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목구멍에 거미줄이라도 막힌 양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이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리게 만들고, 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들리는데도 도무지 무얼 먹을 생각이라곤 전혀 없는 소향은 이런 것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인가 하고 누운 채로 천장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저 막연하게 그리고 우연하게 시작된 긴 씨름이었는데 기어이 일이 생기고 말았다. 삼천포에서 생긴 일들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원했으면서도 막상 자신이 뱃속에 생명이 들어앉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자 이 무슨 처녀의 팔자인가 싶은 생각이 왈칵 든다.
남들은 그래도 청실홍실 엮고 장닭 암탉 묶어서 족두리 쓰고 가는 시집이라는데 자신은 물그릇 들고 밤 고양이처럼 한밤중에 영감 방에 숨어들고 나오기로 시작한 것이 처량하고 한스럽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냥 흘러 보내는 소향은 이제 하루라도 빨리 삼천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뱃속의 아이를 쑥 빼내어 안방에 던져주고 갯내음 가득한 삼천포 포구에서 엄마하고 종락이하고 살 거라고 다짐하는 것으로 나약해지는 자신을 추스른다.
바느질통 속에 있는 편지를 꺼내들고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내용은 엄마의 목소리라고 믿으며 또 읽어본 후 이제는 더 이상 허기를 견딜 수 없다고 느낀 소향은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머릿속으로 먹을 것을 생각해본다. 이것? 아니! 저것? 아니다! 몸을 꾸무적거리기도 싫을 만큼 기운도 없고 뱃속에는 나비 한 마리가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것처럼 흐물대고 있다.
문득 번쩍 생각이 드는 것이 있다. 삼천포에서나 먹었던 도다리쑥국이다. 갑자기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이며 구미가 확 돌지만 도대체 도다리는 어디서 구하며 또 쑥은 아직 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이 양력으로 삼월이니 들판 구석을 들추어보면 어딘가에는 쑥이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소향은 벌떡 일어서 방문을 열고 나간다.
정기에서 소쿠리를 찾아 옆에 끼고 호미와 칼을 한 자루 챙겨 도다리쑥국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생각하면서 뒷동산 양지뜸으로 허겁지겁 올라가면서 기운 딸린 숨이 가슴팍을 치는 것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비탈에 엎어지고 만다.
햇살이 등을 따시게 녹여준다. 바람도 잠을 자는지 미동도 없다. 넘어지면서 머리위로 뻗혀진 양팔 때문에 짧은 저고리 섶에 노출된 겨드랑이가 공기와 맞닿는 것을 느끼고는 흠칫 일어서서 또 기어 올라간다. 뽀얀 국물이 흥건한 그릇 속에 봄 쑥이 넉넉하게 젖어있는 삼천포 도다리쑥국이 목구멍 속으로 침을 삼키게 만들고 있다. 누렇게 마른 나뭇잎들이 바람에 밀려 한쪽 구석에 수북이 쌓여있는 곳을 발로 이리저리 헤쳐보자 놀랍게도 한 무더기의 초록빛 풀이 숨어있다. 쑥은 아니지만 초록빛만 보아도 반갑다.
쪼그려 앉아서 손으로 고운 풀을 이리저리 쓰다듬어주며 풀 내음을 맡아보려 하지만 나는 것이라곤 흙냄새뿐이다. 그런데 그 흙냄새가 이리도 좋은지 소향은 한참을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또 주위를 손으로 헤쳐 보니 정말로 쑥이 겨우 손마디 하나쯤 크기로 풀들 사이에 있다.
칼을 땅에 꽂아 떠올려서 귀한 쑥 뿌리를 들고 흔들어보니 냄새가 진동을 한다. 눈을 감고 코끝에 쑥을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소향은 마음이 급하다. 빨리 쑥국을 먹고 싶은 마음뿐이다. 대소쿠리에 소복하게 쑥이 쌓였다. 고무신 속이 온통 흙이 가득한 것도 모른 채 연신 칼을 땅에 찌르거나 호미로 흙을 파헤치고 나니 이마에 땀에 흐른 소향이 털썩 풀밭위에 앉아서 눈 아래 잔뜩 햇빛을 받고 있는 동네를 내려다보다가 눈에 멀리 허우적대는 아낙과 그 뒤를 따라 성큼 걸음을 내딛는 남정네가 보인다.
분명히 장씨아저씨다. 그 앞에서 달음질치다시피 하는 여자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당꼬 바지를 입은 것만 보아도 장씨아저씨가 분명한데 이상하다? 분명히 아침에 작은아지매와 함께 제수 준비로 함창장에 같이 갔는데… 하다가 모퉁이를 돌아 눈에서 벗어난 두 사람을 대수롭게 여기고 이만하면 쑥국 끓이기에 충분하다고 여긴 소향이 고무신을 벗어 털고 내려온다.
* * *
객기를 부린 탓에 태섭은 아침에 기방을 나서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해만 지면 세상이 다 내 눈 밑에 있는 것 같고 논마지기 날아가는 술판도 가소롭게만 여겨질 뿐 아니라 마음대로 골라 품는 계집도 네 활개 펴고 가슴을 내주는데 그놈의 아침 해만 뜨면 왜 이리 목이 움츠려들고 입안에 남아도는 소금기가 거추장스러운지 매번 기방을 나설 때마다 하늘의 눈치를 잔뜩 보는 태섭인데 오늘 아침에도 역시 그렇게 관동장을 벗어났다.
속이 텅 빈 것 같은 헛헛한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사내놈들은 그놈의 밤만 되면 요동치는 육기를 이기지 못하고 남은 씨나락도 팔아 색시를 산다더니 자신도 그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니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가 혹시 꾀죄죄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라도 할 것이 걱정되어 눈을 아래로 깔고 걸음을 태봉집으로 재촉한다.
역시 짧은 길을 택한 태섭이 키만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두어 그루 소나무가 서있는 묘 둥지 부근에 이르자 코앞에 태촌이 댁이 정신없이 허우대며 걸어온다. 창호어마이다. 겨우 사람 하나가 지나다닐 정도의 길이라 피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밤새 기방에서 주머니 털리고 기운 털린 태섭이 얼굴이 휑하고 눈은 뻐꿈하니 초라하지만 그것은 태섭이 느낄 뿐 창호어마이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장서방이 전한 그 벼락같은 서방소식에 혼이 빠진 채 아픈 줄도 모르고 아직 광목으로 칭칭 감아있는 팔을 흔들어대며 함창 서의원으로 가고 있다. 태섭이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 피하듯 길을 내주는 시늉과 함께 그저 인사말을 하지만 창호어마이는 눈길도 주지 않고 숨을 헐떡거리며 그냥 지나친다. 의아하지만 태섭은 자신도 한시 바삐 집에 가서 방에 등을 눕히고 싶은 마음에 또 두어 발자국 걷는데 이번에는 장서방이 모퉁이에서 나타난다.
헛기침으로 자세를 고쳐대며 뒷짐을 진 태섭은 -장서방 아닌가? 오델 가니라꼬?- 라며 장서방을 부른다. 홀몸으로 함창 아니면 점촌 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닐 텐데 지게도 없이 걷는 장서방이 이상하다.
-예. 이제 오십니까? 아침에 광수어머니하고 태봉제에 쓰일 제수 준비한다고 장에 가다가 바로 저기 앞에 있는 묘 둥지에서 우리 동네사람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의원에 옮기고 나서 지금 그 댁에 연락을 해주고 다시 장에 가던 중입니다.- -으이? 누고 그기?- -그 샘 옆에 사는 창호네집이라고 하던데요- -아! 그케서…. 그 아지매가 방금 여기를 지나갔구만. 태촌이댁이…. 쿤데. 울매나 아픈데?- 태섭이 자신의 몰골도 잊고 궁금해서 장서방의 얼굴에 바짝 다가선다. -음…. 심하게 다쳤는지 인사불성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업고 병원에 갈 때까지 의식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장씨는 코앞에 있는 태섭의 모습을 보니 분명 어디서 하룻밤 되게 당한 꼴이다. 하긴 안방마누라도 없고 돈은 두둑하니 아직은 젊은 사내놈이 흔히 할 수 있는 오입이라 여긴다.
-그래? 무신 일로? 누가?- -저도 경황이 없었는지라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그랬는지 또 왜 그랬는지는 장본인이 깨나야 알겠지요. 음… 그럼 가시지요. 저는 광수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가야합니다- 말은 마쳤지만 태섭이 대답할 때까지 발을 떼지 않고 장서방은 그대로 서있다. -응!? 그래, 그러게 그럼!- 태섭이 몸을 돌리자 장서방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태섭은 한참이나 장서방의 등 뒤를 보며 태촌이 형님이 어쩌다 그런 일을 당했는지 궁금해 하면서 다시 태봉으로 걷는다.
장서방은 자신이 벗어던진 지게가 있는 묘 둥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비로소 주위를 둘러본다.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인사불성으로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지 본 사람도 없이 생긴 상황에 자신이 처음 목격자가 된 것이다. 이제야 눈에 띄는 것이 그 창호아버지라는 사람이 나무 한 짐을 장에 팔러가던 모양이었다. 장작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지게가 장작더미에 깔린 채로 나뒹굴고 있다. 지게를 지고 가던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 분명 사람이 해코지를 한 것이다. 머리에 흘린 피하며 그냥 넘어져서 생긴 일이라면 길을 벗어나 묘 둥지 뒤에 쓰러져있을 리가 만무하다.
장서방은 창호아바이 지게를 고이고 흩어져있는 장작들을 모아 올린 후 끈으로 묶어놓고서야 자신의 빈 지게를 어깨 한쪽에 걸치고 걸음을 재촉해 함창장으로 간다.
* * *
소향이 소쿠리를 봉당에 놓고 쑥을 다듬는 사이 태섭이 대문을 들어서다가 둘의 눈이 마주쳤다. 소향이 벌떡 일어나 소쿠리를 들고 정기로 들어가려다 문득 발을 멈추고 태섭이 돌계단을 오르기를 기다리다가 입을 연다. -저기예- 모기소리만 하지만 둘밖에 없는 집에 안 들릴 리가 없다. 태섭은 얼굴을 대면하기가 계면쩍어 그냥 댓돌 위에 신발을 벗느라 등을 대고 -응. 와?- 하고 천천히 건넌방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소향의 말을 기다린다. 저것이 내 새끼를 가졌다는 말에 의기충천하여 지난밤에 기방에서 씨내림을 축하했다는 묘한 논리에 태섭은 소향을 보기가 어색하다. -장에 좀 갈라고 합니더. 쿤데…- 태섭은 덜컥 아이구나! 하고 속으로 신음을 한다. 소향의 다음 말이 돈이었음을 금방 잠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지전이 있는 대로 다 뿌렸으니 탈탈 털어도 나올 것은 먼지밖에 없는 처지다.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그리고 하필이면 바로 이 시간에 장엘 간다니 태섭으로서는 난감하다. -우짜지? 내기 가진 기 없는데 지금은…. 광수엄마나 태광이한테 함 말해봐라. 내가 준다꼬하고- 하고는 그냥 건넌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소향이 이집에 온 뒤로 단 한 번도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 나머지 돈도 보살님이 꾸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떳떳하게 자신이 장에 가서 먹고 싶은 도다리를 살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쓰일 곳이 생기기 직전에 없어진 돈이다. 영감님이 서운하게 생각 들지는 않지만 자신이 돈을 입에 올렸다는 생각이 소향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한숨을 푹하고 내쉰 뒤 다듬던 쑥도 그냥 정기에 휙 내 던져두고 소향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해가 머리 꼭대기쯤 올 때 장서방이 지게 위에 한 짐을 올리고 그 뒤를 따르는 광수에미와 함께 대문을 들어섰다. 모처럼 광낸다고 꺼내 입은 공단두루마기가 아침에 창호아바이 사건으로 인해 온통 수세미가 됐다. 그러나 저러나 마을에 있을 제일 큰 제사를 자신이 들어서 처음으로 행하는 마당이다. 광수에미는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공단이나 비단이냐? 그저 앉아 일하기 편하고 춥지 않고 그리고 똥싯간 갈 때 내리고 올리기 쉬운 게 제일이지 하고 빨리 옷을 갈아입을 양 별채로 가면서 소향을 부른다. -소향아- 이미 발걸음은 대문을 벗어나면서 부르지만 대답이 없자 야가 많이 아픈가 하고 빨리 옷을 갈아입고 올 참이다. 장서방은 지게를 정기문 앞에 내려 고인 후 줄을 풀어서 짐을 하나씩 정기에 들인 후 바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마을을 벗어나 묘 둥지로 간다. 광수에미가 돌아왔을 때 이미 장서방은 없었다.
-이 양반은 금새 오델 가고 없노? 소향아! 방에 있나?- 소향은 벌떡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나온다. 작은아지매한테 돈을 꿀 참이다. 도저히 눈앞에 어른거리는 도다리쑥국을 안 먹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다. -우떤노? 뭐 좀 무웃나?- 한 이틀째 소향이 거의 곡기라곤 입에 대지 않은 걸 아는 광수에미가 묻자 소향은 대답 대신 엉뚱하게 다른 말을 한다. -아지매요. 지한테 돈 좀 채해주이소- -어이? 돈? 니가 돈을 오데 쓸라꼬?- -장에 갈라꼬예. 도다리 살랍니더- 산골에 사는 광수에미가 도다리가 뭔지 알 리가 없다. -도다리? 그기 뭔데?- -고기예. 와, 안 있습니꺼? 그… 넓적한 생선예- 그제야 생선이라는 것을 안 광수에미는 -내는 첨 듣는 고긴데… 넓적해? 하모 넙치 아이가? 쿤데… 그기 묵고 싶나? 카모 아까 장에 가기 전에 와 말 안했노?- -그땐 몰랐어예-
광수에미는 소향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래 별스런 입맛에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를 때가 아닌가 하고 웃으며 -아직 반나절밖에 안됐으이 장에 가도 되지만 니가 우째 가겠노? 미안치만 장서방을 시키던가 하지. 쿤데 오델 가고 없노? 장씨는?- 하며 두리번거린다. -언지예, 지가 갈랍니더- 그런 고집스런 소향을 본적이 없는 광수에미는 -아도 빌나다. 그라모, 좀 있음 광수나 재수가 학교서 올기다. 가들 델꼬 가거라. 니 혼자 우째 가노?- 번쩍 아침에 본 창호아바이 형상이 떠오른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지전을 뽑는 듯 소향에게 내민다. -아나, 내 내기 꼰다꼬 했제? 생기면 주거라-
태섭은 해가 훤한 낮에 방안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광수에미와 소향이 주고받는 말을 다 듣고 있었다. 한참 후에 소향은 광수와 재수를 대동하고 도다리 사러 함창장으로 신나는 걸음을 걷고 있지만 다리는 힘이 없어서 휘청거리기 일쑤다. 장서방은 창호아바이가 팔러 지고 가던 장작더미를 지고 와서 창호네집에 내려놓고 왔다. 무당이 오후에 종가에 찾아오고 태식이 노인이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역시 종가로 왔다.
태섭은 피곤한 탓에 낮잠이라도 자고 싶지만 태봉제를 의논하러 온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방에 사람들을 들였다. 그기에 털보무당도 떡하니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다. 사실 논의할 일이라곤 그저 음식을 어떻게 준비하거나 또는 축관은 누가 하고 제관은 또 누굴 시키느냐 하는 정도이지 제를 지내는 절차에 대해서는 논의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자리에 무당이 있는 까닭은 태식이 노인으로서는 처음 보는 무당이고 또 무당으로서는 안방 큰아지매가 없는 마당에 자기가 받아야 하는 복채를 한껏 늘려 받고자 서로 얼굴을 대하는 중이다.
태식이 노인이 태광에게 주문을 한다. -니는 오늘 저녁에 태봉에 금줄을 치고 지키도록 해라. 삼일 전부터 하는 일이니 오늘부터 해야지. 카고 니 혼자 할 수는 없으이 동네 젊은이들 몇이 모아서 같이 해라. 축관이나 제관으로 선택된 사람들은 오늘밤부터 종가 사당에서 묵을 기다. 이집 머슴 시키가 불 좀 넣도록 하고. 또 뭐 있노? 제수는 자네 댁이 종부가 없다 케도 다 알아서 할 기고. 아! 보살님은 태봉제에 첨 오시니까 잘 모르시겠지. 우리가 제를 다 모신 후에 보살님이 축원을 시작하모 되네-
헛기침으로 마무리를 짓는 태식이 노인을 무당은 넌지시 본다. 촌노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을 무당이라고 하대를 하는 모습에 썩어빠진 양반 갓이 올려진 흰 머리카락 투성이 머리통 앞에 시커멓게 담배 댓진에 그을린 이빨이 그것도 겨우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 무당은 그저 돈 생각밖에 없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삼천포에서 나도는 소문을 피해 이리로 왔으니 수중에는 아무것도 없는 형편에 그저 종가의 아지매가 약속한 태봉제에서 쌀 두어 가마니 값이라도 받을 수만 있다면 다소 허리라도 펼 수 있을 사정이다.
-지금 말씸하시는 아재가 제관이신가?- 무당도 당돌하게 노인을 보고 아재라 부른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일다의 방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