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토요일 도쿄 오차노미즈의 메이지대학 리버티타워에서 ‘NHK 방송 개찬(改撰: 내용을 바꾸거나 삭제함) 사건, 10년째의 검증-진실,책임,미래’라는 타이틀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은 NHK재판평론집 『폭로된 진실, NHK 프로그램 개찬 사건-여성국제전범법정과 정치개입』이라는 NHK 방송 개찬 재판 기록집의 출판을 기념한 것이었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나
나가이 씨는 개찬 사건의 대상이 된 프로그램인 ‘ETV2001’의 제작담당 데스크로, 이 사건의 당사자였다. 나가이 씨는 실명을 거론하면서 프로그램이 외압에 의해 어떻게 바뀌어갔는지를 담담하게 회고했다. 2000년 12월 8일에서 12일에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을 NHK가 ETV특집의 ‘다시 묻는 전시 성폭력’이라는 내용으로 다루기로 하고, 제작회사 ‘다큐멘터리 재팬’(DJ)이 취재와 촬영을, 편집은 NHK와 함께 2001년 1월 24일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1월 30일에 방영된 프로그램은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올바르게 전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이것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왜 여성법정을 여는지를 이야기한 마츠이 야요리 씨의 인터뷰도 삭제되고, 누가 피고인지, 왜 기소되었는지도 지워졌다. 쇼와천황에 대한 유죄판결, 일본정부와 일본군의 관여, 그 후 일본 정부의 대응이 편집되었다. 스튜디오 패널로 출연했던 캘리포니아대학 요네야마 리사 교수의 코멘트는 너덜너덜하게 편집되었으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말하는 하타 이쿠히코 씨의 코멘트가 더해졌다.
“하다못해 이 3분만이라도 남아있었다면”하고 나가이 씨는 분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NHK 상층부의 판단에 의해, 그 다음에는 아베 신조 당시 관방부 장관, 나카가와 쇼이치 중원의원, 후루야 케이지 중원의원 등 자민당 의원의 압력으로 방송은 난도질 되었다. 나가이 씨는 “그때의 판단은 적절했었나? 저널리스트로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지금도 자문한다고 말했다. 개찬 사건 이후 NKH 내부에서는 방송제작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각자 고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4년 후, 나가이 씨는 기자회견에서 방송이 개찬되었던 경위를 내부고발 했다. 재판이 남긴 것
바우넷(VAWW-NET) 재팬의 공동대표 니시노 루미코 씨는 심포지엄에서, 당시 재판을 걸었던 동기에 대해 “침묵하는 언론의 소극성을 되묻기 위해”라고 말했다. NHK의 직원이자 바우넷(VAWW-NET) 재팬의 멤버였던 이케다 에리코 씨는 “NHK에서 천황의 전쟁책임, ‘위안부’ 문제는 금기시되고 있다”며 “그래서 시민으로서 기록을 남기는 길을 택했다”고 재판에 참여하게 되었던 심경을 밝혔다. NHK 재판 변호단이었던 미도리가와 유카 변호사는 “굉장히 어려운 재판이었다”고 재판과정을 회고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의 심리 동안 나가이 씨가 내부고발을 했고 그로 인해 재판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나가이 씨의 내부고발이 고등법원의 승소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반면 아사히신문의 전 기자인 시바타 테츠지 씨는 “내부고발을 기사로 쓴 ‘아사히신문 대 NHK’로 문제가 축소”되면서 “다른 언론은 방관자가 되어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언론에 대한 정치개입이라는 문제의 본질이 대중들에게 희석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6월 12일, 대법원은 방송에 대한 정치적 개입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이 ‘피고 등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던 원심(고등법원)을 기각한다’는 내용의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요코오 마사코 재판장은 “방송된 내용이 취재 대상의 기대, 신뢰와 다르다고 하여 위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취재활동의 위축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보도 자유의 제약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조치대학 교수인 다지마 야스히코 씨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현장에 있으며, 조직에 의한 편집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무사시대학 교수인 고다마 미이코 씨는 결과는 아쉽지만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진 것이 중요하다”며 “저널리스트 중 여성의 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점” 또한 “이 문제의 근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 실린 12월 15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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