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일본에서 원전을 재가동시키기 위해 돌진하는 아베 정권에 반대하며 탈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될만한 판결이 나왔다. 후쿠이(福井)지방법원의 간사이전력(KEPCO)/오이(大飯)원전 운전 중지 판결이다. 이번 판결의 의의를 오이원전 운전 중지 소송 변호인단의 가시마 게이치 씨가 전한다. 게이치 씨는 시가원전 운전 중지 소송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 주]
사실상 모든 핵발전소 운전에 ‘NO’ 판결
2014년 5월 21일, 후쿠이지방법원 히구치 히데아키 판사는 오이원전 3호기와 4호기의 운전을 중지하도록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오이원전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핵발전소에 ‘NO’를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판결문은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오이원전의 위험성을 인정했다.
첫째, 지진에 대한 원전의 안정성을 평가하려면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는데, 근거할 만한 데이터가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과거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다섯 차례나 기준 지진동을 넘어버린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지진 상정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
둘째, 기준 지진동 이하의 지진에 의해서도 원전의 외부 전원과 주급수가 상실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 논쟁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전원과 주급수는 1차적으로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결한 역할을 맡는 설비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내진성이 필요하다.
셋째, 사용이 끝난 핵연료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의해 명백해진 사실이다. 사용이 끝난 핵연료도 원자로의 노심부와 마찬가지로, 적어도 원자로 격납용기 같은 견고한 설비로 봉쇄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이번 판결이 인정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명백해진 ‘원전이 갖는 본질적인 위험성’이다. 오이원전뿐 아니라 모든 원전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실질적으로는 모든 핵발전에 ‘NO’를 선언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안전성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새 규제 기준에는 기준 지진동을 견딜 수 있도록 외부 전원과 주급수 양쪽의 강도를 높인다든지, 기준 지진동을 대폭 상향하여 이에 맞게 설비의 강도를 높이는 공사를 시행한다든지,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견고한 시설로 둘러싼다는 등의 조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 규제 기준을 통과하여 원전 재가동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지에서 제기되는 ‘원전 소송’에 영향 미칠 것
이번 판결은 한편으로, 생명을 지키고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인격권 중에서도 근간이 되는 근원적인 권리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큰 자연재해나 전쟁 이외에, 이 근원적인 권리를 매우 광범위하게 박탈할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원전 사고 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사태를 초래할 구체적인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여부가 판단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새 규제 기준의 적합성이나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가 과연 적합한가 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원전 소송은 행정 심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명백해진 ‘원전 사고의 막대한 피해’에서 기인한 이번 판결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제기되고 있는 원전 소송에 필요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전 소송에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제로-리스크만 추구해서는 어떤 인프라도 성립되지 않는다” 식의 비판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판단은 실제 발생한 원전 사고의 막대한 피해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비판은 초점에서 어긋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풍요로운 국토와 거기에 국민이 뿌리내리고 생활하는 것이 바로 국부(國富)이며, 이를 되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 국부의 상실’이라는 상식적인 생각을 부정한 채 ‘경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원전 사고 이후, 사법의 책무를 더 방기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이야기해서 이번 판결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현실을 직시한 결과로서 오이원전의 운전을 중지할 것을 명하고, 나아가 오이원전뿐 아니라 모든 원전에 ‘NO’를 선언한 것이며, 새로운 규제 기준에 대해서도 ‘NO’를 선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간사이전력은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이번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원전 재가동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또한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번 판결이 경고한 위험성을 전혀 살펴보지 않은 채, 규슈전력의 가와우치원전을 허가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경시하는 태도에 대해, 시민들이 엄중히 규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원전 소송의 역사는 패배의 역사나 다름없다. 사법부 역시 원자력업계의 일원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사법이 원전 문제에 대해 무력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후쿠이지방법원의 판결이 보여주는 것처럼,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만한 구체적인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피하는 것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자각을 사법부가 갖게 되길 바란다.
핵발전을 둘러싼 현재의 정치 상황은 악화일로이다.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판단에 기대를 걸고 원전 소송을 지지해주길 바란다. 현재 이번 소송의 원고들과 ‘후쿠이원전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은 항소심을 위한 모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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