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배고픈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곤다르의 따스한 빛>을 공부하고 나서

정인진 | 기사입력 2010/03/15 [09:41]

세상에는 배고픈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곤다르의 따스한 빛>을 공부하고 나서

정인진 | 입력 : 2010/03/15 [09:41]
▲ 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표지  ©www.sc.or.kr
.  폐렴을 위한 항생제         300원
.  설사로 인한 탈수 예방약    500원
.  1년을 위한 비타민A 1회분    40원
.  말라리아 방지 모기장      5,000원
.  6개의 필수 예방접종 값  17,000원
.  신생아 패키지             1,000원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04호> 

위 내용은 한 국제 어린이 구호단체를 통해 알게 된 가난한 나라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들의 가격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비용이 실제로 얼마 안 되는 것에 나는 많이 놀랐다. 이 자료를 <곤다르의 따스한 빛>을 공부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곤다르의 따스한 빛>(미나미 나나미 글/요 소메이 그림)은 국제구호활동에 참여한 일본의 한 활동가가 에티오피아에서 직접 경험한 걸 토대로 만든 동화책이다. 얼마 안 되는 배급을 받은 한 아저씨가 자기 가족에게조차 부족한 식량을 배급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이야기다.
 
이 책을 가지고 5학년인 형철, 세영, 광진, 지원이와 공부했다. 먼저 동화책의 간단한 이야기를 함께 읽고,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 곳곳의 기아 상황을 다룬 사진과 자료들을 좀더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가난과 기아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하고 물었다.
 
세영이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어떤 나라는 너무 마구 쓰고 먹고 해서 쓰레기가 넘치는 곳도 있는데, 후진국 사람들은 먹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니,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대답했다.
 
지원이는 ‘내가 한국에 태어난 것이 너무 좋다. 나도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처럼 뼈만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잘 먹고 따뜻한 침대에서도 잔다. 하지만 난 행복한 줄 모르고 밥도 조금 먹고 잠도 늦게 잔다’며, 자기 생활태도를 되돌아보는 의견을 발표했다.
 
▲ 미나미 나나미 글/요 소메이 그림 <곤다르의 따스한 빛> 표지 (주니어김영사)
두 번째로는 <이 책에서 한 아저씨는 자기도 조금밖에 받지 못한 배급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도 나눠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아저씨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물었다. 아이들 모두 이 아저씨의 행동에 대해 매우 훌륭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진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 아저씨는 정말 착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기도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는데, 그것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자기 가족에게도 부족한 식량을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다.’
 
또 형철이는 ‘자신도 배가 고픈데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아저씨는 참 훌륭하다. 겉은 아무리 헐벗었어도 사람은 마음, 동정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이 배고프고 가족이 배고픈 걸 뒤로 하고 도와주었다. 참 대단한 아저씨다.’ 라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어서 <그렇다면 여러분도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의 아저씨처럼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지원이와 세영이는 힘들겠지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의 용감한 마음에 격려를 해주었다. 그러나 광진이와 형철이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들 역시 칭찬을 해주었다. 자신의 용기 없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솔직함에 나는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또 한 가지 덧붙이기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한계와 용기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철학공부를 하는 데 중요한 점에는 틀림없단다. 그러나 철학공부는 거기서 끝나면 안돼. 이런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지금은 용기도 없고,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갖고,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란다.
 
아이들은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여가며,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로 하자. 이번에는 <배고픔으로 고생하고 있는 가난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아이들은 매우 다양한 생각들을 내놓았다.
 
1) 해피빈에서 콩을 기부한다.
2) 자신이 입지 않는 옷이나 쓰지 않는 학용품을 보내준다.
3) 집에서 받는 용돈을 조금이라도 저축해 단체에 기부를 한다.
4) 학교신문에 가난한 나라를 알린다.
5) 친구들에게 <곤다르의 따스한 빛>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책을 선물한다.
6) 구호단체에 가입한다.

 
이쯤 되면 우리 아이들의 소원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마지막 문제는 아이들의 소원을 물었다. <여러분은 에티오피아의 어린이처럼 배가 고파 식량을 기다리지는 않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있나요?> 아이들의 발표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닌텐도 Wii를 사줬으면 좋겠다.
2) 핸드폰을 사줬으면 좋겠다.
3) 엄마가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컴퓨터를 맘껏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5)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6)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
7) 자유시간이 조금 늘었으면 좋겠다.
8) 용돈을 조금 많이, 잊지 않고 받았으면 좋겠다.

 
순진한 아이들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소원들을 들으며 나도 웃었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많은 어린이들은 더 이상 배불리 먹는 것을 소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좋은 조건에 있는지 아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가!’하고 끝을 맺기에는 세계 곳곳의 기아문제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쓰면 쓸수록 그것은 지구 반대편의 다른 나라를 사막으로 만든다. 또 부자 나라의 지나친 육식의 선호가 가난한 나라의 농토를 소를 키우는 목초지로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농사지을 농토를 빼앗기도 하지만, 목초지는 사막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기아로 고통 받는 에티오피아에서 아침마다 엄청난 양의 쇠고기가 유럽행 비행기에 실려진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생활습관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 자기 생활을 바꾸어나가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도 내밀 수 있길 소망한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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