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이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19) 로린 힐 “I find it hard to say”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아마두 디알로, 오스카 그랜트 사건
아마두 디알로 사건은 1999년 2월 4일 뉴욕 경찰이 아마두 디알로가 지갑을 꺼내려던 것을 총을 꺼내는 것으로 오인하고 41발을 쏴 19발을 명중시켜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단지 그의 피부색이 조금 검을 뿐이었다.
아마두 디알로는 아프리카 기니 출신으로 아버지를 따라 각국을 돌아다니다 1996년 뉴욕에 이민을 왔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후 체류 기간이 지났지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했다. 사건 당시 그는 식사를 끝내고 집 근처에 서 있었을 뿐이었지만, 경찰들은 그를 성범죄 용의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호주머니를 뒤지자, 경찰 중 한 명이 “Gun!”이라고 소리쳤고, 이후 살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오스카 그랜트 사건은 2009년 1월 1일 지하철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경찰들이 강제로 시민들을 연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시민 한 명이 항의하자 총으로 쏴버린 사건이다. 가해자는 베이 에어리어 고속철도 경찰들이었고, 피해자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단지 그의 피부색이 조금 검을 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사는 스물두 살의 오스카는 2008년 12월 31일 새 출발을 위한 결심을 한다. 생일을 맞은 엄마를 위한 준비도 하고 여자친구와 예쁜 딸에게 잘하고자 노력한다. 그는 친구들, 가족들, 낯선 사람들과 만나면서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하루를 보내면서 점차 그는 변화란 것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새해 첫날 후르트베일 지하철역에서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었다.
아마두 디알로 사건으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09년에 발생한 오스카 그랜트 사건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랜트가 사망한 이후에도 이와 같은 사건들은 계속되었다.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 그리고 시민권 보장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내 사건을 한국과 동일시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사회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차별, 그리고 권력이 행하는 폭력이다. 한국의 경우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경찰폭력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주로 집회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강정이나 밀양과 같은 갈등 장소에서 공권력이 남용되는 것은 물론, 도심의 집회에서도 무리한 연행과 폭행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와 음악을 통해 기록한 저항의 메시지
오스카 그랜트 사건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아마두 디알로 사건은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Fruitvale Station, 2013)를 짧게 소개하자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사건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을 무게 있게 실어내며 사건 자체를 충실하게 구성하였다. 낮은 계층의 삶을 보여주고 집회 영상 등을 추가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이 겪는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하게 한다.
이 곡 외에도 아마두 디알로 사건을 토대로 만든 곡이 하나 더 있다. 로린 힐의 “I Find It Hard To Say”이다.
이 곡은 로린 힐의 두 번째 앨범 [MTV Unplugged 2.0](2002)에 수록된 곡이다. MTV Unplugged는 미국의 음악방송채널 MTV에서 하는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이다. 언플러그드, 즉 전자음을 최대한 배제하고 어쿠스틱 악기와 세션을 활용하여 진행하는 이 공연은 TV에 방영되며, 몇 아티스트는 이를 토대로 앨범을 내기도 한다.
MTV Unplugged에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앨범 수록곡 중 좋은 노래를 뽑아서 공연을 여는 반면, 로린 힐은 공연 전체를 신곡으로 채웠다. 그래서 이 앨범은 하나의 정규 앨범인 셈이다.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I Find It Hard To Say”는 아마두 디알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곡을 부르기 전, 로린 힐은 곡에 대해 설명한다. 이 사건을 접하고 곡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Rebel”(반대파, 반역자, 저항세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다른 의미로 와전될까 걱정했다는 이야기이다.
가사는 미국 역사 속의 흑인을 비유하는 문장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럼에도 사람들의 자는 얼굴은 굉장히 편해 보인다’, ‘이렇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옳은 선택을 할 것을 반복하여 말하는 동시에, 맞서 싸우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인종차별 현실에 대항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이다.
트레이본 마틴 사건에서도 역시 후드를 뒤집어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는 자경단의 의심을 받았고, 아무 범죄 기록이 없었고 비무장 상태였음에도 죽음을 당했다. 현재 트레이본 마틴을 살해한 조지 짐머만은 무죄 판결을 받고 거의 연예인 취급을 받고 있다. 조지 짐머만은 발견 당시 머리에 혹이 터져 있었지만, 911은 짐머만이 전화했을 때 ‘추격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심지어 그가 속한 자경단은 정식으로 등록되지도 않은 조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무죄 선고를 받고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경찰 폭력뿐만 아니라 자경단, 용역업체의 폭력도 지속되고 있다. 나 역시 로린 힐의 노래 제목처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당장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집회 과정에서 공권력의 폭력을 겪어본 바로는 내가 여기에 길들여지고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 끝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이렇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로린 힐의 노래에 대해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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