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거리 공연으로 성공을 거둔 쥬얼의 데뷔 앨범
한 사람이 어떻게 태어났다는 그 자체만으로 차별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어떻게 태어났는가의 조건으로는 인종, 성별, 장애 등 다양한 부분이 있는데, 오늘 이야기할 곡에서 그중 몇 가지 요인들을 담아낸다. 바로 쥬얼(Jewel)이라는 가수의 “Pieces of You”라는 곡이다.
쥬얼은 포크, 컨트리 음악을 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이다. 한국에서 생소한 이름일 수 있겠으나, 1995년 스물 한 살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여덟 장의 정규 앨범을 낸 데뷔 20년차 가수이다. 데뷔 앨범은 미국에서만 천이백만 장이 팔리며 크게 성공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컨트리 음악으로 방향을 완전히 돌린 듯한데, 독특하게 어린이를 위한 앨범도 두 장 발표하였다. 잠깐 팝 음악으로 눈을 돌린 적도 있지만 이후 자신의 음악색을 되찾아갔다.
곡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아티스트에 대해 좀더 얘기하자면, 쥬얼은 데뷔 전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수도와 전기 시설이 미흡한 지역에서 살았다. 그녀가 살았던 굉장히 어려운 환경은 다큐멘터리로도 다루어졌을 정도이다. 그녀는 바(bar)와 펍(pub)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유지했던 아버지 덕분에 노래를 익히고 또 배워갔다. 미국을 돌며 길거리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음반 회사의 눈에 띄어 기회를 얻었고, 데뷔 앨범 [Pieces of You]를 발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회사의 협조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발로 뛰며 홍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앨범을 낸 후 그녀는 계속 길거리 공연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입소문을 통해 스스로를 알려나갔다. 결국 첫 싱글 “Who Will Save Your Soul”(누가 너의 영혼을 구원할까)이 발매되고난 후, 앨범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된다.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쥬얼의 데뷔 앨범은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이어 큰 성공을 거둔다.
페미니스트로서 발언하고 행동하는 뮤지션
개인적으로 이 앨범이 크게 성공한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앨범은 성차별, 외모지상주의, 호모포비아 등 꽤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앨범과 같은 제목의 곡 “Pieces of You” 역시 그렇다. 가사는 외모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혹은 예쁘다는 이유로 당사자를 미워하거나 가해해도 되는지, 또 그가 동성애자이거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싫어해도 되는지, 질문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러한 가사 내용을 오독하는 과오를 저지르곤 한다. 이 곡이 동성애자를 차별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아마 이 곡에서 ‘Faggot’이라는, 게이를 비하하는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곡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쥬얼이라는 아티스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오역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쥬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면, 그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한다. 이 곡을 발표한 스물 한 살 이전에, 그녀는 다양한 경험들-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깨는 사건들을 겪었다.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생활하는 과정에서, 혹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있어 서슴 없다. 쥬얼은 현재 노숙인을 위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어린이를 위한 앨범’도 비슷한 맥락에서 발표한 것이며,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해가고 있다.
이 곡은 ‘그들이 당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싫어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여기서 ‘당신’이라는 말은 하나의 커뮤니티나 사회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싫은가에 대한 질문, 더 나아가 사회가 정형화된 이미지를 이유로 하여 사람을 차별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쥬얼의 데뷔 앨범은 대부분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 포크 록 음악을 중심으로 기타와 함께 선보이는 곡들은 그 의미와 분위기가 긴밀하게 맞닿는다. 특히 현실적인 가사를 섬세하게 풀어내는 면모는 포크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이며, 그만큼 장르 고유의 매력에 충실하다.
좋은 음악과 가사가 미디어의 기획이 아닌 대중의 힘으로 성공했기에, 지금도 앨범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곡뿐 아니라 앨범 전체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앨범 커버에 적혀 있는 “what we call human nature in actuality is human habit”(우리가 인간의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인간의 ‘습관’이다) 라는 문구가 다시금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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