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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물론, 그런 경우는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양가적인 생각을 표현한다면 어느 한 쪽의 모습도 지지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다크리스(Ludacris)라는 힙합 아티스트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 중 한 명이다. 동시에 다양한 모습 그대로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처음 데뷔했을 당시의 루다크리스는 콘로우(머리카락을 바짝 땋아서 만든 헤어스타일)를 한 채 남부 특유의 거침없고 본능적인 랩을 선보였다. 첫 앨범부터 세 번째 앨범까지 그는 노골적인 가사와 컨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한 이후 루다크리스는 머리를 ‘빡빡이’로 바꾸고 가사, 소재 등 많은 것들에 변화를 줬다. 그 변화를 담아 발표한 앨범이 [Release Therapy]이다. 앨범은 이전에 그가 지니고 있던 촌티를 벗는 동시에 세련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냈으며,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앨범에 실려있는 곡 중 하나가 바로 오늘의 추천 곡 “Runaway Love”이다. 앨범 전체에서 세 번째로 싱글 컷 된 이 곡은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빈민가 속 여자아이들의 불우한 현실과 취약점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 가사에서 등장하는 리사의 엄마는 마약 중독자이며 매일 밤 다른 남자를 집에 데려온다. 남자들은 리사를 추행하기도 한다. 두 번째 가사 속 니콜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절친한 친구가 생겼지만 그 친구는 갱단의 총에 맞게 된다. 마지막 가사의 에리카는 마약에 손을 댔으며 어린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임신을 하게 된다. 불우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택하는 건 노래 제목처럼 도망치는 것뿐이다.
더불어 음악은 ‘컨셔스 랩’이 지니는 진중함과 루다크리스 특유의 직관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매력적이다. 그의 랩은 남부 스타일이 지닌 단순함과 반복의 느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담아냈다. 차분하게 흐르는 비트와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의 보컬 역시 곡의 내용이 가지는 느낌을 잘 살려냈다. 많은 래퍼들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입증하기 위해 불우했던 과거를 훈장 삼아 늘어놓는다. 그것은 성공을 강조하기 위한 허세이거나 과거에 대한 보상심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을 외치고 다니며 대표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역시 래퍼들이 지닌 미덕이다. 실제로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자선 재단을 가지고 있거나 그러한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힙합이 남성성 강한 음악이라는 설명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마냥 공격적이고 답답한 내용을 담은 음악은 아니다. 이 곡이 빌보드 랩 차트 1위를 기록했던 것도 랩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이 음악에 공감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좋은 곡이니만큼 같이 들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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