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노동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서 삶의 방식,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29살부터 32살 즈음까지 부산에서 상연하는 연극을 많이 보러 다녔다. 봤던 연극을 두 번 세 번 보기도 했다. 또 서울로 1박2일 혼자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지금도 두 달에 한두 편 정도는 연극을 보러 가고 있고,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에너지와 치열함을 여전히 사랑한다.
내가 10년 정도 변함없이 팬을 자처하는 배우 겸 연출가가 있다. 연기도 매우 잘하지만 그의 연출도 좋아한다. 진지함과 유치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관객과 무대와 배우 사이를 뒤집는, 기존의 연극 이미지를 해체하는 작품을 주로 하는 연출가이다.
어쨌든 오래 전부터 양지웅 연출의 팬임을 자처했지만, 그와 가까워진 건 작년 즈음이다. 연기와 연출은 멋있지만 혹시나 그의 인간 됨됨이에 실망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분 또한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다가서지 못하고 소극장에서 서로 좋아하는 팬과 배우, 팬과 연출가 정도의 거리감을 9년째 유지했었다.
작년 연말, 할 이야기가 있다며 양지웅 연출이 내게 연락을 줬다. 예상했던 대로, 부산의 연극 비평 문화가 거의 죽어있고 연극 평론이 더 이상 배우들에게 자극이 되지 않으니, 건형씨 같은 일반 관객이 리뷰를 써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이었다. 글을 쓰는 작업은 내게 부담스러운 일이라 정중히 거절했지만,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세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헤어질 무렵엔 “지웅이형”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고,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껴 포옹을 했다.
몇 달 뒤, 다시 연락이 왔다.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내 동반자인 김비 작가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다른 작가와의 교류를 원했던 차라, 함께 만나면 어떨지 제안했더니 두 사람 다 좋다고 했다.
글을 쓰는 작가들 간의 만남이라서 그런지 나와는 다른 소통이 이루어져서, 그 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양지웅 연출이 이번에 준비하는 연극은 기존의 가족 이미지를 해체하는 가족극인데, 그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 될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된다.
지웅이 형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역시 우리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현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생각이 통하는 후배 배우들과 연출가들과 함께 지역 연극판을 새로 짜고 모의하는 즐거움도 엿보였다.
소설가와 연출가, 그리고 일반 관객의 대화는 깊고도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출판 시장이 안 좋아서 책을 내는 게 쉽지 않아 고독하게 글을 쓰고 있는 김비 작가에게도 자극이 되었고, 발상에 천재적인 감각이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대사라는 언어 측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연출가에게도 좋은 만남이 되었다.
양지웅 연출은 올해는 배우와 연출을 겸하기 보다 글을 쓰고 연출하는 일에 집중을 할 생각이라 한다. 앞으로도 종종 함께 만나 작품에 대해, 삶에 대해 나눌 시간이 기대가 된다. 3월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는 새 작품도 기대가 된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사람, 그리고 노동의 기록 관련기사목록
|
일다의 방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