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 산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다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20) “Millie Pulled a Pistol on Santa”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25주년을 맞이한 힙합 트리오 ‘드 라 소울’
사회 문제를 짚어내는 힙합 곡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힙합 음악은 그 안에 수많은 갈래와 맥락을 지니고 있다. 그 중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뉴욕을 중심으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음악들, 이른바 ‘컨셔스(Concious) 힙합’이 형성된다. 컨셔스 힙합 음악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미국 사회의 문제들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흑인 사회 내에서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도 꺼내어놓곤 한다.
이번에 이야기해볼 곡은 ‘드 라 소울’(De La Soul)의 “Millie Pulled a Pistol on Santa”이다. 드 라 소울은 첫 앨범 발매 25주년을 맞이한 장수 힙합 그룹이다. 세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름이 있지만 플러그(Plug) 1, 2, 3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같은 지역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 그룹을 결성하였다. 1989년에 데뷔 앨범 [3 Feet High and Rising]이 많은 판매고를 기록함과 동시에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등장하였다.
“Millie Pulled a Pistol on Santa”는 이들의 두 번째 앨범 [De La Soul Is Dead]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드 라 소울은 당시의 히피 이미지나 주류 힙합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했다. 더불어 공격적인 이미지 역시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 앨범에는 드 라 소울이 성공하자 그들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파티 이야기 등 가볍고 무거운 주제들이 혼재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수록 곡들에 여러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가상의 인물이라 해도, 각 인물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알기 어렵게 추상적으로 그리거나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명료하게 이야기의 핵심으로 끌어들인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감추어진 진실’
“Millie Pulled a Pistol on Santa”에도 역시 실화에 어느 정도 기반을 했다고는 하지만,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밀리(Millie)라는 아이가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브룩클린으로 건너 온 여자아이이다. 아이의 아버지 딜런(Dillon)은 사회복지사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랩을 하는 사람이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사회복지사인 딜런이 함께 있게 된 것이다. 래퍼는 밀리가 마음에 들어 잘해보려는 와중에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밀리는 커뮤니티 내에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딜런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겪기 시작한 뒤로 늘 괴로워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증거도 구할 수 없을뿐더러 아버지 딜런은 커뮤니티 전체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딜런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백화점에서 산타 클로스로 분장하여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또 다른 래퍼는 딜런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딜런은 딸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한편 감시하고 때리기까지 한다. 밀리는 결국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딸은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총을 어렵사리 구하여 백화점으로 향한다. 산타 클로스 분장 속 딜런을 쏘아 죽인다. 그렇게 곡은 끝난다.
이 곡은 4분이라는 짧은 길이 속에 굉장히 디테일한 상황과 가사를 전달하면서도, 조급하거나 가볍지 않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악기 진행 사이에 랩의 미덕을 살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산타를 향해 총을 뽑았다는 제목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보기에는 산타만큼이나 명망 있고 존경 받는 사람이지만, 밀리에게는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괴물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힙합 음악은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어 저항의 성격을 가지는 한편, 파티 풍의 흥겨운 음악이나, 자기 과시의 모습 역시 함께 담아왔다. 이 곡은 물론, 현실을 반영하며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쪽에 속한다. 드 라 소울은 데뷔 때부터 흑인 사회의 가난과 폭력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비교적 중산층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제를 꺼내는 것조차 논란이 되었지만, 어쨌든 이들은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희망했다. 지금 드 라 소울은 음악적인 면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사회적 의미를 담는 작업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Millie Pulled a Pistol on Santa”는 미네소타의 인디 힙합 듀오 앳모스피어(Atmosphere)에 의해 한참 후 후속 곡이 나오기도 했다. 2009년에 발표된 “Millie Fell Off the Fire Escape”라는 곡이다. 밀리가 이후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 곡 역시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지적하며 밀리와 같은 상황 속에 놓인 아이가 겪는 험한 현실을 그려낸다.
드 라 소울은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멋진 모습을 선보여왔다. 다양한 악기 사용,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좋은 음악들을 많이 생산해내었다. 가사와 의미에 있어서도 힙합 역사에서 손꼽히는 존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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