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흑인 음악에서 금기시되어온 ‘동성애’ 이슈
흑인 음악 커뮤니티에서 동성애는 일종의 금기인 동시에 비난과 거부, 편견의 대상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에 대한 균열과 반발의 움직임이 생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 이슈는 흑인음악 안에서 쉽게 꺼내지 못하는 화두였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흑인 음악 커뮤니티에서 동성애 비하 혹은 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에는 알앤비 싱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있다.
그렇다면 흑인 음악에서 유독 동성애가 금기시된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교회의 영향이다. 기독교, 그 중에서도 개신교의 주류 종파들은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동성애 차별을 정당화하곤 한다. 신의 말씀을 옮긴 성경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금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흑인 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법 크다. 가스펠 음악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놓은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교회는 흑인 커뮤니티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흑인 교회들은 신학적 보수주의에 대한 가치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 동성 결혼이 이슈가 되면서부터이다. 미국 개신교 내에서도 교파에 따라 입장이 조금씩 갈리고 있다.
당연히 동성애는 죄악도, 금기의 대상도, 전환해야 하거나 고쳐야 할 질병도 아니다. 모든 기독교인이 동성애자의 존재를 거부하거나 배타시하는 것도 아니다. 종교의 역사나 종교 사회 역시 인간의 사회이고, 결국은 다양한 의견과 해석의 충돌이 있기 마련이다.
흑인 음악이 흑인 사회의 이러한 분위기와 생각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흑인 음악 내에서 ‘남성성’은 일종의 ‘진정성’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래퍼들뿐 아니라 알앤비 싱어들도 자신의 남성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남성 아티스트들은 남성성이 강하지 않으면 ‘가짜’라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폄하도 일어난다. 그들은 남성답지 않다는 이유로.
‘게이로서의 삶’ 고백한 프랭크 오션의 앨범
종교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소개할 곡의 제목이 “Bad Religion”이기 때문이다. 이 곡은 미국의 알앤비 싱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첫 앨범 [Channel Orange]에 수록된 곡이다. 앨범은 대부분의 평단에게 극찬을 받는, 보기 드문 경우를 만들어냈다. 여러 매체에서 모든 장르를 통틀어 그 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기도 하였다. 판매량이나 차트 성적도 좋았고, 말 그대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앨범은 기존의 대중적인 알앤비를 벗어난 스타일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팝 친화적인 기존 알앤비와는 전혀 다르게,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으며 좀더 극적인 요소와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의 토대가 된 것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실제 삶이다.
그 삶의 한 부분으로는 게이로서의 삶도 있다. 그는 앨범 발매를 앞두고 ‘남자와 사랑한 적 있다’고 커밍아웃을 했다. 메이저 흑인 음악 시장에서 동성 간의 관계를 고백한 것으로는 첫 번째 사건이라고 꼽히기도 한다. 이는 음악 시장과 흑인 음악 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관련된 발언을 하였다.
물론, 예전부터 음악 내 존재하는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프랭크 오션의 커밍아웃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반대로 동성애자 차별 발언을 꺼내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렇게 흑인 음악 안에서의 ‘동성애 비하’ 문제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동성 결혼’ 이슈와 함께 가시화될 수 있었다.
“나쁜 종교”의 비극적이고 다중적인 의미
[Channel Orange] 앨범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곳곳에 조금씩 자리하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곡도 그 중 하나이다.
“Bad Religion”의 첫 부분은 택시 기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하소연으로 시작한다(마치 김연우의 “이별 택시”를 연상시킨다). 후렴구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을 사이비 종교나 자살 행위, 혹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죽음까지 감내할 수 있는 사랑이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말한다.
두 번째 구절에서는 내적 갈등을 더욱 크게 꺼낸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꺼내며 그것이 목숨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내 진짜 정체를 말해줄 순 없어요 / 아무도 못 믿거든요” 라고 말한다.
이 곡은 “널 절대 사랑하지 않을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나쁜 종교야 / 알아, 나쁜 종교만이 내게 이런 기분을 줄 수 있지”라는 가사로 끝난다. 결국 곡에서 ‘나쁜 종교’는 일차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커뮤니티 내에서 종교가 자신에게 보이는 인식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앨범의 다른 수록곡 “Forrest Gump”에서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앨범에 수록되진 않았지만 “We All Try”라는 곡에서는 “결혼이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다고 믿지 않아, 사랑과 사랑 사이에 있다고 믿어” 라는 내용이 나온다.
프랭크 오션은 주로 슬픈 노래 속에 많은 이야기들을 퍼즐처럼 넣으면서 자신의 복잡한 생각을 담아내곤 한다. 그것이 알앤비 음악 안에서 조금씩 틀을 벗어나는 음악적 색채 외에도 가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그의 매력이다.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 그리고 프랭크 오션이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 모두에 지지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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