 중 LA의 아폴로 동맹은 2008년부터 시장과 시의회의 후원과 공무원들의 지원을 받아, 공공건물의 물 공급과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사업의 일자리에 저소득계층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과 숙련을 위해 ‘녹색경력 사다리 훈련’(Green Career Ladder Training) 프로그램을 설치해, 저소득계층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한편, 캘리포니아 리치몬드에서는 비영리 단체 ‘솔라 리치몬드’가 ‘GRID Alternative'라는 기업의 협력을 얻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에 필요한 교육,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07년에 32명이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이중 27명이 태양광설비를 설치하는 일자리를 얻었다. 이런 활동은 저소득층에 녹색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교육훈련을 통해 경력을 쌓아서 좀더 나은(고숙련, 고임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들의 성장 기대
‘사회적 서비스’는 주로 돌봄 서비스와 같은 사회복지서비스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사회적 서비스의 개념을 ‘환경’ 측면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예를 들어 재활용분야, 숲 가꾸기 분야, 음식물자원화 분야, 저소득층 주거에너지 효율화 분야 등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저소득계층에게 제공될 수 있는 녹색일자리에 해당한다. ‘환경’ 분야의 ‘사회적 기업’은 주목할 만큼 성장하고 있고, 적지 않은 녹색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16개의 재활용분야의 (예비)사회적 기업들 모임인 ‘재활용 대안기업연합회’의 성과를 보자. 2006년에 매출규모가 45억 원이던 것이 2008년에는 13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고용도 248명에서 48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취약계층에게 제공된 일자리다. 또 환경 측면에서 볼 때도 이 기업들은 2008년에 전기전자 폐기물 2천616톤, 생활폐기물 2만6천880톤을 재활용 처리했다. 한편, 정부에 의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지는 않았지만, 광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사회적 경제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는 ‘자활공동체’ 등에 의한 녹색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주목할만하다. 2008년 3월 현재, 집수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자활공동체 등은 전국 211개 기관에 총 1천534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의 자활사업과 몇몇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저소득층 주거개선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어서 녹색일자리로서의 성격이 아직은 미비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녹색일자리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전국의 집수리사업단은 2007년 활동하기 시작한 에너지복지재단의 ‘저소득층 난방효율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바닥배관공사, 벽체단열공사, 창호공사 등 상당부분을 시공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 ‘환경정의’가 집수리사업단 등과 함께 진행한 ‘저소득 주거 에너지효율화’(웨더라이제이션) 시범사업을 맡았고, 이를 기반으로 2008년에는 에너지복지센터를 설립했다. 집수리자활공동체연대 등도 여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주거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에너지빈곤층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그만큼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이것이 바로 녹색일자리다. 즉 에너지복지, 온실가스감축, 녹색일자리 창출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어 에너지복지센터 등의 활동이 기대된다. 녹색경제, 모든 사회계층에 공평한 기회 주어질까 녹색경제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과 녹색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위험’과 ‘기회’가 모든 사회계층에게 공평하게 주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제공될 수 있는 녹색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소중하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시킴으로써 취약계층의 일자리나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적 서비스가 위축될 가능성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녹색일자리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마저도 위축되리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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