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이 아지매가 엄마제?”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30화

김담 | 기사입력 2016/04/14 [11:05]

“소향이 아지매가 엄마제?”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30화

김담 | 입력 : 2016/04/14 [11:05]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가슴에 안고서 얼러도, 일어나 방안을 왔다갔다 서성대며 달래도 한수는 그저 숨넘어갈 듯 울어대자 큰아지매는 슬며시 부아가 치민다.

-이놈아! 내가 니 에미다. 내 품에서 뭐가 불만이냐? 그만 울고 착한 한수가 되야지- 하며 잠시 문밖에서 들렸던 장서방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돌아왔으니 별일 아니겠지 안심을 하지만 또 금방 한수는 숨을 꼴딱 거리며 얼굴조차 파랗게 질리며 울자 큰아지매는 긴 한숨을 내뱉고는 큰 포대기를 들추어 안고 소향이 방으로 향한다.

광수에미도 태광이도 장서방이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이미 별채로 돌아간 뒤다. 소향을 부르지도 않고 그저 방문 앞에서 헛기침을 한 큰아지매는 소향이 열어주는 문을 넘어 들어가서 한수를 건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향의 품에 안기자마자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본 큰아지매는 눈꼬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찢어진다. 내 품에서는 숨넘어가던 놈이 소향의 가슴에 안기자마자 뚝 그치는 한수가 미워서이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젖 먹이고 자거라-

배가 고파서 울었다고 소향에게 말했지만 자기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방안을 할 일 없이 한번 휘 둘러보고 천천히 안방으로 건너간다. 소향은 푸근한 마음이 든다. 한수가 배가 고파서 울었다면 젖을 먹이기 전까지 울어야 될 텐데 눕혀서 기저귀를 가는 동안에도 울지 않는 것이 아까 큰아지매가 배고파서 울었다는 말이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장씨 아저씨도 아무 일 없이 돌아왔고 또 모처럼 작은아지매도 없이 홀로 한수를 품에 안고 있는 여유까지 생겨서 마음이 푸근하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동안 벌써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라 엉덩이며 종아리며 골이 깊게 파여진 한수를 소향은 손으로 조곤조곤 만져대며 한수의 얼굴을 본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을 오물거리며 옹알이를 하는 듯하다. 양쪽 볼이 빨갛게 익어있는 반면 이마며 나머지 얼굴은 백옥같이 희다. 소향은 젖먹이는 것도 잊어버리고 저절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한수의 얼굴에 양손을 갖다 대고 자신의 얼굴을 그 위에 포갠다. 시큼한 젖 냄새가 이리도 좋을까? 잘 익은 홍시도 한수보다는 덜 부드러울 것 같다. 가슴팍이 저려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핑하고 젖이 돌자 금방 저고리 앞섶이 젖는듯하여 소향은 급히 한수를 안아 올려 가슴을 까올리고 얼굴을 대자마자 한수는 스스로 입을 옮겨대더니 젖꼭지를 찾고 쭉쭉 빨아댄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있을까? 소향은 한수의 젖 먹는 모양에 취해 입이 한껏 벌어진 것도 모른다. 얼굴에는 보름달 같은 환한 미소가 서린 것도 모른 채 그저 한수만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다. 젖을 먹는 입이 꼭 앵두 같아 보인다. 양쪽 볼때기가 샐룩샐룩 부풀고 오므려질 때마다 자신의 가슴에서 새어나가는 젖이 느껴진다. 젖 먹느라 한수 얼굴의 반쪽이 가슴에 가려져있는 것도 소향의 눈에는 자기의 육신 속에 파묻혀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갑자기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한수와 한 덩어리가 된 듯 느끼고는 눈이 감겨진다.

 

어두움이 보인다. 오직 한수의 숨결만이 들린다. 한수의 쌕쌕거리는 숨결이 끈이 되어 자신을 동여매고 있다. 소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수를 꽉 끌어안는다. 한수는 언제 생겼는지 팔과 다리로 소향의 가슴팍에서 버둥대는 힘을 보여준다. 소향은 자신의 뱃가죽을 밀어대는 한수의 다리를, 얼굴을 덮은 젖가슴을 비벼대는 한수의 얼굴을 그리고 한수를 안고 있는 자신의 팔을 버둥대며 내리치는 한수의 손을 느낀다. 곧이어 한수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소향은 한수가 우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눈을 감고 조여진 팔도 늦출 줄을 모른다. 여전히 어둠속에서 끈으로 동동 묶여진 한수와 자신의 일체를 꽉 부여잡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푸근하고 여유롭던 소향이 감겨진 눈 속의 어둠속에서 일순간 긴박한 감정에 휩싸이고 있다. 두렵다. 이 끈이 풀어지는 것이 두렵다. 훨훨 날아서 삼천포로 가겠다고 했었는데 왜 갑자기 두려워지는지 소향은 모르겠다. 멀리서 들리는듯하던 한수의 울음이 귓전에 들리고서야 소향은 황급히 조였던 팔을 풀며 당황한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 왜 한수를 울게 했는지 미안해하며 또 한편으로는 안방에 들릴지도 모를 한수의 울음을 염려하며 한수를 곧추 세워 안고 흔들어댄다.

 

한수를 얼굴 앞에 마주한 채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리며 달래는데 마루를 걸으며 나는 묵직한 발걸음소리를 들으며 장씨아저씨가 한수아버지 방에서 나오는걸 알고 곧이어 문밖에서 잠시 장서방이 아궁이불도 살피며 가마솥 물도 열어보는 수선함을 떠는 것도 들었다.

-소향아, 한수라 했지? 이름이?-

장씨아저씨의 소리를 듣고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예. 한수라예- 대답한다.

-방은 안 춥지?-

말소리로 보아 장씨아저씨가 문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안다.

-하나도 안추버예-

늦은 밤에 이렇게 말 붙여본 적이 없는 장씨 아저씨인데 오늘은 예외라는 생각이 든다.

-한수 한번 볼 수 있을까?-

먹고 온 술이 아까 태섭과 한방에서 있는 동안 홀딱 깨버린 듯 말짱한 장서방은 겨울밤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여태 한수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장서방은 궁금하고 또 소향이도 궁금하여 물었지만 순간 늦은 밤이라는 것도 느끼고는 발을 자신의 방으로 옮기는데 소향이 방문을 연다. 팔에는 포대기에 쌓인 한수를 안고 있지만 폭 싸인 탓에 보이지도 않는다. 장서방은 확 열린 문을 얼른 닫으며 겨우 자신의 머리통만큼만 열어두고 -몸은 건강하지?- 하고 실로 오랜만에 보는 소향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남폿불이 밝지 않아 겨우 형체만 보인다.

 

-지는 괘안아예- 하며 한 손으로 포대기를 들추어 한수의 얼굴을 빼내고는 한쪽 무릎을 꿇어 장서방의 얼굴에 들이댄다. 장서방은 고개를 빼내어 눈을 크게 뜨고 한수를 보지만 겨우 하얀 얼굴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보이는 것이 없다.

-아이구, 장군감이네. 장군감!- 하고는 눈길을 계속 한수에게 두지만 더 보이는 것이 없어 문을 닫으며 소향의 얼굴을 다시 보는데 소향이 울고 있다. 왜 소향이 우는지 장서방은 영문을 모르겠는데 갑자기 자신의 중치도 꽉 막히는가 싶더니 어금니가 꽉 다물어진다. 억지로 참으며 소향의 울음도 못본 채 하며 -춥겠다. 한수가 아주 장군일세- 하고는 얼른 문을 닫아주고 문지방에 굽혔던 몸을 일으켜 자신의 방으로 가려는데 소향의 울음 머금었던 얼굴이 어른거린다.

발을 한 발짝 마당 쪽으로 옮겨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나 깜깜하다. 그동안 일력도 따져보지 못해 며칠인지도 모르겠다. 그믐인가? 아니면 구름이라도 끼었나?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비로소 날씨 탓인줄 느낀다. 가슴속도 깜깜하다. 아무 말 없이 놀라지도 않고 아주 태연하게 방바닥을 내려다보던 태섭의 얼굴과 울음 서린 소향의 얼굴과 그리고 깜깜한 하늘과 밤이 겨우 들리는 개 짖는 소리로 깨어지는 바람에 방으로 들어간다.

 

태섭은 아무 정신이 없다. 당황하여 없는 정신이 아니라 그저 아무 생각이 없다. 텅 빈 것 같은 공간이다. 티끌 하나도 잡을 것이 없는, 소리 줄기 하나라도 시비 걸 것이 없는 아주 끝없고 크기도 한없는 허공 속에서 멍하게 앉아있다. 논배미가 쭉 연결된 신흥 들판이 생각난다. 기생들의 장구 소리가 들리고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하던 가락이 떠오르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고 민의원 강호식이란 놈이 그동안 왜 얼굴도 한 번 안보였는지 알 것 같다. 수차례 기별을 넣고 그 자가 가진 인맥과 조직을 이용해보려 했었다. 돈도 제법 들었다. 또 지난번 민의원 선거에서도 자신에게 약속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로 겨우 한 짓이라고는 삽살개 뼈다귀 핥아대는 정도뿐이었다.

-그래도 회장님이 베푸신 일들은 사람들을 위한 덕입니다- 하던 장서방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태섭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후손 본다며 정성 들이거나 집안에 덕을 쌓는다고 샘을 파거나 제를 올리거나 했었고 선거를 마음에 둔 후로는 표를 생각해서 송아지도 사주고 쌀도 꾸어주고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장서방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그 많은 돈이 투자된 일이 다 허사가 되었다.

 

-정치보다도 더 귀하고 좋은 일도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던 장서방의 말도 떠오른다. 어디에? 명사십리에 깔린 모래처럼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죄다 허리 굽혀대는 의원이나 장관이나 군수보다 더 나은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철이면 철마다 대문이 미어지게 산해진미 물건이 쌓이고 새벽부터 찾아오는 사람들로 집에는 늘 인산인해가 되어 일 년 사시사철이 잔치고 경사고 명절 아닐 텐가?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머슴이 자신더러 정치보다 더 나은 일도 있다고? 지 놈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데 그 일개 머슴이 오늘밤 자신에게 자신도 모르고 날뛰던 일에 대해 알려주고 방을 나갔다.

 

애당초 의원이 되겠다고 했던 일이 떠오른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다. 종손들이 종친회의에서 자신을 밀어내려고 태우와 부화뇌동했던 일하며 언젠가 태광이 꾸루와이 놈한테 허벅지를 삽으로 찍혔을 때 지서장이 자신에게 은근히 상이군인협회의 압력을 빙자하여 그냥 넘어가라고 했던 일,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무능력함을 바꾸어 마누라에게 또 온 동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담배 피는 것도 모르고 마냥 허공 속에서 헤매고 있던 중 희미하게 아래채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수의 소리다. 자신이 지어준 이름이다. 그러나 잃은 것도 너무 많다. 물론 땅과 돈이다.

 

김태섭이라는 것이 곧 돈이고 김태섭이라는 것이 곧 땅인데 그 돈과 땅을 많이 잃었다. 그러면 김태섭도 많이 잃은 것이다. 많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방안을 둘러본다. 갑자기 눈에 모든 것이 후줄근하게 보인다. 벽에 걸린 옷가지도 방바닥에 널린 침목이며 재떨이도 모두 잡스럽게만 보인다. 화가 치밀어 올라오지만 대상도 없는 분노다. 자신에게 알린 장서방? 아니지! 민의원? 조금! 마누라? 글쎄? 길게 한숨을 쉬고 담배 하나에 불을 붙이고 김태섭 자신? 하고 묻고는 담배가 다 타들어가도록 생각을 정리하지 않다가 재떨이에 남은 담배를 비벼대며 그래! 나지! 내가 그 놈이지! 하고 멍하게 천장을 올려다본다.

 

간간히 귀에 들리는 한수의 소리를 들으며 태섭은 계속 생각을 하지만 뭘 생각하는지 모른다. 귀에는 간간히 한수의 소리가 들리는데 머릿속에 한수는 없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안방의 마누라는 잠을 자겠거니. 한수를 낳은 소향이도 머지않아 가겠거니. 장서방도 떠나겠다고 했었지 아까? 미리 사람을 구하라고까지 했지? 다들 가는구나. 내 운명이라고 믿었던 참의원도 가는 마당이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또 한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였나? 참의원 선거가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것이 없어지면 김태섭은 무엇이란 말인가? 예전처럼 찾아가볼 곳이나 궁리하거나 기방에 새로 온 참한 년이나 기웃거리거나 불러주는 사람이 있나 하고 전갈을 기다리거나 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한수가 아직도 칭얼대는지 소리가 들린다. 한수! 그래 한수가 남았다. 한수가 있다. 하지만 왠지 한수는 저만치 있는 기분이다. 마누라가 들어서 생긴 한수다. 아래채에 있는 소향이 낳은 한수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무언가 한수에게 끈을 만들어 자신에게 붙들어 매야 한다는 생각까지 미친다. 평소에는 뒷짐만 지는 일이었을 텐데 다 가고 다 없어지고 다 잃고 나니 붙들 것이 필요한 태섭은 귀에 들리는 한수에게로 마음이 모아지고 있다.

 

비몽사몽에 잠이 깬 소향은 옆에서 고이 잠든 한수를 보며 건너의 정기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벌써 작은아지매가 왔구나 생각하고 문에 발린 창호지를 보는데 훤하다. 겨울이라 여간해서 햇살이 훤할 때까지 자본 적이 없던 소향은 지난밤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자는 둥 마는 둥하며 뒤척였던 것이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가 광수와 재수의 소리였고 아침상을 들고 문을 열어젖히는 거침없는 작은아지매의 목소리에 한수가 움찔한다.

-엄마야 내도 얼라 보고 싶다-

미역국이 푸짐하게 올려진 상을 들고 들어오는 작은아지매의 등 뒤로 재수가 청을 한다.

-내도 엄마야- 하는 광수의 목소리를 듣고는 소향은 방문 고리를 잡고 작은아지매를 보는데 -한식구인데 알라 보이줘도 되겠제?- 하며 동의를 구하는데 이미 광수와 재수는 문전에 엎드려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소향이도 그들을 본 지 수일이나 됐다. 반가운 미소를 얼굴에 올리고 소향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알라는 보기만 하래이. 맨지지 말고. 알것나?-

작은아지매는 소향이 앞에 상을 밀어주며 말은 광수와 재수에게 한다.

 

둘은 신기한 듯 포대기에 싸인 한수를 들여다본다. 재수는 얼굴을 바짝 갖다 대며 코를 맞댄다. 광수가 재수를 밀쳐내며 자신의 코도 들이밀자 작은아지매는 큰 손바닥으로 둘의 등짝을 후려치며 -내가 알라는 보기만 하랬제? 인제 됐다. 퍼떡 아부지 불러온나. 아침 묵구로- 한다.

등을 얻어맞으면서도 신기한 듯 한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재수가 묻는다.

-엄마야, 인제 내도 동생이 생깄으모 내가 시야제?-

웃는 얼굴로 엄마에게 묻는 재수의 얼굴이 소향의 눈에 천진하기만 하다. 그래서 소향이 대답한다.

-쿠제, 인제 니가 시야다. 니도 인제 동생이 생깄다 아이가?- 하며 한수를 토닥거린다.

 

광수는 여전히 한수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가 -엄마, 알라는 소향이 아지매가 엄마제?- 하고 소향과 작은아지매를 번갈아보며 묻자 둘은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본다. 갑작스런 질문이라 거침없는 광수에미도 미쳐 대답을 못하고 있다. 소향은 소향대로 엄마라는 광수의 말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쿠제, 소향이가 엄마제- 하고는 광수에미가 다시 아부지 불러오라고 둘을 내모는데 광수는 한마디 더 보탠다.

-그라모 큰엄마는 뭐꼬?- 하고 묻자 광수에미나 소향이나 할 말이 없다. 겨우 열 살이나 지난 놈이 그런 것을 물을 만큼 철이 들 일이 없을 텐데 실은 광수가 그제 종가에 들렸을 때 큰아지매가 한수를 안고 대청에 있다가 한수는 내 아들이니 너희하고는 사촌 형제라고 일러주는 바람에 광수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었던 것이다.

-큰엄마? 뭐꼬? 큰엄마는 큰엄마제! 이기 미칬나? 아침부터 와 지랄이고? 퍼떡 안 나가나?-

그저 할 말이 마땅치 않은 광수에미는 이유 없이 역정을 억지로 짜내어 둘을 쫒아냈다. 소향은 정신이 어릿어릿하다. 자신이 한수의 엄마고 또 큰아지매가 한수의 엄마고. 오늘 아침까지 그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정신이 혼미하게 복잡해진다.

 

-국 식는데이. 뭐하노? 안 묵고!-

좀전에 광수가 한 말이 소향에게 마음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태연한 척 숟가락을 소향의 손에 들려주며 밥 먹기를 재촉한다.

소향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릇 속에 담긴 미역국을 이리저리 휘휘 젓기만 하자 광수에미가 또 한마디 더 한다.

-국을 간을 맞춘다고 맞찼지만 아침 입맛이 되놔서 간이 맞는지 모리겠다. 우떻노?- 하고 소향에게 억지로 말을 시켜보려 한다. 그제야 소향이도 한 숟가락을 입에 넣어보고는 -괜찬아예- 하고 목구멍으로 삼키는데 실로 괜찮은지 안 그런지 전혀 모르고 있다. 자꾸만 광수가 남긴 말만 귓전에 맴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