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이며,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재특회 ‘교토 조선 제1초급학교’ 난입 사건의 전말
재특회는 재일(在日, 자이니치) 한국인, 조선인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없애고 이들을 ‘외국인’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며 2006년 설립된 우익 시민단체로, 1만4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날 재특회 측은 자신들의 난입 시위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였다. 변호인단이 조직되었고, 같은 달 하순에 재특회 회원들에 대해 형사 고발이 이뤄졌다. 고소장은 당일 수리되었다. 2010년 1월 19일에는 교토변호사회가 <조선학교에 대한 괴롭힘에 관한 회장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해 1월과 3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재특회의 가두 선전이 진행되었다. 2010년 8월에는 가두 선전을 벌이던 중심인물 4명이 체포되었고, 2011년 4월 교토지방법원에서 ‘위력 업무방해죄’, ‘모욕죄’ 등으로 징역 1-2년(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 10월 7일,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을 겨냥한 재특회의 괴롭힘 행위를 ‘인종차별’로 인정한 민사소송 결과가 나왔다. 2009년 12월 재특회가 교토 조선 제1 초급학교에 난입하여 벌인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 것. 그러나 법원은 조선학교를 둘러싸고 일본 사회의 주요한 화두인 ‘민족교육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판결의 의의와 과제에 대해, 원고 측 전문가 증인이었던 이타가키 류타(42) 도지샤대학 사회학부 교수의 기고문을 싣는다. 이타가키 교수는 ‘조선 근현대 사회사’를 전공하였으며, <동아시아의 기억의 장>(공저), <조선근대의 역사민족지>, <일한(日韓) 새로운 시작을 위한 20장>(공편저) 등의 책을 저술하였다. ‘인종차별’(racism) 사건 판례를 만들다 2013년 10월 7일, 교토지방법원(재판장 하시즈메 히토시)은 ‘재특회’ 등에게 학교법인 교토 조선학원에 1,226만엔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함과 동시에, 교토 조선 제1초급학교 부근에서 선전 활동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은 재특회 회원들이 교토 조선 제1초급학교에서 펼친 세 차례의 시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1) 2009년 12월, 수업 중이던 학교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조선학교에 대해 온갖 욕설을 퍼부은 시위 활동 2) 2010년 1월 학교 인근에서 벌인 가두행진 3) 같은 해 3월 지방법원의 가두선전 금지 가처분을 무시한 집회 진행. 이중 첫번째 시위 활동과 관련해선 피고 중 네 명이 체포되었고, 이미 형사재판에서 모욕죄 등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번 재판에서 원고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승소’가 이미 확실시되었다. 수업을 방해하였을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와 위협을 주었고, 물건을 부순 데다가, 피고 스스로 그 사태를 자랑스럽게 인터넷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원고 측에서는 재판을 통해 얻고자 하는 또다른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민족교육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판결문에 포함시키는 것, 그리고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racism) 사건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양쪽 다 명확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이 어느 정도 판결에 반영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법정에서 ‘인종적 동기’가 고려되지 않는가? 이 목표 중 한 가지는 달성되었다. 판결은 피고의 시위 활동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가 인종차별 철폐조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1995년에 와서야 인종차별 철폐조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국내법이 없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현행 법률을 ‘국제 조약’이 정하는 바에 적합하게 해석해서 이루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조선학교가 배상 받게 될 손해는 ‘유형 손해’(재산 손해)와 ‘무형 손해’ 두 종류다. 판결은 통상적인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더해 그것의 동기가 ‘인종차별’이기 때문에 무형의 손해를 중하게 인정한다고 해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수업 중에 이뤄진 시위활동에 의한 무형 손해에 대해 500만엔, 이듬해 또 가두행진을 벌인 것에 따른 무형 손해에 대해 각각 300만엔을 인정했다. 즉, 배상금의 대부분이 ‘인종차별을 동기로 한 무형 손해’에 대한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은 2010년에 열린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논의된 적이 있다. 일본은 인종차별 사건을 다룰 법률을 갖고 있지 않아, 위원회 측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았다.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소속 위원 중 한 명은 “일본의 법정에서는 ‘인종적 동기’가 고려되지 않는가?”라고 일본 정부 대표에게 질문했다. 그에 대해 일본 대표는 “인종차별 사건은 그 악의적 관점을 평가해 형량에 반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2011년 형사재판 판결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명확한 인종차별 사건에서 ‘인종적 동기’를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건드리지 않아도 형사 사건으로 입건할 수 있다고 검찰 측에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번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인종적 동기’에 관한 판단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인종차별 사건에서 항상 참조될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민족교육권’의 행방을 시민들에게 묻다 그런데 원고 측이 인종차별과 함께 주장했던 ‘민족교육권’에 대해, 판결에서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단, 판결이 민족교육권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를 해두고자 한다. 우선, 이번 판결은 그곳에서 이뤄지는 것이 민족교육이든 다른 활동이든, 인종차별의 동기를 가진 행동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의 구체적 손해를 끼칠 경우 인종차별 사건이라고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민족교육 이외의 장에서도 인종차별 철폐조약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판결의 논리에 민족교육권을 접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번 판결에서 원고의 ‘무형 손해’를 인정한 것은, 바꾸어 말하면 손해를 끼쳐서는 안되는, 보장되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 ‘무언가’의 중심에 실제로 ‘민족교육 활동’이 있었다. 민족교육권이란, 우선 민족교육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 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민족교육권의 보장이라는 논리를 본 판결에 접합시키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여러 가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시민들의 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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