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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아, 송아지 산다면서 와 큰 소를 자꾸 입에 올리는교?- 거의 성화를 내다시피 하는 태광은 자신이 보고 온 송아지를 흥정붙여보자는 심산에 어미 소의 모양에 반한 장서방의 소매를 끌어댄다. 그래도 장서방은 이 남정네가 내보이는 세상을 향한 억울한 눈빛을 보며 무언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에 끌려 태광의 재촉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어디 사시는지 몰라도 그다지 멀지 않으면 이놈 송아지를 한번 보고 싶군요. 그리고 후하게 쳐드릴테니. 이놈은 내년 농사에 쓰시고- 윤기 흐르는 소의 잔등을 어루만지며 마땅히 송아지를 구경할 방법이 없는 장서방은 소 주인이 앞서서 방법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해가 중천에 있으니 아직 장은 한참이나 남았으니 급할 것은 없지만 태광의 재촉은 급하다. -아, 없는 송아지를 뭘 보고 자시고 하는교? 송아지가 널브러졌구만- 잡아끌어도 꿈쩍도 않는 장서방에게 이제는 탄식조다. -광수아버지, 송아지 보실 줄 알지요? 좋은 놈으로 골라야 합니다- 장서방은 태광의 얼굴을 보며 다짐을 받듯이 질문과 주문을 동시에 한다. -장서방도… 참! 내가 농사꾼 아인교?- 하며 혀를 차대는 태광이지만 사실 소를 한 번도 사보지 않은 태광이다. 그걸 알지만 장서방은 허리춤에서 태섭이 꺼내준 돈다발을 꺼내서 세기 시작한다. 돈다발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진 태광은 무슨 영문인가 하는 사이에 장서방이 한 묶음을 태광에게 건네주며 -자, 광수아버지, 이게 오만 환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좋은 송아지라도 세 마리는 살 겁니다. 저는 이놈 새끼를 보고자 여기 있을 것이니 알아서 흥정해서 사시지요-
태광은 어안이 벙벙하다. 소장터에 장서방을 따라올 때까지만 해도 겨우 구전 몇 푼이나 기대했었는데 손에 돈을 쥐어주면서 직접 흥정을 해서 송아지를 사라고? 갑자기 입안에서 꽃향기가 스멀거리고 눈에는 무지개가 보이는 듯한 태광은 입에서 침이 줄줄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돈을 덥석 움켜잡으며 그러나 작은 체면치레는 잊지 않는다. -그칼까? 카모 내 좋은 놈으로 몇 마리 사지 뭐- 하고 쭈뼛거리며 뒷걸음으로 사라져버린다. 저만치 걸어가다가 총알처럼 사라져버리는 태광을 웃으면서 쳐다보던 장서방은 다시 담배만 뻐끔거리는 남정네에게 돌아서서 -해가 많이 남았는데… 이 소는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 송아지를 가져오시면 어떻습니까?- 장서방은 태광이와 함께 다니면서 송아지를 살 수도 있었지만 또 그것이 태섭이 원하는 바일 테지만 일단은 태광에게 송아지에 관한 일체의 책임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동네사람의 말을 잠재우기도 편하고 또 뻔한 태광의 구전 뜯기도 모른 체 넘어갈 수 있고 그것이 태광의 허튼 행동을 막는 방도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다.
남정네는 소를 처음 보는 장서방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끌고 갔다가 송아지를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장서방은 뒷짐을 지고 그저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이곳저곳을 휘휘거리며 시간만 보내고 있지만 눈은 태광이 흥정하는 쪽으로 두고 있다. 이미 태광의 손에 고삐가 하나 잡혀있고 또 한사람에게 신이 난 듯 말을 붙이고 있다. 짧은 겨울해가 넌지시 기울면 햇살도 금방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한다. 흙먼지가 바람결에 풀풀 날리고, 팔지 못한 소를 옆에 두고 쭈그려 앉은 소장수들의 굵은 주름이 더 깊어지면 파장이 가까워온 것이다.
-장서방, 우떻소? 이놈들?- 어느새 왔는지 태광이 송아지를 끌고 장서방을 뒤에서 불러댄다. 송아지를 데리고 오겠다는 남정네를 기다리던 장서방은 시간이 꽤나 흘렀음을 걱정하지만 오겠다고 했으니 오겠지 하는 믿음으로 태광을 향해 얼굴을 돌려 -예, 아주 좋아 보이네요. 잘 생긴 것이… 그런데 암놈들입니까?- 하며 송아지 아랫도리를 보자 태광이 서둘러 설명을 한다. -아, 키우는 것들이야 암소가 낫지. 송아지 한 배라도 뺄라카모- 한다. 장서방은 속으로 암소면 어떻고 수소면 어떠랴 싶다. 같은 송아지라도 수소가 빨리 자라고 힘도 세서 일도 한결 더 많이 할 수 있어 값이 더 나가는 것이지만 또 한편 암소라도 어지간한 일은 다할 것이고 그리고 송아지라도 한 마리나 혹은 쌍둥이를 얻을 경우는 횡재나 다름 없으니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왜 태광이 암송아지만 샀는지도 또한 충분히 알만하지만 입에 담지는 않고 엉뚱한 소리로 태광을 추킨다. -소털에 윤기도 있고 다리도 길쭉하고. 어깨하며 엉덩이가 떡하니 벌어진 게 송아지도 잘 낳게 생겼군요. 어떻게 이런 좋은 놈들을 골랐습니까?- 하자 태광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신이 나서 덧붙여 설명을 해대는 사이에 에미소는 떼어놓고 송아지만 끌고 남정네가 나타났다.
-빨리 온다고 했지만…- 하면서 아직 코도 뚫지 않아 목만 묶인 송아지 끈을 장터에 박힌 말뚝에 매면서 남정네는 숨을 헉헉거린다. 장서방은 송아지를 보면서 역시 어미만큼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흥정이고 뭐고 그저 남정네가 발품을 팔면서까지 갔다 온 것이 괜히 고마워서 따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장도 다 끝나고 했으니 빨리 가셔야지요. 그래도 장에 나오셨는데 같이 탁주라도 한 사발하시며 얘기합시다- 하며 남정네의 소매를 끌어 가까운 대폿집으로 가자 태광이도 소 세 마리를 끌며 따라온다. 태광은 속으로 장서방이 소값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자! 한잔 받으시고. 그런데 송아지는 얼마 받으실 겁니까?- 하고 장서방이 사발에 탁주를 하나 가득 따르며 남정네에게 묻자 그자는 우물쭈물하며 목이 말랐든지 탁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그제야 옆에 앉은 태광에게 장서방이 묻는다. -광수아버지. 송아지 값은 얼마 주셨는지?- 하자 태광은 조금은 어색한 얼굴로 말도 어눌하게 내놓는다. 좋은 소를 샀다고 의기양양하게 설명하던 아까와는 영 딴판이다. -소금이 알던 거 하고는 영 다릅디다. 좋은 놈으로 산다고 하다보이- 그기까지 말을 마치더니 탁주 사발을 입에 대고 길게 들이마시면서 속으로 값을 정해본다. -캬. 첫 놈은 만육천 환, 둘째 놈은 만팔천 환이고 시째 놈이 젤로 좋다 보이 이만 환 아이모 안 판다 케서 이만 환 줬소- 하고 안주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장서방의 눈치를 보는 태광이다.
그 말을 들은 남정네는 물끄러미 태광을 보더니 다시 탁주사발을 들이마시고는 -내 소는 저놈들보다 크기도 더 크고 더 잘 생깄심더. 보시모 알지만- 한다. 그리고 남정네는 지난 장에도 송아지 값이 겨우 쌀 한 가마 값이었는데 오늘이라고 더 비싸질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 소 값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요? 소는 좋은 놈들로 사셨는데. 아까 제가 드린 게 전부 오만 환인데. 어떻게 소 값이 전부 오만 사천 환입니다?- 태광은 속으로 아차 한다. 그래도 순간 능글맞게 -주무이에 돈이 있었기 망정이지. 소가 좋아 보이서 내 돈꺼정 보태서 안 샀는교?- 하고는 장서방의 눈은 보지도 않고 탁주 사발을 또 들어올린다. 장서방은 웃으며 -그럼 종가에서 광수아버지한테 빚을 졌군요. 그럼 드려야지- 하고 주머니에서 사천 환을 세어 내주며 말은 송아지 주인한데 한다.
-그래, 얼마 받으실 거요?- 소주인은 잠시 눈을 끔벅거리더니 -암케도 이만환은…- 하며 장서방의 눈치를 보는데 버럭 태광이 소리를 지른다. -무신 이만 환이라카요? 금을 알고나 하는 말이요? 지금?- 하며 남정네를 향해 눈을 부라리다가 자신을 보는 장서방을 느끼고는 금방 -아, 흥정을 하자는 거지. 내야- 하고 내심 질금 찔리는 것을 감춘다. 사실 오늘 장서방 없이 송아지를 사면서 다른 주머니에 불려둔 돈이 만 환이나 되는데 좀전에 자신이 정신없이 불려서 소값을 말하는 통에 엉뚱하게도 사천 환이 더 생기지 않았나? 찔리는 것이 많은 줄도 모르고 이만 환 달라는 송아지 주인한테 역정을 낸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눈앞에서 이만 환 달라는 송아지 주인한테는 아까운 돈을 더 줄 수 없어서 나온 말이었다.
-이만 환이라…- 장서방은 술을 한 잔 마시면서 중얼거린다. 애당초부터 흥정할 마음이 없는 장서방으로서는 그저 모양새만 갖출 작정인 것이다. -어떻습니까? 광수아버지? 사실 송아지로 봐도 이놈이 그놈보다는 좋아 보이는데…. 고마 결정합시다. 좋소. 이만 환에 합시다- 하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장서방을 보며 태광은 속이 쓰려 송아지주인에게 매운 눈길을 보내지만 딱히 달리 할 말이 없는 것은 자신이 속인 소값 때문이다. 남정네도 그저 말없이 둥근 눈을 뜨고 장서방이 건네주는 돈을 받고는 벌떡 일어난다. -고마 갈랍니다. 갈 길이 멀어서리. 참, 대폿값은 지가 낼랍니다- 하며 주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자 장서방이 일어서서 말리며 술값을 지불하고 다 같이 나왔다.
장서방이 한 마리를 끌고 뒤에서 태광이 세 마리를 끌고 태봉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서방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태광에게 말을 남긴다. -광수 아버지가 소도 나눠주고 잘 키우는지도 감독하고 해야 합니다. 다 종가에서 하는 일인데 회장님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그리고 담 장날에도 서너 마리 더 사야 합니다. 전부 한 열 마리 가까이는 필요하니까요. 전부 다 광수아버지가 도맡아서 하는 걸로 해야 합니다. 종가에서 하는 일이니-
* * *
광수에미가 이불을 빨랫줄에 내다걸고는 지게작대기로 괘고 있다. 노름하고 난 뒤로 며칠 동안 서방이 구들을 지고 있느라 솜이 뭉칠 정도로 짓이겨져서 담배냄새라도 날릴 모양으로 내다널고는 먼지를 털고자 작대기질을 하는 중에 버버리 시엄마가 손에 무슨 그릇을 들고 들어오며 -이불 너는가?- 하더니 들고 있는 것을 마루위에 놓으며 앉는다. -뭘 들고 오싰는교?- 하며 광수에미는 대수롭게 묻는다. 또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동네 여자들이 수시로 광수에미를 찾아서 쌀을 꾸어가고 있다. 지난번 종가에서 결정한 겨울날 양식은 꾸어준다는 것을 광수에미가 도맡아서 하기로 한 탓에 요즘 들어서 광수에미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져버렸다. 마당에서 딱지치기를 하고 있는 재수광수 그리고 창호는 접은 딱지를 넘기기에 정신이 없다. 손에 한가득 때기를 든 창호에 비해 광수는 겨우 몇 개밖에 없고 재수는 아예 하나도 없이 구경만 하고 있다.
-골굼짠지가 맛이 들어서… 먹어보라고- 할매는 어려운 말을 입에서 내놓지를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쌀 한 말 머리에 이고간 지가 바로 얼마 전이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버버리라 나서지 못하고 아들은 남자라서 남의 집에서 쌀 꾸어오는 일은 하지 않으니 나설 자는 자신뿐이라 늙은이가 온 것인데 다섯 식구에 쌀 한 말을 꾸어간 지가 겨우 한 파수나 되었나 싶은데 또 왔으니 말이 잘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광수에미는 필경 그 쌀을 팔아먹었음이 분명하다고 안다. -와요? 양식 얻으러 오싯는교?- 이불을 털던 작대기를 땅에 짚고는 노인을 향해 묻자 노인은 양손을 비벼대며 일어서더니 광수에미 곁으로 와서 광수에미의 두 손을 잡고는 -한 말만 더 채해도- 하며 눈을 바라본다. -할매요, 식구라고 해야 겨우 다섯 아인교? 쌀 한 말을 그단새 다 무웃단 말입니꺼?- -글쎄. 그기 매누리가 때거리가 없다 카는데 우짜겠노? 내년에 다 갚을 거 아이가? 응?- -할매요. 갚을 만큼 꿔야 갚지, 공짜도 아인데 자꾸 그리 퍼 갑니꺼? 내 다 압니더- 하고는 노인을 바라본다.
지전이 없으니 쌀 한 됫박이나 두 됫박 내다 판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다 안다는 것이다. 장서방의 제안으로 오직 겨울날 양식만 꾸어줄 뿐 절대로 돈은 꾸어주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고무신 한 켤레라도 사야 할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꾼 쌀 됫박을 팔 수밖에 없다. 노인은 난처한 얼굴로 얼굴을 찡그려가며 -그래, 우짜겠노. 이번만 좀 봐도- 사정조의 할매말은 귀담아 듣지 않고 광수에미는 도로 작대기질을 이불에다 해대다가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창호의 손에 끼인 장갑을 보고 다시 아들 광수의 손을 보고는 -광수야, 니 장갑 오데 있노?- 하고 눈을 부라린다. 그 소릴 듣자마자 창호는 줄행랑을 쳐서 별채를 빠져나가고 광수는 멀뚱하게 서서 아무 말도 못한다.
-시야가 때기하고 바꿔 묵었다- 하고 재수가 일러바치자 광수가 재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쳐버린다. 앙하고 울어버리는 재수를 할매가 얼른 달려들어 보듬어 안으면서 눈물을 훔쳐 주고 광수에미는 작대기를 들고 도망가는 광수를 쫒아 치마를 펄럭여대며 이리저리 따라보지만 재빠른 광수는 이미 담을 돌아 도망가 버렸다. 얼마 전에 사준 겨울장갑이 난데없이 창호 손에 끼워진 것을 오늘에야 본 것이다. 양식을 꾸러온 할매는 뒷전이고 광수에미는 그길로 창호네 집으로 갔다. -창호, 니 이리 나온나. 그 장갑 내놓고!- 안 그래도 미운 창호네였다. 노름판을 벌려서 서방이 돈을 잃게 만들었고 또 오라버니를 보았다고 자신에게 겁을 준 것하며 미운 털 박힌 창호네를 오늘은 호령하며 불러대고 있다.
을순이 방 앞에 신발이 여럿 놓인 걸로 봐서 또 남정네들이 들어앉아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기 서방이 아닌 다음에야 입에 담을 일이 아니라 그냥 창호만 찾는다. -창호 니, 안 나오나!- 다시 한 번 크게 부르자 창호어마이가 안방에서 나오며 -창호는 와 찾노? 가는 오데 갔는고 없다- 하고 팔짱을 끼고 내려다본다. -가가 우리 광수 장갑을 뺏아 갔니라. 퍼떡 찾아온나!- 광수에미가 기세당당하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하자 창호어마이는 눈을 크게 뜨며 -창호가 장갑을 뺏어가? 가가 운제 뺏았다 쿠더노? 시끄럽다 고마. 알도 못함시러. 뺏은 기 아이고 때기 치기 해서 땄다 쿠더라. 그기 우째 뺏은 기고?- 한다. 고개를 치켜들고 말하는 태도가 시큰둥하다는 뜻이다.
-비싼 돈 주고 사준 걸 아들 종이 때기 함시로 바꿔먹을 기 아이제. 내놓거라 퍼떡- 광수에미도 물러설 기색 없이 오히려 한 발 더 안쪽으로 내달으며 단호하게 말하자 창호에미가 -저거끼리 한 걸 와 내보고 큰소리 하노? 가거라 고마! 손님도 있는데. 시끄럽구로- 하며 등을 돌리며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광수에미가 버럭 큰소릴 지른다. -시끄럽다이? 니 지금 누구 보고 하는 소리고? 이 여편네가 나온다고 다 말인 줄 아나? 아무한테나 씨부리노?- 그 말에 창호어마이의 눈에 불이 켜졌다. -뭐라고? 여팬네? 씨부린다고? 니는 대감 마님이라 벌건 대낮에 누구랑 붙어 먹으민서 내보고 여팬네라 카나? 그래, 함 해봐라. 오데!- 하며 아예 맨발로 봉당으로 내려서서 광수에미의 턱밑에 얼굴을 들이댄다. 언제 열렸는지 을순이 방문이 열렸고 그 안에 있던 꾸루와이며 여럿 남자들이 내다보고 있다. 광수에미의 눈에 다 익은 동네 남자들이라 어설피 내외하거나 챙피해 할 일도 없다. -뭐라고? 붙어먹어? 누가 누구랑 붙어? 이 여편네가 지랄을 한다 해! 니 그기 누군지 알고나 지끼나? 그 사람은 소향이 삼촌이다. 삼촌- 삿대질까지 하며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기회가 온 듯 해대는 광수에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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