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언니가 ‘놀자’고 외칠 때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37)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데뷔 30주년 맞은 신디 로퍼, She’s So unusual
미국의 팝스타 신디 로퍼(Cyndi Lauper)가 내한 공연을 한다. 1989년 이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이다. 2015년 1월 23일과 24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릴 이번 공연은, 1983년 데뷔 앨범 [She’s So unusual]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한 월드 투어의 하나다. 이 앨범은 당시 빌보드 차트 최초로 4개의 싱글을 5위 안에 올려놓은 앨범이다. 이듬해 신디 로퍼는 그래미 어워드 최고 신인상을 받았다.
또한, 지금도 여러 음악 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앨범에는 왁스의 “오빠”로 알려진 “She Bop”을 포함해 ‘이게 신디 로퍼의 노래였구나!’ 싶은 익숙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데뷔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온 신디 로퍼의 라이벌은 단연 마돈나(Madonna)였다. 댄서블한 음악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비주얼, 그리고 ‘자유로운 여성’이라는 캐릭터까지, 마돈나와 신디 로퍼는 더 없이 좋은 비교 대상이었다. 두 사람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뮤지션으로 꼽히며, 아직도 사람들은 두 음악가를 비교하곤 한다.
이때 마돈나는 대중들에게 더 대단한 사람으로 부각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현재진행형으로 음악 트렌드를 흡수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자신의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신디 로퍼는 그런 마돈나를 ‘동료’라고 부르며 진한 애정을 표한다. 주류 팝 시장에서 자신을 지켜가며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그리고 그 메시지가 주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이들을 묶어주는 공통점이라면, 소중한 동료라고 부를 만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우스갯소리로 라도 누가 더 대단한지 다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은 뮤지컬 <킨키 부츠>(Kinky Boots)를 통해, 뮤지컬 계의 최고의 시상식인 토니 어워드에서 베스트 음악 작곡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디 로퍼는 이 부문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수상한 여성이 되었다.
2013년 뮤지컬 <킨키 부츠>로 토니 어워드 작곡상
<킨키 부츠>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구두 공장을 운영하는 찰리가 ‘드랙 퀸’(drag queen, 여장 남자) 로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킨키 부츠’라를 신발을 만들어 폐업 위기의 공장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영국 노스햄턴에 있는 실제 신발 공장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의 내용은 역시 신디 로퍼가 가지고 있는 코드와 유사하다. 하나는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노동자와 고용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당연하게도 ‘드랙 퀸’ 코드다. 이 뮤지컬에서 로라의 ‘천사들’(극 중 성소수자들을 천사들이라고 표현한다)은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과연 신디 로퍼와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디 로퍼는 ‘게이 아이콘’(동성애자 문화에서 사랑 받는 디바)인 동시에 LGBT(성소수자들을 아울러 칭하는 용어) 활동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1986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에 실린 “True Colors”를 통해 소수자들을 지지했다. 이후 곡의 이름을 딴 투어를 통해 LGBT 인권캠페인과 운동을 펼쳤다. 콘서트 투어를 통해 여는 캠페인과 운동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근사하다.
뮤지션으로서 탄탄한 실력과 라이브의 힘을 지녔기에, “True Colors” 투어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신디 로퍼의 운동은 더욱 구체적이 되었는데 그 중 LGBT 청소년을 위한 활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과 동시에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해왔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Cyndi Lauper- “True Colors” 뮤직비디오(1986) http://bit.ly/1xOYr5N
신디 로퍼는 데뷔 이후 꾸준히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보여준 뮤지션이다. 첫 앨범에 실린 “Girl Just Want to Have Fun”은 단순히 ‘놀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노래한 곡이 아니다. 뮤직비디오만 봐도 알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신디 로퍼가 동네를 누비는데, 첫 장면에서 정적으로 부엌에 앉아있는 엄마(실제 엄마라고 한다)의 모습과 비교된다. 레슬링 선수인 남편이 신디 로퍼에게 계속 강압적으로 굴자, 남편을 손으로 제압하는 장면도 나온다.
신디 로퍼는 집에 있는 여성들을 불러내어 함께 노래하며 즐기는데, 흡사 프라이드(pride) 퍼레이드를 보는 듯하다. (재미있게도 이 뮤직비디오의 질감은 미카 MIKA의 “Big Girl”과 비슷한 느낌이다.) “단지 재미있게 놀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구속되어있는 여성의 삶’이 담겨있는 것이다. 신디 로퍼는 다른 여러 곡에서 중의적인 표현이나 직간접적인 가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 Cyndi Lauper- “Girl Just Want to Have Fun” 뮤직비디오(1983) http://bit.ly/1vWEWg2
‘팝 음악의 게이 아이콘’ 신디 로퍼의 내한을 반기며
화제의 첫 싱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신디 로퍼의 활동 이면에는, 숱한 고생들이 있었다. 올해 한국에도 출간된 회고록 <세상을 노래하는 팝의 여왕 신디 로퍼>(뮤진트리, 2014)에는, 데뷔 전 그가 헤쳐온 난관이 기록되어 있다.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난 신디 로퍼는, 살아남기 위해 집을 떠나야 했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아 온갖 종류의 일을 했다. 지난한 시간을 버티고 데뷔 앨범을 냈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이었다.
나이 예순의 신디 로퍼가 낸 회고록은 자신의 경험을 무용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힘들었던 과거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신디 로퍼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맥락을 차분하게 쌓아간다. 왜 데뷔 당시부터 페미니스트 감수성이 담긴 노래를 부르고,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앨범 이름(She’s So Unusual)으로 택했는지 이해가 된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도 그러한 정체성을 줄곧 유지해왔기 때문에, 책에 담긴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이 책은 2011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 [킨키 부츠]의 성과에 관한 이야기나 [She’s So Unusual] 30주년에 관한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다. 회고록은 현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여성들과 소수자들의 임파워링(힘 모으기) 메시지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디 로퍼가 이러한 정체성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화제가 된 사람은 아니다. 첫 앨범이 성공을 거두고 팝스타가 되기까지에는, 그의 가창력과 매우 독특한 보이스, 뛰어난 퍼포먼스와 라이브 힘이 뒷받침되었다. 더욱이 뮤지컬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그것이 토니 어워드 작곡상을 받았다는 것은 신디 로퍼가 가진 음악적 역량을 증명해준다. 히피 스타일, 록 사운드 등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던 그는, 월드 투어를 할 정도로 건재하다. 얼마 전 일본의 록 페스티벌에서도 엄청난 라이브로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신디 로퍼는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낸 인물이다. 또, 음악을 지켜내기 위해 음악적 역량을 키웠고,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스스로 커질수록 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온 것 같다. 연기도 하고, 음악적인 방향도 바꿔가며 많은 시도를 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았던 것은 굉장한 힘이다.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 그는 지금도 그러한 싸움을 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팝 음악의 게이 아이콘’으로서 큰 힘이 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신디 로퍼의 내한을 환영하며, 그의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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