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나 있게 마련인 관계

[사람, 그리고 노동의 기록] 사수와 나

박조건형 | 기사입력 2015/02/28 [22:22]

어느 회사에나 있게 마련인 관계

[사람, 그리고 노동의 기록] 사수와 나

박조건형 | 입력 : 2015/02/28 [22:22]

※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노동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서 삶의 방식,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폐수처리장 활성탄 교체 작업    © 박조건형

 

H대리는 내 사수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와서 H대리에게 일을 배우며 많이 힘들었다. 몰라서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지랄하고, 안 물어보고 내 나름대로 생각해서 일을 하면 마음대로 했다고 지랄을 했다. 한번 듣기는 했는데 확실히 몰라서 확인 차 물어보면 또 물어본다고 지랄을 했다. 지랄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바로 일을 배웠다. 그도 처음엔 회사 일을 잘 몰랐을 것이다. 고참이 몽키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물어보면 몽키를 집어 던지는 환경에서 일을 배워왔다. 그러다 보니 눈치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고, 모르더라도 혼자서 스스로 습득하며 일을 배웠으니 너도 그렇게 일을 익히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말을 함부로 하거나 성질머리에 맞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지랄을 하는 건 못 참겠더라.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2년까지 두 번 정도 멱살을 붙잡고 싸웠다. 다른 조건은 다 괜찮은데, 이 사람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에 그 뒤부터는 이 꽉 다물고 참고 버텼다. 그간의 경험으로 어느 회사를 가든 성질머리 더러운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는 걸 경험으로 충분히 알았기 때문이다.

 

오래 같이 일하다 보니 서로 손발은 맞게 되었고, H대리도 나랑 일하는 게 편해졌을 것이다. H대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앞으로도 같이 일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비위도 맞춰주고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나름 잘 지내왔다.

 

폐수처리장을 담당하던 환경 기사가 어느 날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H대리와 나는 둘 다 폐수처리장 일에 배치가 되었다. 그럭저럭 H대리에게 맞춰주며 잘 지내왔는데, 좁은 공간에서 자주 부딪히며 일을 해서 일까, 하나하나 거슬리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가 이야기 한 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랄을 하고, 말대꾸 했다고 지랄을 하고…. 참다 참다 한 번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같이 일할 때 말 좀 곱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성질을 내고 고함을 지르는데, 나도 질 수 없어 그와 같은 데시벨로 소리를 질렀다. 멱살까지 잡진 않았지만, 회사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대들었다. 몸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일단 어거지로 화해는 했지만, 계속 폐수처리장에서 같이 일하다 보면 또 부딪힐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 고참들과 김 차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H대리의 성질머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H대리와의 긴장 관계 때문에 이틀 정도 기운이 없고 무기력했다. 그러나 내가 계속 H대리의 성질머리를 감당하며 일을 할 필요는 없고, 이런 말은 분명히 해야 했다. 김 차장에게 이야기를 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다른 동료와 교체되어 나는 원래 하던 대로 윤활유 제재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뒤론 시간이 한가해도 폐수처리장 쪽으로 놀러 가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는 게 나에게 좋을 것 같아서이다.

 

사람마다 자신과 잘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 있게 마련이다. 어느 직장에 가도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내가 그곳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라면, 불편하고 두렵더라도 한번쯤은 그 사람과 대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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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조건형 2015/03/02 [23:14] 수정 | 삭제
  • 그럭저럭 맞춰 주며 4년넘게 지내왔는데,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보니 부딪히는 일이 많게 되더리구요. 지금은 좀 떨어져서 지내가 괜찮습니나 ㅎㅎ
  • 커브 2015/03/02 [18:49] 수정 | 삭제
  • 얼마전에 일다에서 읽은 직장 내 괴롭힘 기사가 생각나네요. 사수와 사이가 나쁘면 참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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